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9만 곡
신디사이저와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 컴퓨터로 녹음, 편집, 믹싱을 하는 음악 제작 소프트웨어)을 활용하려면 연주자나 프로듀서가 직접 다뤄야 했다. 반면 Suno와 Udio는 짧은 지시만으로 작곡부터 연주, 노래, 제작까지 해낸다. 음악 산업 매체 Hypebot의 한 기고자는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제작 과정을 누가 맡았는가’에 주목한다.
“도구가 지시문을 받아 곡 전체를 쓰고 연주하고 제작한다면, 그것은 예술가를 돕는 게 아니라 예술가의 일을 대신하는 셈이다.”
기술에 대한 공포가 언제나 과장됐던 것은 아니다. 유성영화가 등장한 지 3년도 되지 않은 1930년, 미국 극장에서 무성영화에 반주하던 음악가 2만 2,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새로 생긴 사운드트랙 관련 일자리는 200개도 되지 않았다. 미국음악가연맹은 50만 달러 넘게 들여 ‘통조림 음악’과 로봇에 반대하는 광고를 내보냈지만, 사라진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늘어난 것은 음악의 총량뿐이었다.
그렇다고 AI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의 시간과 노력이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상 가수 Xania Monet의 노래는 시인 텔리샤 ‘니키’ 존스(Telisha “Nikki” Jones)가 가사를 쓰고, Suno가 목소리와 편곡을 맡아 완성했다. 가사의 약 90%는 존스 자신의 삶에서 나왔다. 이 노래는 빌보드 라디오 차트 30위에 올랐고, 3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으로 이어졌다.
AI가 만든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공급량에서 드러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Deezer에 업로드된 완전 생성형 AI 음악은 2026년 4월 하루 7만 5,000곡에서 6월 9만 곡으로 늘었다. 전체 신규 업로드의 절반이 넘는 규모였다. 하지만 실제 청취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더구나 AI 음악 재생의 85%는 사기성 재생으로 판정돼 수익 정산에서 제외됐다. 청중의 선택을 받기 위한 공급이라기보다, 정산 제도를 노린 공급에 가까웠다.
차트는 명예가 아니라 배분표다
차트는 애초에 음악의 품질을 평가하려고 만든 제도가 아니었다. 빌보드가 1940년 7월 처음 발표한 전국 판매 차트도 업계를 위한 재고 정보에 가까웠다. 시카고의 백화점, 밀워키의 피아노점, 버밍햄의 라디오 수리점 같은 판매처에서 전주의 판매 상위 10곡을 받아 순위를 매겼다. 그전까지 주크박스 업자들의 보고가 ‘음악’이 아니라 ‘오락기기’ 지면에 실렸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차트의 목적은 좋은 음악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매장이 어떤 음반을 들여놓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데 있었다.
스트리밍 로열티도 품질 평가가 아니라 배분의 문제다. 정해진 재원을 전체 재생 수에서 각 곡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나누기 때문이다. 곡이 많아질수록 한 곡이 받을 수 있는 몫은 작아진다. 하루에 9만 곡이 새로 유입되는 현상은 취향의 변화이기 전에 산술의 문제인 셈이다. Spotify가 2024년부터 최근 12개월 동안 1,000회 미만 재생된 트랙을 녹음 로열티 계산에서 제외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기준을 충족한 곡들만 놓고 재생 비율을 다시 계산하는 것이다.
완전히 AI로 생성한 곡에는 로열티를 지급하지 말자는 요구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어떤 곡을 배분 대상에 포함할 것인가, 다시 말해 로열티 계산의 분모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Spotify는 2025년 9월까지 1년 동안 대량 업로드와 중복 등록, 메타데이터 조작 등에 연루된 스팸성 트랙을 7,500만 곡 넘게 삭제했다. 이때 판단 기준은 음악의 완성도가 아니라 업로드 방식이었다.
Deezer는 AI 생성곡을 추천과 편집 플레이리스트에서 제외한다. 따라서 AI 음악의 청취량이 적은 이유를 이용자의 선택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플랫폼의 노출 제한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플랫폼은 서로 다른 제도를 통해 서로 다른 자원을 나눈다. 정산은 돈을 배분하고, 추천과 차트는 관심을 배분한다. AI 표시 의무, 로열티 제외, 차트 제외, 허위 표시 제재를 따로 설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 제도가 무엇을 평가하느냐보다, 무엇을 누구에게 나누어 주느냐가 다르기 때문이다.
AI곡 퇴출, 판별은 신고에 맡겼다
AI곡, 차트 밖으로
호주음반산업협회(ARIA)는 2026년 8월 25일, 완전히 AI로 생성한 음악을 공식 차트에서 제외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8월 31일자 차트부터는 인간이 제작 과정의 상당 부분에 참여한 음원만 순위에 오를 수 있다.
협회는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 차트 집계를 거부하거나 순위를 조정할 수 있다. 이미 부여한 인증과 1위 어워드도 취소할 수 있다. AI 생성곡 금지가 권고 수준을 넘어 국가 차트의 공식 운영 규칙이 된 것이다.
다만 AI 생성 여부를 가려내는 체계는 아직 기술적 검사보다 관계자의 자발적인 신고에 의존한다. 2026년 7월 마련된 국제 표준은 음원을 ‘AI 생성’과 ‘AI 보조’로 구분하지만, 해당 표시를 붙이는 주체는 아티스트와 레이블, 유통사다.
이 표준은 주요 음반사들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중동, 북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남아프리카, 중남미의 공식 차트에 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AI 판별, 정확하지 않다
자동 검출 기술만으로 AI 생성곡을 정확히 판별하기도 어렵다. 검출 정확도는 원본 음원에서 85~93%에 이르지만, 여러 스템(stem, 악기, 보컬별로 분리된 음원 트랙)을 섞거나 마스터링을 거친 음원에서는 60% 아래로 떨어진다. AI 음악이 아닌데도 AI가 만든 것으로 잘못 판단하는 오탐률은 20~50%에 달한다.
장르에 따른 성능 차이도 크다. 한 검출기는 팝 음악에서 92%의 정확도를 보였지만, 비서구권 장르에서는 67%에 그쳤다. 이런 검출 결과만으로 차트 자격을 박탈하면 특정 장르의 음악가들이 더 자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AI보다 출처
최근의 규제와 판결은 음악이 AI처럼 들리는지보다 제작에 사용된 재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권리자가 사용에 동의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
EU AI법 제50조는 2026년 8월 2일부터 합성 콘텐츠에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표시를 넣도록 규정했다. 위반하면 최대 1,500만 유로 또는 전 세계 연 매출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기존 생성형 AI 시스템에는 12월 2일까지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독일 뮌헨 지방법원도 독일 음악저작권협회 GEMA와 AI 음악 기업 Suno의 소송에서 미국에서 진행된 AI 학습에 독일 저작권법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저작물을 학습용으로 복제하고 해당 모델을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Warner Music은 Suno와 합의하면서 무단 학습에 사용된 모델을 폐기하도록 했다. 앞으로는 허가받은 음악 카탈로그를 사용하고 아티스트별 동의도 받게 했다. 다만 이러한 선택권은 음반사와 계약 창구를 갖춘 소속 아티스트에게 먼저 돌아간다는 한계가 있다.
차트에 올릴 이름은 누구의 것인가
차트가 확인해야 할 것은 사람이 직접 노래했는지가 아니다. 누가 창작 방향을 결정했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미국 저작권청도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한 인간의 창작물은 보호한다. 반면 작품의 표현 요소를 기계가 결정했다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Xania Monet 측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 역시 AI 보컬의 완성도가 아니라 인간이 직접 쓴 가사다.
AI 창작물의 자격은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 첫째, 학습 데이터와 음원 등 필요한 재료를 정당하게 조달했는가.
- 둘째, 무엇을 만들지 결정한 사람이 명확한가.
- 셋째,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질 주체가 있는가.
이 조건들을 충족한다면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만으로 차트 진입 자격을 제한할 이유는 크지 않다.
영화계도 비슷한 기준을 마련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제99회 시상식부터 법적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고,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인간이 직접 연기한 경우만 연기 부문 심사 대상으로 인정한다. 각본도 인간이 작성해야 한다. 아카데미는 생성형 AI 사용 내역을 요구할 수 있지만, AI를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후보 자격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음악 산업에는 이러한 정보를 기록할 기반이 이미 있다. 음원을 식별하는 ISRC 코드와 정보를 유통하는 DDEX 메타데이터다. Spotify는 DDEX의 공시 표준을 채택한 뒤 2026년 4월부터 AI 크레딧을 시험 운영하고 있다. 보컬, 가사, 제작 등 AI가 사용된 부분을 곡마다 표시하되, 이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 반면 글, 일러스트, 영상, 코드 분야에는 아직 이에 견줄 만한 공통 표준이 없다.
신규 업로드 음원의 절반 이상이 AI로 제작되지만, 이들이 전체 청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그친다. 이는 제작 능력이 흔해질수록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신의 일에서 대체되고 있는 것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인지, 그 결과물에 이르는 판단인지 구분해야 한다. 최종 결과를 세상에 내놓을지 결정하고 그 결정에 이름을 거는 사람에게 정산과 순위도 돌아가야 한다.
출처
- Mark My Words: AI Music Is the End of the Artist Economy — Hypebot
- AI Music Tops 50% of Daily Uploads on Deezer — Deezer Newsroom
- Deezer: AI-generated tracks now represent 44% of all new uploaded music — Deezer Newsroom
- Musicians Wage War Against Evil Robots — Smithsonian Magazine
- AI Artist Xania Monet Climbs the Charts — And Signs a Multimillion-Dollar Record Deal — Billboard
- Xania Monet — Wikipedia
- Happy Birthday, Billboard Charts! — Billboard
- Track monetization eligibility — Spotify
- Spotify has deleted 75m+ tracks in ‘spammy’ AI music crackdown — Music Business Worldwide
- ARIA Sets AI Eligibility Rules for Its Charts — Billboard
- IFPI rolls out labels’ AI chart-eligibility principles — Music Business Worldwide
- AI Music Detection Tools: Accuracy & Limitations in 2026 — Soundverse
- The EU AI Act’s Transparency Rules — EU Artificial Intelligence Act
- Munich District Court Rules on AI-generated music GEMA v Suno — Bird & Bird
- Warner Music Group strikes deal with Suno — Music Business Worldwide
- AI-generated actors and scripts are now ineligible for Oscars — TechCrunch
- Spotify’s AI Song Credits Disclosure — Chartle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