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줄인 일, 사람이 돌본다
컨설팅 조사기관 Glean Work AI Institute의 〈Work AI Index 2026〉은 2025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미국, 영국, 호주의 정규직 사무직 노동자 6,000명을 조사했다. 응답자의 87%는 업무에 AI를 사용했고, 그 덕분에 일주일에 약 11시간을 절약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AI가 만든 결과물을 실제 업무에 쓸 수 있도록 다듬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응답자들은 같은 일주일 동안 평균 6.4시간을 이 작업에 썼다.
- AI에 맥락을 설명하는 데 2.3시간
- 산출물을 검토, 감독하는 데 2.2시간
- 오류를 수정하는 데 1.7시간이 들었다.
보고서는 이런 노동을 ‘봇시팅(botsitting, AI가 낸 결과물을 사람이 곁에서 돌보는 일)‘이라고 부른다. AI와 함께 일한 시간 중 37%가 봇시팅에 쓰였다. 실제 결과물을 만드는 데 쓴 시간은 36%, 도구를 익히거나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데 쓴 시간은 27%였다.
봇시팅은 공식적인 업무로 인정받지도, 별도 예산을 배정받지도, 제대로 측정되지도 않는 노동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AI로 결과물을 만드는 데 한 시간이 걸릴 때, 그 결과물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다듬는 데에도 거의 한 시간이 필요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레베카 힌즈(Rebecca Hinds)가 “지루하고 지치는 일”이라고 표현한 주당 6.4시간은, AI로 절약했다는 11시간과 같은 근무표 안에 존재한다. AI는 일을 없앴다기보다, 기존의 일을 ‘생성’과 ‘검수’라는 두 단계로 다시 나눴다.
AI 대시보드가 감춘 재작업
기업의 AI 대시보드에는 주로 좌석 수, 프롬프트 수, 라이선스 활용률이 표시된다. 하지만 이런 지표로 알 수 있는 것은 AI를 도입하고 얼마나 사용했는지뿐이다. 결과물의 품질이 좋아졌는지, 재작업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지급한 라이선스의 30~50%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계정은 셌지만, 그 계정이 만들어 낸 성과는 세지 않은 것이다.
AI를 사용하는 사람은 87%에 달했지만, 조직 성과가 뚜렷하게 좋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13%에 그쳤다. AI로 초안 작성 시간이 5분 줄면 그 효과는 기록된다. 반면 검수 시간이 15분 늘어도 이는 ‘원래 하던 업무’로 처리된다. 이처럼 사용량은 측정해도 그에 따른 비용과 성과를 함께 기록하지 않으면, AI 활용은 조직의 성과 장부와 연결되지 않는다.
무엇을 측정하느냐는 구성원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산성만 측정한 조직에서는 74%가 확인하지 않은 AI 산출물을 그대로 제출했다. 품질까지 함께 측정한 조직에서는 이 비율이 64%로 낮아졌다.
위험은 AI를 많이 사용할수록 더 커졌다. AI 사용자의 69%는 검증하지 않았거나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결과물을 제출한 경험이 있었다. 사용 빈도가 낮은 이용자는 50%, 많은 이용자는 82%였다. 전체 사용자의 41%는 질문을 받아도 산출물을 설명하지 못했고, 40%는 실수가 발생했을 때 AI의 책임으로 돌렸다.
따라서 검수는 개인의 주의나 양심에 맡길 일이 아니다. 검수에 필요한 시간을 일정에 반영하고, 담당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AI의 사용량뿐 아니라 결과물의 품질과 재작업까지 함께 측정해야 비로소 도입 효과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검증을 아끼면 벌금으로 돌아온다
앞단에서 줄인 검증 비용은 결국 더 큰 비용이 되어 돌아온다.
Deloitte가 호주 고용부에 제출한 44만 호주달러 규모의 복지 규정 준수 보고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문헌과 연방법원 판사의 발언을 왜곡한 인용문이 포함돼 있었다. 결국 Deloitte는 2025년 10월 최종 대금 가운데 6만 호주달러가량을 돌려줬고, 오류는 언론에 보도됐다.
법원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빠르게 늘고 있다. 프랑스의 법학 연구자 다미앵 샤를로탱(Damien Charlotin)이 운영하는 ‘AI 환각 판례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법원이 조작된 인용에 대응한 결정은 2025년 중반 약 200건에서 2026년 1월 719건, 같은 해 6월 9일에는 1,598건으로 증가했다. 제재 수위도 높아졌다. 초기에는 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됐지만, 이후 연방 항소법원에서 변호사 1인당 1만5,000달러의 벌금과 첫 자격정지 처분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법원은 검증을 개인의 주의가 아니라 공식 업무 절차로 만들기 시작했다. 법원 명령 추적 자료에는 2026년 6월 10일 기준으로 AI 사용 공개와 결과물 검증을 요구한 명령이 145건 등록돼 있다. 초안 작성에 참여한 사람이 모두 서명하고, AI가 만든 문장을 직접 검토하며, 인용한 판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면 기업의 업무 절차에는 아직 이런 검증 단계가 명확히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검증 업무는 직무기술서와 일정, 예산에서 빠진 채 기존 업무 속에 숨어든다.
따라서 AI가 절약한 11시간을 어디에 쓸지 논의하기 전에, 검증에 들어간 6.4시간을 누구의 업무로 기록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생산성을 ‘초안 생성 완료’가 아니라 ‘외부에 보낼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으로 측정하면, 절약한 시간과 검증에 쓴 시간을 같은 장부에서 비교할 수 있다.
AI를 도입해도 퇴근 시간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도구의 성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우리가 절약한 시간만 세고 검증에 든 시간은 세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출처
- The Work AI Index 2026 — Glean Work AI Institute
- How Much Time Do Your Employees Spend Botsitting? — Harvard Business Review
- Why Seat Counts Flatter You — Hyperight
- Deloitte to refund government after using AI in $440k report — Accounting Times
- Deloitte refunds over $60K for report with AI errors — CFO Dive
- AI Hallucination Cases Database — Damien Charlotin
- Courts Get Proactive on AI — Drug & Device Law
- Court AI Disclosure Orders tracker — Tracela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