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50명 시대가 아니라, 부하 50명 시대

지난 100년간 회사의 기본 형태는 기능별 위계로 나뉜 피라미드였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가 20세기 초에 정착시킨 구조에는 여러 관리 계층이 필요했다. 경영진의 지시를 실행 가능한 업무로 바꾸고 현장의 정보를 위쪽에서 이해할 언어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조직도는 직급표이면서 정보가 번역되는 경로였다.

그런데 AI 에이전트가 분석과 실행을 맡으면서 일부 번역 업무가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질문에 답하는 챗봇과 달리 목표를 받은 뒤 여러 단계의 작업을 스스로 수행한다. 이런 변화가 조직에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투자사 제너럴애틀랜틱의 글로벌 인재 부문 책임자 아니시 배틀로는 2~5명이 50~100개의 에이전트를 운용하고 과제가 끝나면 해체되는 팀을 새로운 조직 형태로 제시했다. 유럽의 여행 플랫폼 키위닷컴은 18개월 동안 고객지원과 엔지니어링을 이런 방식으로 개편했다. 고객만족도는 15~20% 높아졌고 개발자당 코드 변경 건수는 인원이 줄었는데도 거의 두 배가 됐으며 매출은 전년보다 35% 늘었다.

이처럼 계층을 걷어내면 관리자 한 명이 맡는 범위는 넓어진다.

조직관리자 한 명당 인원
전통적 관리 이론직속 부하 6~8명
메타 AI 조직약 50명
엔비디아 젠슨 황약 60명이 직접 보고

좁은 관리 범위를 전제로 만든 여러 층이 더는 필수 조건이 아니게 됐다.


비효율을 걷어내자, 인재 사다리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사라진 계층과 함께 빠지는 것은 무엇일까? 중간 관리자는 정보만 전달하지 않았다. 초급자가 여러 실무를 거치며 판단력을 익히고 다음 직급으로 올라가는 과정도 관리 계층 안에 있었다. 정보 전달과 조율을 자동화하면 비용은 줄지만 경력의 입구도 함께 좁아진다. 위계 피라미드는 비효율적인 보고 체계인 동시에 사람을 훈련하는 사다리였다.

위로 올라간 사람은 있는데, 다음 사람이 밟고 올라올 중간 칸이 없다.

이 사다리가 흔들리는 징후는 고용에서 먼저 보인다. 하버드대 세예드 마흐디 호세이니 마숨과 가이 리히팅어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 기업 28만 곳이 넘는 곳의 이력 자료를 분석했다.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에서는 주니어 고용이 감소했지만 시니어 고용 추세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감소는 해고보다 신규 채용 둔화에서 주로 발생했다. 기업이 초급 업무를 없애면서 기존 숙련자의 판단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 판단력은 반복된 실무와 시행착오에서 생긴다. 소수의 숙련자가 에이전트의 결과를 검토하는 구조도 앞으로 숙련자가 계속 공급된다는 전제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초급, 중간 업무가 대규모로 사라지면 숙련자가 될 기회도 줄어든다. 당장의 생산성 향상과 장기적인 인재 양성 사이에 별도의 설계가 필요해졌다.


보고선은 지워도, 책임선은 지울 수 없다

인원수가 줄어도 조직이 성립하는 조건은 따로 있다. 조직을 많은 사람을 조율하는 장치로만 정의하면 두 사람이 에이전트 100개를 운영하는 회사는 조직처럼 보이지 않는다. 인원수보다 중요한 기준은 잘못된 결과를 설명하고 수습할 책임자가 있는지다. 에이전트는 업무와 일부 권한을 넘겨받아도 법적, 경영상 책임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배포한 회사와 권한을 부여한 사람이 결과를 감당한다.

에이전트가 독자적으로 행동할수록 책임자를 사전에 정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매니지먼트 리뷰가 제안한 운영 모델은 각 에이전트에 명확한 업무 소유자와 위험 등급, 문서화된 의사결정 범위를 지정하도록 한다. 특정 행동이 어떤 모델과 설정에서 나왔는지도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부서 전체가 막연히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사고 뒤에 책임과 원인을 확인하기 어렵다.

여러 손이 채운 작은 상자들을, 결국 한 사람이 하나의 끈으로 묶어 자기 것으로 만든다.

운영 기준을 세워도 제도의 적용은 기술의 보급보다 늦다. 유럽연합은 독립형 고위험 AI에 적용할 의무의 시행일을 2026년 8월에서 2027년 12월로 연기했다. 제품에 내장된 고위험 AI의 적용일은 2028년 8월이다. 규정이 정비되는 동안 회사는 에이전트의 권한, 중단 조건, 검토 책임자를 자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두 사람이 에이전트 100개를 감독하는 회사도 조직이다. 과제가 끝날 때마다 팀 구성이 달라져도 결과에 책임질 사람이 내부에 남아 있다면 조직의 조건을 충족한다. AI가 없애는 것은 회사 자체가 아니라 여러 층으로 이어진 보고 구조다. 보고 줄은 사라지고, 조직도에는 누가 어떤 권한을 부여했고 최종 결과를 승인했는지가 더 많이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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