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고용이 가리는 청년층의 감소

AI가 미국의 전체 일자리를 크게 줄였다는 증거는 아직 약하다. 예일 버짓랩은 ChatGPT 공개 뒤 직종 구성의 변화가 빨라졌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관측 기간이 33개월에 불과해 장기 영향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총량의 급변은 보이지 않는다.

빠르게 늘고 있어도 AI의 보급 범위는 아직 제한적이다. 2025년 1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AI를 사용한 미국 기업은 18%였고, 고용 인원으로 가중하면 32%였다. 도입은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전체 고용에서 충격이 뚜렷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연령을 나누면 양상이 달라진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22~25세 고용은 기업별 충격을 통제한 뒤에도 16% 감소했지만, 같은 직군의 41세 이상에서는 뚜렷한 감소가 없었다. 또한 신규 대졸자의 실업률은 2026년 3월 5.6%, 불완전취업률(자격보다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율)은 2분기 42%였다. AI의 영향은 총고용 지표보다 신규 채용 지표에서 먼저 확인된다.


숲은 울창하지만 묘목이 없다

산림생태학에는 ‘재생 부채’라는 개념이 있다. 큰 나무는 건재하지만 어린 나무가 부족해 숲의 다음 세대가 끊기는 상태다. 성목이 수명을 다하면 빈자리를 채울 어린 나무가 부족해진다. 미국 동부 국립공원 39곳 중 27곳이 재생 실패 임박 또는 유력 상태로 분류됐다.

낮은 선반 아래 눌려 자라지 못하는 화분들과, 선반 밖에서 홀로 키가 큰 화분 하나

노동시장도 다를까? 노동시장의 신입 채용 감소도 이와 닮았다. 미국 기업 약 28만 5천 곳과 노동자 6,200만 명을 분석한 연구 에서 생성형 AI 도입 뒤 주니어 고용은 줄었지만 시니어 고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변화는 해고나 승진보다 채용 둔화에서 나왔다. 기존 인력을 내보내지 않고 입구를 좁혔다.

다만 청년 고용 감소폭은 AI를 쓰는 방식에 따라 달랐다. 프로그래밍과 회계처럼 자동화 비중이 큰 직군에서는 청년 고용이 감소했지만, 관리와 수리처럼 사람을 직접 보조하는 업무가 많은 직군에서는 고용이 안정적이었다. 보조 지표인 신입급 일자리의 비중도 3년 전 44%대에서 2026년 38.6%로 낮아진 셈이다.


감원 통계가 놓치는 것

기업이 밝힌 감원 사유에는 실제 원인과 경영진이 고른 설명이 함께 섞여 있다. 2026년 7월 미국 기업의 감원 발표는 3만3429건으로 2년 만에 가장 적었지만, AI는 1만970건으로 5개월 연속 가장 많이 언급된 사유였다. 팬데믹 때의 과잉 채용이나 실적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도 ‘AI 전환’으로 설명하면 기술 투자와 조직 개편처럼 보이기 쉽다.

같은 착시는 다른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사망 원인 코딩 방식이 바뀌면 통계상 추세도 함께 바뀐다. 네덜란드에서는 사망 원인의 코딩을 자동화하자 치매가 근원 사인으로 기록되는 비율이 7~19% 늘었다. 치매 사망 증가분 일부는 질병 자체보다 기록 방식에서 비롯됐다. AI 사유 감원도 같은 주의를 기울여 읽어야 한다.

같은 상자에 방문객이 바뀔 때마다 다른 색 리본을 다시 묶어 다는 사람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다. 감원 통계는 채용하지 않은 자리를 기록하지 않는다. 기업이 신입 공고를 내지 않으면 노동시장의 입구가 좁아져도 감원 건수에는 남지 않는다. 물론 AI만의 영향은 아니다. 뉴욕 연준은 청년 대졸자 실업 증가분의 64%를 원격근무로 설명했다. 원격근무도 현장 교육과 피드백을 어렵게 만들어 경력이 짧은 지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AI는 신입을 키우고, 기업은 신입을 줄인다

초보자의 생산성은 어떨까? AI는 오히려 초보자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고객지원 상담원 5,179명을 조사한 연구 에서 AI를 사용한 상담원의 시간당 처리 건수는 평균 14% 증가했는데, 신입과 저숙련자는 34% 늘고 숙련자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AI가 우수 상담원의 업무 방식을 전달해 초기 숙련을 앞당긴 셈이다.

숙련자에게 AI가 언제나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숙련된 오픈소스 개발자 16명이 실제 과제 246건을 수행한 실험 에서는 AI 사용자가 19% 느려졌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20% 빨라졌다고 생각해 측정값과 체감 사이에 39%포인트의 간극이 있었다. 다만 표본과 작업 환경이 제한된 실험이므로 일반화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기업은 신입을 덜 뽑는다. 숙련자가 AI로 초급 업무까지 처리하면 신입 채용의 즉각적인 편익은 줄고 교육비는 더 눈에 띈다. 과거에는 낮은 초기 생산성을 감수하며 사람을 뽑고, 일을 맡기는 과정에서 미래의 숙련자를 길렀다. 입구가 좁아지면 이런 현장 학습도 함께 사라진다.

AI의 고용 영향은 총고용과 공식 감원만으로는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신입 공고, 실제 채용, 현장 훈련, 경력 전환이 함께 줄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기존 숙련자가 남아 있는 동안에는 총고용과 실적이 안정적으로 보인다.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기간이 길어지면 그 자리를 채울 숙련 인력도 함께 사라진다.


#노동시장#커리어#AI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