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남부지방법원 의견서와 G20 발언이 같은 주에 나왔다. 판결은 아직이다.
확인된 사실
2026년 9월 1일, 미국 법무부는 뉴욕남부지방법원에 계류 중인 In re OpenAI, Inc. Copyright Infringement Litigation에 이해관계 진술서(Statement of Interest)를 제출했다. 이 사건은 2023년 12월 《뉴욕타임스》가 OpenAI·마이크로소프트에 제기한 소송을 중심으로, 다른 언론사와 작가 소송이 병합된 다지구 소송이다. 담당 판사는 시드니 스타인(Sidney H. Stein)이다.
법무부는 28 U.S.C. § 517에 근거해 제출했다. 이 조항은 연방법원이 심리 중인 사건에서 미국 정부의 이해관계를 알릴 수 있게 한다. 구속력 있는 판결이 아니며, 법원이 채택할 의무도 없다.
같은 주 9월 2일,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G20 혁신장관회의에서 AI 기업이 창작물로 모델을 학습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되, 창작자를 보호하는 틀도 함께 마련하자고 말했다. 그는 공정이용(fair use)을 거론했으나, 대가·옵트아웃·라이선스 구조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9월 4일에는 OpenAI·마이크로소프트와 원고 언론사들이 각각 약식판결(summary judgment) 신청서를 냈다. 학습 단계의 공정이용 여부가 이 심리의 핵심 쟁점이다.
법무부가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서면의 핵심 논리
약 20쪽 분량의 서면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4요소 가운데 이용의 목적·성격(제1요소)과 시장 영향(제4요소)에 집중한다.
- 학습 복제는 기사를 다시 출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통계적 패턴으로 바꿔 언어를 예측하게 하는 과정이므로 “매우 변형적(extraordinarily transformative)”이라고 본다.
- 2025년 북캘리포니아 지방법원
Bartz v. Anthropic,Kadrey v. Meta의 변형적 이용 판단을 인용한다. - 제2순회 항소법원의
Authors Guild v. Google(2015)을 기준으로, 시장 침해는 원저작물의 대체 경쟁이 있는지 여부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챗봇이 원문을 그대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면 학습 자체는 원시장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 학습 단계와 출력(output) 단계를 분리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모델이 원저작물을 재구성·유포하는 출력은 이 서면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 이익 논거도 함께 적혀 있다. 학습을 광범위하게 침해로 보면 미국 AI 산업 형성이 어려워지고, 과학·경제·국가안보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2025년 1월 AI 리더십 관련 행정명령과 2026년 6월 후속 행정명령을 인용한다.
서면 서명자는 스탠리 우드워드 법무부 차관보(Associate Attorney General), 브렛 슈메이트 법무부 차관보, 마이클 와이스부흐 선임고문이다.
서면이 비워 둔 지점
- 창작자·언론에 대한 보상 의무, 법정 라이선스, 일괄 징수 기구는 다루지 않는다.
- 학습 데이터 입수 경로(공개 웹 수집, 유료 벽 우회, 해적판 데이터셋)를 일괄 정당화하지 않는다.
Bartz에서도 학습 자체와 해적판 보관은 따로 판단됐다. - 출력물의 실질적 복제, 검색 대체, 뉴스 요약 서비스의 시장 잠식은 열어 둔다.
- 델라웨어 지방법원
Thomson Reuters v. Ross Intelligence(2025)는 인용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생성형 모델이 아닌 법률검색 AI가 Westlaw 헤드노트로 경쟁 상품을 만든 사례로, 공정이용이 인정되지 않았다.
같은 주의 두 메시지: 법정과 G20
국내 소송 개입과 국제 규범 설득이 같은 주에 겹쳤다.
루트닉은 G20에서 “창작자와 발명가를 보호하는 틀을 만들되, 다음 세대 혁신가에게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정이용·공정거래(fair dealing)를 각국이 사실관계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판정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이른바 ‘캐롤라이나 원칙’이 채택됐다. 신기술에 대해 기존 법으로 다루는 것을 우선하고, 기존 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새로운 고려사항’에만 추가 규제를 두자는 취지다. 중국을 포함한 G20 회원국이 합의했다고 미국 측은 밝혔다. 동시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같은 회의 기간에 30곳 넘는 AI 기업에 AI법(AI Act)상 정보 요청을 보낸 것으로 보도됐다.
정부 입장은 “학습을 막으면 국가 경쟁력이 훼손된다”는 산업 논리와 “창작자 보호와 학습 허용을 같이 설계한다”는 외교 언어를 동시에 쓴다. 두 문장의 구체적 접점은 아직 없다.
기존 판결이 이미 갈라 놓은 선
이번 의견서는 백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미국 지방법원은 2025년 이후 학습과 데이터 입수를 분리해 보기 시작했다.
- Bartz v. Anthropic (N.D. Cal., 2025): 윌리엄 앨섭 판사는 합법적으로 입수한 책을 학습에 쓰는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해적 사이트에서 내려받아 영구 보관 도서관처럼 쌓아 둔 행위는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해적판 관련 청구는 2025년 합의로 넘어갔고, 2026년 7월 최종 승인된 합의금은 15억 달러다. 대상 도서 약 48만 권, 작품당 약 3,000달러 수준이다. 미국 저작권 집단소송 합의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 Kadrey v. Meta: 학습의 변형성을 높게 본 판단이 이번 법무부 서면에 반복 인용됐다. 시장 희석(market dilution) 관련 판시 부분은 법무부가 비판적으로 다룬다.
- Thomson Reuters v. Ross: 생성형 모델이 아닌 경쟁 법률검색 도구 사안에서 공정이용이 배제됐다. “원저작물과 같은 시장에서 대체재를 만든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생성형 LLM 학습 사건과 사실관계가 다르다.
정리하면, 미국 하급심은 “학습 = 무조건 합법”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입수했고, 결과물이 원시장을 대체하는가를 나누고 있다. 법무부 서면은 이 가운데 학습 단계의 변형성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반응의 축
언론·창작자 측
《뉴욕타임스》 대변인 그레이엄 제임스는 행정부가 “소수의 초대형 AI 기업 편을 들고, 작업을 가져간 미국 창작자들의 비용을 외면한다”고 밝혔다. 같은 성명에서 “AI와 창작자 모두 성장할 수 있다. 다만 저작권법이 요구하는 대로 콘텐츠 대가를 지불하면 된다”고 했다. 정부의 입장이 무허가·무보상 이용을 허용하고, 인간 창작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이 진영의 논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 학습용 복제 자체가 저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한다.
- 챗봇·검색 대체가 구독·광고·라이선스 시장을 잠식한다.
- 정부가 민간 분쟁에 개입해 권리자 협상력을 떨어뜨린다.
산업·성장 우선 측
OpenAI와 동종 기업은 공개된 자료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행위가 기존의 공정이용 법리에 부합한다고 본다. 법무부 서면은 이 방어논리를 행정부 차원에서 반복한 셈이다. 학습을 원칙적으로 라이선스 대상으로 두면 자본력이 있는 소수 기업만 데이터를 살 수 있고, 라이선스 대금은 대형 미디어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서면에 담겼다.
법리·제도 설계 측
일부 저작권법 실무에서는 의견서의 성격 자체를 문제로 본다. 정부는 당사자가 아닌데 본안 판단에 가까운 입장을 냈고, 불리한 선례(Ross)는 빠졌으며, 보상 메커니즘은 비어 있다. 반대로 행정명령과 국가안보를 저작권 해석에 끌어들인 점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의견서는 판결이 아니다. 다만 약식판결 심리 직전에 나와 재판부의 참고 자료가 된다.
라이선스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법정 공방과 별개로, 대형 매체는 일부 기업과 유료 계약을 맺고 있다.
2025년 5월 《뉴욕타임스》는 아마존과 생성형 AI 라이선스 계약을 발표했다. 뉴스, NYT Cooking, The Athletic 콘텐츠를 아마존 모델 학습과 알렉사 등 서비스 요약·발췌에 쓰도록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간 2,000만–2,500만 달러 규모라고 보도했다. 2024년 타임스 매출의 약 1% 수준이다. 타임스가 OpenAI를 상대로 소송을 유지한 채 다른 사업자와는 계약을 맺은 사례다.
OpenAI 역시 워싱턴포스트, 애틀랜틱, 가디언, 뉴스코프, 악셀슈프링거 등과 별도 계약을 맺어 왔다. 즉 시장은 “전면 무료 학습”과 “전면 유료화” 사이가 아니라, 소송으로 원칙을 다투면서 일부는 계약하는 이중 구조로 가고 있다.
법무부 입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라이선스의 법적 필요성은 약해진다. 다만 품질 높은 최신 뉴스, 유료 벽 안 콘텐츠, 브랜드 표시, 출력 단계 인용은 여전히 계약 수요가 남는다. 반대로 원고가 이기면 학습 원가가 올라가고, 중소 모델 개발사의 데이터 접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 밖에서는 같은 질문이 다른 법으로 간다
미국 공정이용은 사안별 형량이다. 유럽과 한국은 구조가 다르다.
유럽연합
EU에는 미국식 포괄 공정이용이 없다. 2019년 디지털단일시장 저작권지침(DSM) 제4조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 예외가 상업적 학습의 주된 창구다. 합법 접근이 전제이고, 권리자가 기계 판독 가능한 방식으로 권리를 유보(opt-out)하면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 AI법 제53조는 범용 AI 모델 제공자에게 이 유보를 식별·준수하는 정책을 요구하며, 모델을 EU 시장에 내놓는 경우 학습 장소와 무관하게 적용된다는 해석이 있다.
따라서 미국 법원이 학습을 공정이용으로 보더라도, EU 시장에 모델을 공급하는 기업은 옵트아웃·투명성 의무를 별도로 진다.
한국
한국은 저작권법 제35조의5 공정이용 조항을 생성형 AI 학습에 어떻게 적용할지 행정 가이드로 정리하는 단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6년 2월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를 냈다. 상업적 이용이나 웹 크롤링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정이용이 자동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보면서도, 뉴스 기사 전체를 학습해 상업적 요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형은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예시했다. 안내서는 법 해석 참고자료이며 법원 판결을 대체하지 않는다.
미국 행정부의 이번 입장은 한국 법원·감독당국을 구속하지 않는다. 다만 글로벌 모델 사업자의 학습 원가와 라이선스 협상 기준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 남는 쟁점
이번 사안을 “정부가 AI 학습을 합법화했다”고 읽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현재 확정된 것은 행정부가 특정 소송에서 학습 단계 공정이용을 지지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갈릴 지점은 다음이다.
- 스타인 판사가 학습 복제 자체를 공정이용으로 볼지, 입수 경로·출력·시장 대체까지 묶어 볼지.
- 약식판결에서 사실관계가 충분한지, 아니면 배심 심리로 넘어가는지.
- 출력 단계에서 기사 재구성·검색 대체가 별도 침해로 인정되는지.
- 해적판·우회 수집 데이터셋에
Bartz식 분리 법리가 언론 기사에도 적용되는지. - 국회나 저작권청이 보상·옵트아웃 입법을 별도로 추진하는지. 서면과 G20 발언 모두 그 설계도를 내놓지 않았다.
학습 데이터의 법적 지위가 정해지면 라이선스 가격, 모델 원가, 언론의 구독·라이선스 사업, 국가별 규제 차이에 따른 모델 출시 전략이 같이 움직인다. 지금은 그 분기점의 입구에 있다. 출구는 법원의 본안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