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산에 필요한 전력과 부지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데이터센터를 궤도로 옮기자는 구상이 다시 거론된다. 태양광을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지상에서 쉽게 해결하던 조건들이 우주에서는 비용과 운용 제약으로 바뀐다.
태양광보다 무거운 방열판
진공에서는 공기나 물로 열을 옮길 수 없어 GPU의 폐열을 방열판으로 내보내야 한다. 우주는 춥지만 이런 이유로 데이터센터를 식히기에 좋은 환경일까.
300K(절대온도 단위 켈빈, 약 27℃) 방열판은 ㎡당 약 450W를 방출한다. 폐열 1MW를 처리하려면 양면 기준 약 1,200㎡가 필요하다. 온도를 400K로 높이면 면적을 줄일 수 있지만 칩의 열을 방열판까지 옮길 설비가 추가된다. 실제로 ISS는 325㎡ 규모의 방열 설비로 약 70kW를 처리한다.
그런데 방열판은 자외선과 원자산소(저궤도에서 산소 분자가 쪼개져 생기는 반응성 큰 산소 원자)에 노출되며 성능도 떨어진다. 1GW급 클러스터라면 400K에서도 약 35만㎡가 필요하다. 거대한 방열판의 질량과 비용은 우주 태양광의 이점을 상쇄한다.
지금은 약 4배 비싸다
반도체, AI 인프라 분석기관 SemiAnalysis의 2026년 모델은 GPU 시간당 총소유비용을 궤도 8.64달러, 지상 2.37달러로 추산했다.
| 구분 | 궤도 | 지상 |
|---|---|---|
| GPU 시간당 총소유비용 | 8.64달러 | 2.37달러 |
| 설비 수명 | 5년 | 15년 |

가장 큰 원인은 짧은 수명이다. 모델은 궤도 설비를 5년, 지상 데이터센터를 15년 사용한다고 본다. 비싼 장비를 짧은 기간에 감가상각해야 하므로 발사비가 내려가도 자본비 부담은 크다.
이 전망도 발사비가 Falcon 9의 ㎏당 1,400~1,800달러에서 Starship의 목표인 250달러까지 떨어진다고 가정한다. 방사선 내성과 GPU 신뢰성, 방열판 가격까지 함께 개선돼야 비로소 2040년 무렵 지상과 경쟁할 수 있다.
고장 난 GPU를 누가 바꿀 것인가
가동률과 예비 장비를 반영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총소유비용에 방사선으로 인한 가용성 저하와 서비스 수준, 예비 장비 부담까지 반영해 실제로 쓸 수 있는 연산의 단위 비용을 구한 지표가 균등화 컴퓨트 원가(Levelized Cost of Compute, LCOC)다. 이 지표는 시간당 궤도 10.91달러, 지상 2.49달러로 추산된다. 지상에서는 기술자가 고장 난 GPU를 바꾸면 되지만, 궤도에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대안은 로봇 정비와 더 많은 예비 GPU지만, 그만큼 발사 질량과 비용이 늘어난다. 다만 방사선은 예상보다 견딜 만할 수 있다. Google의 시험에서는 5년 예상 선량인 약 750rad(흡수 방사선량 단위)보다 훨씬 높은 15krad(1,000rad)까지 영구 고장이 없었다.
교체와 증설에서도 어려움이 이어진다. Microsoft의 해저 데이터센터는 855대 중 6대만 고장 날 만큼 안정적이었다. 그래도 봉인형 구조는 세대교체가 빠른 AI 인프라에 맞지 않았다. 궤도 데이터센터라고 다를까. 같은 한계를 안고 있다.
게다가 통신과 전력도 늘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저궤도 위성은 지상국과 직접 연결되는 시간이 짧아 위성 간 광링크가 필요하다. 태양동기궤도(위성이 지역마다 거의 같은 태양시에 지나도록 설계한 궤도)에서도 하루 최대 35분의 식(위성이 지구 그늘에 들어가 태양광을 받지 못하는 구간)을 버틸 배터리를 실어야 한다.
전력만 있으면 데이터센터가 될까
우주 데이터센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상의 전력난이다. 미국의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는 2028년 전후로 40GW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접속 계약을 따내도 변전소와 송전설비를 기다려야 한다. 변압기 조달 기간도 160주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전력만 확보한다고 데이터센터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AI 가속기에 필요한 웨이퍼와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부족하면 지상이든 우주든 장비를 채울 수 없다. 로켓이 싸져도 실어 보낼 칩이 없으면 사용할 수 있는 연산 능력은 늘지 않는다.
가령 Tesla, SpaceX, xAI의 Terafab은 약 250억달러를 들여 월 100만 장 생산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SpaceX의 연 100GW 궤도 설비에는 매년 약 100만t의 발사도 필요하다. 반도체와 발사체 생산이 함께 늘지 않으면 불가능한 규모다.
자본은 전력망과 로켓 중 어디로 가나
2026년 기준 범용 AI 데이터센터는 지상에 짓는 편이 낫다. 궤도 설비는 약 4배 비싸고 수명은 3분의 1이며, 고장과 세대교체에도 대응하기 어렵다.
수명을 10년 이상으로 늘리고 ㎏당 250달러의 발사비를 실제 운항으로 입증해야 한다. 방열판 성능도 관건이다. 지상 전력망 증설이 얼마나 늦어지는지도 중요하다.
당장은 그래서 범용 클러스터보다 우주에서 생긴 데이터를 현장에서 처리하는 용도가 현실적이다. 지구관측 영상 전처리나 위성 충돌 회피처럼 지상 전송량을 줄이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2027년 초에는 Google과 Planet의 공동 프로젝트 Suncatcher, SpaceX가 각각 궤도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비용 전망만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실제 방열 성능과 장기 가동률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SpaceX도 상업성을 확보하지 못할 위험을 명시했다.
결국 우주 데이터센터는 전력 공급처를 바꿀 뿐, 데이터센터의 어려움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지상에 설치할 칩보다 전력이 먼저 부족해지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땅이 더 싸고 현실적인 선택이다.
나아가 궤도 컴퓨팅의 경쟁 상대는 지상 데이터센터만이 아니다. 같은 자본과 생산 능력을 전력망, 반도체 공장, 발사체 가운데 어디에 먼저 배분하느냐가 사업의 속도를 좌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