생성형 AI는 낮은 이용 문턱 덕분에 빠르게 일상 도구가 됐다. 그러나 서비스를 쓰는 사람과 이를 지탱하는 물리적 자원의 대가를 부담하는 사람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공짜 뒤의 비용

2026년 2월 ChatGPT의 주간 이용자는 9억 명을 넘었지만 유료 구독자는 약 5,000만 명으로 전체의 5.6% 안팎으로 추정된다(기업, 팀, 교육용 유료 이용자는 제외한 수치다). 대다수는 서비스에 직접 돈을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AI가 공짜인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수요가 늘면서 전기요금과 전자기기 가격이 올랐으며 구독료로 내지 않은 비용은 생활비 곳곳에 섞여 있다.

이용 가치를 보면, 스탠퍼드 연구진의 조사에서 미국 성인이 AI 챗봇을 한 달간 포기하는 대가는 평균 124.5달러였다. 이를 소비자잉여(소비자가 얻는 가치와 실제 지불액의 차이)로 환산하면 연간 1,72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중앙값은 11.4달러에 불과했다. 일부 이용자가 큰 혜택을 얻는 반면, 늘어난 전력, 반도체 비용은 비이용자도 나눠 낸다. 그 추가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이를 미국 가구당 연간 약 375달러로 추산했다.


AI로 몰리는 전력과 반도체

쇄골하동맥이 좁아지면 척추동맥을 통해 뇌로 가야 할 혈액이 팔 쪽으로 역류할 수 있다. 쇄골하동맥 도류 증후군이다. 중요한 것은 혈액량이 아니라 혈류의 방향이다.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로 막대한 구매력을 앞세워 전력과 자원을 끌어간다.

예컨대 미국 동부 지역의 송전기관이자 도매 전력시장 운영자인 PJM의 용량시장(실제 사용량이 아니라 향후 필요한 발전 용량을 미리 확보, 보상하는 시장) 가격은 2024~2025 공급연도 기준 MW-day(1MW의 공급능력을 하루 제공하는 가격 단위)당 28.92달러에서 이듬해 269.92달러로 뛰었고, 2026, 2027년도에는 상한선인 329.17달러에 도달했다. 시장 감시기관은 앞선 인상분의 63%, 약 93억 달러를 데이터센터 수요와 연결했다. 워싱턴 D.C.의 일부 가구는 2025년 6월부터 매달 평균 21달러를 더 냈다.

PJM 용량시장 공급연도MW-day당 가격
2024~202528.92달러
2025~2026269.92달러
2026~2027329.17달러(상한선)

반도체 역시 제조사가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서버용 메모리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면 스마트폰과 PC용 메모리는 줄어든다. IDC에 따르면 이 여파로 PC 업체들은 15~20%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데이터센터가 구리, 전기공, 변전소 부지까지 끌어가면서 비용은 전자기기와 건설비로도 번진다.

다만 영향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다. 러트거스 연구진의 2014~2024년 조사에서는 전기요금 상승분이 월 약 0.35달러로 뚜렷하지 않았다. 조사 대상 시설이 최근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보다 작았고,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비가 요금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한계도 있다.


혜택은 먼저, 비용은 넓게

경제학자 리처드 캉티용은 새 돈이 경제에 고르게 퍼지지 않는다고 봤다. 먼저 받은 쪽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자산을 사지만, 늦게 받은 쪽은 오른 가격부터 감당한다. 이른바 캉티용 효과다. 오늘날 AI 경제에서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비슷한 흐름을 만든다.

먼저 받는 쪽

투자금은 건설사와 장비 업체, 주식시장에 먼저 들어간다. 하버드대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은 2025년 상반기 미국 GDP 증가분의 92%가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정보처리 장비, 소프트웨어 투자에서 나왔으며 이를 빼면 성장률은 0.1%에 그쳤다고 계산했다. 그러나 그 투자 과실이 모이는 미국 주식 자산의 약 93%는 상위 10% 가구가 보유한다.

늦게 받는 쪽

반면 전기요금은 누구에게나 부과된다. 저소득 가구는 소득의 8.6%를 에너지에 쓰는데, 다른 가구의 3.0%보다 세 배 가까이 높다. 미국에서는 약 2,150만 가구가 에너지요금을 체납했다. AI를 쓰지 않는 가구도 전력망 증설비를 피하기 어렵고, 구독 요금으로도 비용은 넘어간다.

Microsoft는 2026년 7월부터 여러 기업용 365 요금제를 5~43% 올리면서 Copilot 기능 등을 묶었다. 기존 고객도 계약 갱신일부터 새 가격을 적용받는다. 원하지 않는 AI 기능의 비용까지 떠안지 않을 수 있을까.


복제되는 지식, 복제되지 않는 자원

경제학자 폴 로머는 아이디어를 여러 사람이 동시에 써도 줄어들지 않는 ‘비경합재’로 설명했다. 같은 아이디어를 여러 생산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성질이 성장을 이끈다는 논리다. 이 틀에서 보면 AI 답변은 매번 새로 연산해 만들어지지만 추가 이용자 한 명에게 드는 비용 자체는 낮다.

전력, 웨이퍼(반도체 회로를 만드는 얇은 원판), 구리, 숙련 노동, 변전소 부지 같은 기반 시설은 답변과 달리 동시에 두 곳에서 쓸 수 없다.

공급이 더딘 자원이 데이터센터로 몰리면 다른 산업과 가계는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AI의 편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남으려면 이런 병목을 풀어야 한다. 발전소와 송전망, 메모리 공장, 숙련 인력이 수요만큼 늘지 않으면 가계의 추가 부담은 계속 커진다.

그렇다면 AI의 경제성은 서비스 가격만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누가 혜택을 얻고, 누가 기반 시설의 비용을 내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무료 계정에는 가격표가 없지만 그 비용은 없어지지 않았다. 매달 전기요금과 다음 노트북, 스마트폰 가격에 반영될 뿐이다.

결국 기술의 보급 속도와 기반 시설의 확장 속도가 다르면 가격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먼저 반응한다. 서비스가 익숙해질수록 화면 안의 이용 조건과 경제 전체의 비용 사이의 간격은 정책과 시장의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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