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 시연과 토트 10만 개
2025년 로봇 기업에는 전체 벤처투자의 9%인 407억 달러가 몰렸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고객 시설에서 일한 Agility Robotics의 Digit은 약 75대, 가동 장소는 아홉 곳이었다. 누적 작업시간도 6만5천 시간에 그쳤다.
2026년 중국 춘절 갈라의 휴머노이드 군무도 AI가 균형을 제어했을 뿐, 동작 순서는 미리 짜여 있었다. 자율 작업보다는 정교한 안무에 가까웠다.
| 과제 | 성공률 |
|---|---|
| 시뮬레이션 RLBench | 89.4% |
| BEHAVIOR-1K (실제 가사 1,000종) | 12.4% |
| 창고 피킹 | 99% 이상 |
| 수건 접기 (20만 장) | 99.4% |
Digit도 물류센터에서 토트 10만 개를 옮겼다.
로봇은 좁은 작업을 아주 잘한다. 조건이 조금만 달라지면 그 능력은 이어지지 않는다.
로봇의 데이터는 인터넷에 없다
언어모델은 인터넷에 쌓인 문장을 학습했다. 로봇에는 그런 데이터가 없다. 힘과 마찰, 관절 각도, 물체의 변형까지 담은 자료가 드물어 실험이나 시뮬레이션으로 경험부터 만들어야 한다.
Everyday Robots는 2022년 매일 밤 클라우드 시뮬레이터에서 수만 대의 가상 로봇을 훈련시켰지만 최종 정확도는 약 84%에 그쳤다. 다른 로봇의 데이터를 합친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이종 로봇 강화학습 연구에서는 사족보행 로봇은 도움을 받았지만 이족보행 로봇은 오히려 성능이 낮아졌다. 몸의 구조가 다르면 남의 경험이 잡음이 될 수 있어서다.

π0.5 모델은 실환경 삽입 성공률이 42.5%였고, 강화학습을 결합한 π*0.6은 대부분 과제에서 약 90%까지 성공률을 끌어올렸다. 하드웨어 문제도 있다. 사람의 손은 접촉 순간 힘과 위치를 조절하지만 산업용 액추에이터는 정해진 위치를 지키는 데 맞춰져 있다.
결국 범용 로봇은 하나의 거대한 모델보다 추론 모델과 작업별 모델, 여러 제어계와 하드웨어가 협력하는 체계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로봇 가격은 반복이 낮춘다
제품은 같은 것을 많이 만들수록 싸진다. 태양광 모듈도 누적 설치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가격이 약 20% 하락했다. 시간보다 반복 경험이 비용을 낮췄다.
로봇도 기체 수보다 같은 작업의 반복 횟수가 중요하다. 한 대가 백 가지 일을 하면 작업별 반복 횟수는 그만큼 줄어든다. 창고 피킹과 수건 접기가 먼저 상용화된 것도 한 동작에 수십만 번의 경험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보험과 규제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자율 로봇은 사고 이력이 부족하고 사고가 기계 결함인지 알고리즘의 오판인지 가리기도 어렵다. 한 벤처투자 블로그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한 번이 로봇 전체의 위험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한다.
2027년부터 적용되는 EU 기계규정 2023/1230은 안전 소프트웨어와 작동 기록의 보존을 요구한다.
로봇은 공장과 함께 진화한다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기만 하지 않는다. 비버가 댐을 짓듯 자신에게 유리하게 환경을 바꾸기도 한다. 로봇 상용화도 비슷하다. 로봇이 인간의 공간을 완벽히 이해하기를 기다리기보다 작업장을 로봇에 맞게 고치는 쪽이 빠르다.
Amazon의 천장형 다중 팔 시스템 Blue Jay는 세 작업대를 하나로 합쳐 품목의 약 75%를 처리한다. 디지털 트윈으로 개발 기간도 3년 이상에서 약 1년으로 줄였다. 로봇과 함께 물류 동선과 설비도 바꾼 결과다.
상용화 가능성은 화려한 시연이 아니라 다른 데서 드러난다.
- 같은 작업을 얼마나 반복했는지
- 환경을 로봇에 맞게 바꿀 수 있는지
- 사고 기록이 보험료에 반영될 만큼 모였는지
군무나 백플립 영상은 어느 것도 보여주지 못한다.
휴머노이드는 오히려 환경을 고치기 어려운 곳에서 가치가 커진다. 생산라인을 다시 깔기 힘든 공장이나 사람 규격으로 지어진 건물이 대표적이다. 인간형 몸의 경제성은 지능의 범위보다 얼마나 큰 리모델링 비용을 아끼느냐에 달려 있다.
Physical AI는 어느 날 모든 일을 해내는 ‘한 방’으로 오지 않는다. 같은 작업을 오래 반복하고 필요하면 환경의 절반을 로봇에 맞춘 곳부터 자리 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