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코드를 작성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PM이라는 직함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코드 생성, 문서화, 간단한 수정 업무가 AI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고, 신입 채용 규모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채용 데이터와 조직 내부의 변화를 들여다보면 직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직함이 가리키는 일의 내용이 달라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문제는 이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조직이 그에 따라 무엇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필경사 vs 프로그래머

Boris Cherny는 앤트로픽에서 클로드 코드 개발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Y Combinator의 라이트콘 팟캐스트에서 코딩은 이미 해결된 문제이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함이 사라지고 빌더나 프로덕트 매니저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비슷한 주장은 흔하지만, Boris Cherny는 자신의 실제 습관으로 이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2026년 6월 기준 그는 손으로 코드를 한 줄도 쓰지 않은 지 여덟 달째였고, 하루에 10개에서 30개의 풀 리퀘스트를 병렬 세션으로 처리했다. 그의 세션 중 80%는 코드를 직접 쓰지 않고 설계만 지시하는 플랜 모드에서 시작한다.

이는 한 사람의 습관에 그치지 않는다. 앤트로픽 내부 코드의 80–90%는 클로드가 작성하고, 오픈AI 엔지니어들도 자신의 코드가 100% AI로 작성됐다고 밝혔으며, 마크 저커버그는 올해 안에 메타 코드 대부분을 AI가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연봉 50만 달러짜리 엔지니어가 연간 25만 달러어치 토큰을 쓰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Boris Cherny가 자주 드는 비유는 15세기 인쇄술이다.

구텐베르크 이전 유럽에서 문해율은 10% 안팎이었고, 읽고 쓰는 일은 필경사라는 전문 직업의 영역이었다. 인쇄기가 발명된 지 50년 만에 이전 천 년 동안 나온 인쇄물보다 많은 양이 쏟아졌고, 책값은 1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문해율이 70%에 이르기까지는 200년이 걸렸다.

중세 수도원에서 원고를 필사하는 필경사

Boris Cherny가 인용한 한 필경사는 인쇄기를 오히려 반겼다. 글을 베껴 쓰는 단순 노동에서 풀려나, 정작 하고 싶던 삽화와 제본에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코딩도 결국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누구나 쓰는 보편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본다.

2025년 11월 클로드 새 버전이 나오자 업계에서는 이를 클로드 크리스마스라고 불렀다. 몇 주가 걸리던 프로젝트를 AI가 혼자 끝내는 모습을 본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기대보다 불안이 컸다. 이 무렵 ‘영구 하층계급’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AI가 신입이 맡던 일을 대신하면서, 경력을 쌓아 위로 올라갈 사다리의 첫 칸조차 밟지 못하는 세대가 생겨난다는 우려를 담은 말이다.


오히려 채용은 늘었다

AI가 엔지니어를 대체한다면 채용 위축기에 엔지니어링 직군이 가장 먼저 줄어야 한다. 그러나 테크 인재 흐름을 추적하는 벤처캐피털 SignalFire의 자료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2019년 이후 전체 테크 인력은 25% 줄었지만 엔지니어링 직군은 11%만 감소했고, 2025년 신규 채용에서 엔지니어 비중은 55%로 2019년 46%보다 오히려 늘었다.

또한 하버드경영대학원과 인시아드가 2026년 발표한 연구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비슷한 기업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 중 AI를 적극 도입한 곳은 팀 규모가 평균 25% 작았지만 엔지니어 수는 13% 더 많았고, 신입과 매니저급은 15% 적은 반면 시니어급 비중은 20% 높았다. 팀 전체는 줄었으나 그 안에서 엔지니어, 특히 시니어 엔지니어의 비중은 오히려 커진 것이다.

한편 같은 SignalFire 자료는 엔지니어링 매니저 채용이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동안 시니어 개인 기여자와 스태프급 채용은 늘었다고 밝혔다. 반대 신호는 매니저 계층에서만 나타난다. 줄어드는 것은 엔지니어 자체가 아니라 엔지니어 위에 있던 조정 계층인 셈이다.

물론 맥킨지 분석에서도 SQL과 프로그래밍은 AI가 대신하기 가장 쉬운 업무로 꼽혔다. 다만 이는 AI가 업무의 일부를 대신할 수 있다는 뜻일 뿐, 기업이 그 직군 채용을 접는다는 신호는 아니다. AI가 대신하는 것은 문법과 반복적인 정형 코드이지, 무엇을 왜 만들지 판단하는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신뢰는 또 다른 문제다. 스택오버플로가 2026년 2월 실시한 개발자 설문에서 84%는 AI 도구를 쓰거나 쓸 계획이라고 답했지만, AI 결과물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9%로 전년보다 11% 떨어졌고, 46%는 AI 정확도를 아예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구 사용은 널리 퍼졌지만 결과물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다만, AI가 더 잘하는 영역은?

시니어 엔지니어 채용은 늘어나는 반면 신입이 들어오는 통로는 크게 줄었다. 샌프란시스코 기반 테크 매체 SF Standard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15대 테크 기업의 신입 채용 규모는 2019년 대비 55% 감소했다. SignalFire는 테크 대기업 기준 약 65%, 초기 스타트업 기준으로는 76% 줄었다고 집계했다. 집계 방식은 달라도 감소의 방향과 규모는 비슷하다.

신입이 주로 담당하던 업무 구성 요소인 코드 생성, 문서화, 버그 수정은 AI가 더 빠르고 비용이 적게 처리하는 영역이다. 사라지는 것은 해당 직무 전체가 아니라 그 직무의 가장 낮은 직급이다.

2025년 10월부터 2026년 1월 사이 아마존이 감원한 약 3만 개 직군 중 40%가 엔지니어링에 집중됐고, 워싱턴주에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감원 대상의 25%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UC 계열 대학의 컴퓨터공학 전공 등록 인원은 6% 줄었다. 신입 채용 위축 신호가 대학 진학 단계부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의 입장도 1년 사이 달라졌다. 2025년 5월 그는 1–5년 안에 화이트칼라 초급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2026년 5월에는 업무의 90%가 자동화되면 나머지 10%의 수요가 커져 전체 규모가 오히려 늘 수 있다는 제번스 역설을 들며 관점을 바꿨다. 다만 이번 변화는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은 함께 짚었다.


코딩 실력 대신 중요한 것은

1937년 경제학자 로널드 코즈는 논문 「기업의 본질」에서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를 물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사람들은 왜 매번 개별 계약을 맺는 대신 회사라는 위계를 만들고 그 안에 사람을 고용하는가. 코즈의 답은 거래비용이었다. 협상과 계약을 새로 맺는 비용이 크면,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위계 안에서 지시하는 방식이 더 유리하다.

소프트웨어 조직에서 신입과 중간관리자가 오랫동안 해온 일은 바로 이 거래비용을 줄이는 일이었다. 모호한 사업 의도를 실행 가능한 스펙으로 옮기고, 다시 그 스펙을 코드로 옮기는 과정에는 시간과 인력이 들어갔다. 코딩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서 이 번역 과정 자체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번역만을 담당하던 자리부터 줄어들었다.

EY는 AI가 소프트웨어 개발 전 과정을 오케스트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제품 개발 주기를 재설계하고 있다. 채용 면접의 질문도 달라졌다. 코드를 얼마나 빨리 짜는지보다, 왜 그 설계를 골랐는지, 어떤 트레이드오프를 감안했는지를 더 비중 있게 묻는다.

코드를 찍어내는 기계를 조율하는 사람

세계경제포럼의 2026년 조사에서 개발자의 65%는 자신의 역할이 단순 코딩에서 아키텍처·통합·AI 기반 의사결정으로 재정의될 것이라 봤고, AI 역량을 갖춘 인력은 같은 수준의 동료보다 평균 56% 더 많은 보수를 받았다. 직함이 아니라 직함 안에서 요구되는 판단력이 보상 격차를 만든다.

손으로 깨끗한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은 이전보다 중요도가 낮아졌다. AI가 더 빠르고 일관되게 코드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대신 AI가 생성한 결과물에서 아키텍처상의 미묘한 오류를 찾아내거나, 스케일에 따라 드러나는 성능 문제를 즉시 파악하는 능력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렇다면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시니어 채용은 증가하고 신입 채용은 줄었으며 매니저 계층은 정체됐다. 이 세 가지 현상을 관통하는 것은 코즈가 말한 거래비용의 감소다. 의도와 구현 사이를 연결하던 번역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서 번역만을 담당하던 자리는 줄어들고, 의도와 판단을 직접 다루는 자리가 남았다.

젠슨 황은 코딩은 엔지니어링의 여러 과업 중 하나일 뿐 핵심 목적은 아니라고 말했다. 수십 년간 코딩과 엔지니어링을 거의 같은 말로 써 온 관행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같은 맥락에서, Boris Cherny의 인쇄술 비유를 확장하면 인쇄기는 필경사라는 직업을 없앴지만 글을 쓰는 사람의 수는 늘렸다. 사라진 것은 특정 직함이 독점하던 노동이지, 그 노동이 가리키던 활동 자체가 아니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직함도 같다. 직함은 유지되지만, 그 직함을 평가하는 기준이 코드 생산에서 판단으로 이동한다.

직함은 그대로 남는다. 다만 과거에 그 직함을 평가하던 기준인 코드 생산량은 더 이상 주요 척도가 아니다. 대신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오류를 파악하는 능력, 모호한 의도를 아키텍처로 구체화하는 판단력, 발견에서 출시까지 전체 과정을 혼자 진행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기술이 일자리를 정해진 비율로 없애는 예측 가능한 붕괴가 아니다. 진행되는 동안 ‘무엇을 잘하는 사람을 뽑고 키울 것인가’라는 기준 자체가 계속 바뀌는 재정의에 가깝다. 그래서 직함이 사라진다고 단정하는 쪽도, 아무 일 없을 거라는 쪽도 아직은 성급하다.

충격은 연공과 직함이 강하게 묶인 조직일수록 크다. 다만 이는 위기이자 기회다. 코드 산출량 대신 무엇을 평가할지 먼저 다시 세우는 조직은, 판단력 있는 시니어를 남들보다 빨리 알아보고 키워 인재 확보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결국 남는 것은 직함이 아니라 그 직함을 가진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코드 생산량으로 사람을 평가하던 시대가 저무는 지금, 조직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 평가 축을 산출량에서 검증력으로 옮긴다 — 라인 수나 PR 개수가 아니라, AI가 생성한 코드에서 아키텍처 결함과 스케일 병목을 짚어내는 검증(verification) 역량, 모호한 요구를 실행 가능한 설계로 번역하는 판단력을 승급 기준으로 삼는다.
  • AI-네이티브 성장 경로를 만든다 — AI가 가져간 초급 업무를 아쉬워하는 대신, 신입이 처음부터 에이전트를 오케스트레이션하고 그 결과를 리뷰·검증하며 판단력을 쌓는 트랙을 설계한다.
  • 시니어는 일을 통해 육성한다 — 판단력 있는 시니어에는 이미 시장 프리미엄(동급 대비 56% 높은 보수)이 붙어 있어, 외부 확보도 선택지로 열어둘 만하다. 다만 무게중심은 내부에 둔다. 기존 인재가 실제 업무 속에서 아키텍처 판단력과 검증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성장 기회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은 빠르게 변했지만, 역할과 평가 기준을 재정의하는 속도는 조직마다 다르다. 그 차이가 앞서가는 조직과 뒤처지는 조직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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