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AI 투자비를 내는가

기업의 AI 예산은 새로운 투자금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2026년 3월 미국 경영진 866명 가운데 54%가 AI 투자를 위해 직원 보상을 줄였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삭감 대상은 성과급, 주식 보상, 임금 인상, 복지, 기본급 순이었다.

먼저 줄어든 것은 회사가 손대기 쉬운 돈이었다. 기본급과 달리 성과급과 향후 인상분은 해마다 조정한다. 유연한 보상은 손쉬운 삭감 수단이었다.

배경에는 얼어붙은 고용시장이 있다.

지표수치
2026년 6월 미국 채용률3.4%
자발적 이직률2.0%
물가 상승률3.8%
채용공고 임금 상승률2.3%

구매력도 줄었다. 결국 보상을 나누는 기준은 개인이 만든 가치보다 이직 가능성에 가까웠다.


큰 뇌를 얻고 짧아진 창자

1995년 인류학자 레슬리 아이엘로와 피터 휠러가 제시한 ‘값비싼 조직 가설’은 인간이 큰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소화기관을 줄여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정해져 있다면 한쪽이 커질 때 다른 쪽은 줄어야 한다.

기업의 한도는 손익계산서가 정한다. 이익 목표를 유지하면서 GPU와 모델 이용료를 늘리려면 다른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인건비가 첫 후보가 된다. 규모가 크고 절감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조사 기업의 94%가 AI 확산에 따른 인원 감축을 예상했다.

하지만 생물과 기업은 수혜자가 다르다. 보상을 내준 직원이 AI 자산을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성과급은 당장 비용으로 잡히지만 장비는 여러 해에 걸쳐 감가상각된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2026년 설비투자 계획은 약 6,300억 달러다. 성과급을 줄여 자산 투자를 늘리면 단기 이익을 지키면서 AI 자산을 늘린다.


상금이 사라진 경기장

경제학자 에드워드 라지어와 셔윈 로젠의 토너먼트 이론에 따르면 상위와 하위 성과자의 보상 차이가 작아질수록 노력의 유인도 줄어든다. 평가가 남아 있어도 점수와 상금의 연결은 약해진다.

여러 사람이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데, 원래 크기가 다르던 결승선의 트로피들이 지금은 전부 똑같이 작은 트로피로 바뀌어 있다

모두에게 같은 인상률을 적용하는 ‘피넛버터 인상’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44%가 이를 시행하거나 검토 중이다. 총예산부터 줄이면 성과 평가는 작은 몫을 나누는 절차에 그친다.

임금 조정을 미룬 기업에서는 우수 성과자가 두 배 빠르게 퇴사했다. 현장실험에서도 임금이 줄어든 집단의 산출이 20% 넘게 감소했다. 나쁜 고용시장이 퇴사는 늦춰도 의욕 저하까지 막지는 못한다. AI로 얻으려던 생산성은 투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먼저 사라진다.


성과급의 진짜 주인

산업혁명기의 영국에서도 기술 발전은 곧바로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1800~1830년 생산성은 늘었지만 실질임금은 제자리였고 이윤율은 두 배가 됐다. 경제사학자 로버트 앨런은 이 시기를 ‘엥겔스의 정체’라고 불렀다.

실질임금이 생산성을 따라간 것은 노동자의 이동성과 조직력이 회복된 19세기 중반 이후다. 기술의 이익은 저절로 임금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가 자기 몫을 요구하고 다른 일자리로 옮겨야 한다.

오늘날 성과급도 성과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예산에서 늦게 확정되기 때문에 돈이 부족하면 먼저 깎인다. 높은 평가를 받아도 이미 줄어든 몫 안에서 나눠 가질 뿐이다.

이를 바꾸려면 AI가 만든 이익과 직원 보상을 예산 단계부터 연결해야 한다. 자동화로 아낀 비용의 일부를 이연 보상이나 장기 인센티브로 확정해 AI 자산을 만든 직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기업에도 손해만은 아니다. 획일적인 인상과 성과급 삭감은 우수 인력의 이탈을 재촉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AI 투자금은 마련해도 투자 회수는 늦어진다. 그 격차를 되풀이할지는 기술보다 이익을 나누는 예산과 계약에 달려 있다.


#노동시장#AI 경제#기업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