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술을 가장 가까이서 아는 사람들은 대개 확산을 이끄는 쪽에 선다. 그런데 AI 업계에서는 개발자와 직원들이 회사의 방향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늘고 있다.
AI 연구소를 향한 400명의 행진
2026년 7월 11일, 약 400명이 샌프란시스코 OpenAI 본사에서 Anthropic과 Google DeepMind까지 행진했다. 주요 연구소가 모두 프런티어 모델(최첨단 범용 AI 모델) 개발을 멈추라는 요구였다. 3월보다 두 배로 커진 행렬에는 전, 현직 기술자와 일자리를 잃은 카피라이터가 섞여 있었다.
참가자 헌터 글렌은 해고 사유가 AI라고 공표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그렇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닷새 뒤에는 Google 직원 4,500여 명이 해고 보호와 퇴직급여 등을 요구하는 청원을 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발표된 감원 가운데 AI를 이유로 든 사례는 101,743건, 전체의 약 23%에 이른다. 기업이 비용 절감의 책임을 AI에 돌린 사례도 있겠지만, 고용 불안이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채용 절벽, 작아진 협상력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은 조직에 대한 불만을 ‘이탈, 항의, 충성’으로 설명했다. 이직이 쉬우면 항의보다 퇴사를 택한다. 테크 업계도 오랫동안 그랬다.
그러나 2026년 첫 두 달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신규 공고는 약 15% 줄었고 특히 주니어 직군이 타격을 받았다. 갈 곳이 줄자 사직 대신 집단 청원과 노조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직할 곳이 적으면 어떨까. 목소리는 커져도 협상력은 약하다.
자신의 기술이 동료를 지울 때
금속이나 콘크리트는 과거의 최대 응력(재료 내부에 단위 면적당 걸리는 힘)을 넘으면 미세균열의 파동을 내보낸다. 조직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나타난다. 평소보다 큰 부담이 특정 집단에 쏠렸다는 신호다.
그 부담은 과로만이 아니라 ‘도덕적 손상’에서도 온다.
도덕적 손상은 자신이 저질렀거나 막지 못한 일이 도덕 기준을 어길 때 생기며 소진과는 다르다. 동료의 자리를 없애는 자신의 기술을 지켜본 엔지니어라면 반발을 임금 문제만으로 보기 어렵다.

같은 달 7월 18일에는 전기요금 상승 등을 이유로 회사 밖에서도 42개 주 142곳에서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캘리포니아는 노동자 안전망과 AI 수익의 공익 활용을 검토했지만, 연방정부는 주별 규제를 제한하는 방향을 택했다.
해고보다 먼저 사라진 신입 채용
기업은 ‘증강’이라 부르지만 노동자는 ‘대체’로 겪는다. Anthropic의 사용 지표에서 둘의 비중은 2025년 내내 엎치락뒤치락했고 11월에는 증강이 52%였다. 고용 통계는 아니지만 같은 도구가 사람을 돕기도 하고 업무 전체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 경계에서 시위 참가자는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기보다는 부담을 먼저 느낀 집단에 가깝다. 그래도 재직자 4,500명은 실명으로 청원에 참여했다.
채용 쪽을 보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22~25세 고용은 생성형 AI 확산 뒤 상대적으로 16% 줄었다. 원인은 해고보다 채용 축소였다. 기존 직원이 AI의 도움으로 자리를 지키더라도 다음 세대를 뽑지 않는다면, ‘AI는 사람을 돕는다’는 말은 과연 모두에게 적용될까.
AI 도입의 결과는 현재 인력의 증감만으로 다 확인되지 않는다. 경력을 시작할 기회가 줄면 훗날 기술을 설계하고 판단할 사람들의 경험과 구성도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