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새 11배 폭등한 전력가격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는 AI에 대한 이념적 거부와는 다르다. 갤럽 조사에서 지역 내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한 비율은 민주당 지지층 75%, 공화당 지지층 63%였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보수층의 반대율이 53%로 온건층의 44%보다 높았다. 이는 진보 성향 민주당원의 반대율 74%에 가까운 수치다. 정치 이념보다 소득 수준과 지역사회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여론에 더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반대 여론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 조사에서 반대율은 봄 49%에서 여름 61%로 12% 상승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69%, 공화당 지지층은 54%, 무당층은 53%가 반대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반대가 62%로 찬성 27%를 크게 앞섰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 효과를 설명한 뒤에도 반대율은 58%에 달했다.
로이터, 입소스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4%가 데이터센터의 빠른 건설에 부정적이었다. 77%는 전기요금 인상을 우려했고, 데이터센터 인근에 살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이러한 우려에는 경제적 근거가 있다. 13개 주에 전력을 공급하는 PJM 시장에서 발전용량 가격은 2년 만에 MW당 하루 28.92달러에서 329.17달러로 치솟았다. 독립 시장감시기관은 가격 상승분의 63%가 데이터센터 수요에서 비롯됐으며, 이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93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PJM 권역의 6,500만 명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은 약 30% 오른 데 이어 5%가 추가로 인상됐다. 2028년에는 가구당 월 부담이 70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은 이미 전체 물가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 2024년 말부터 1년 동안 소비자물가는 2.65% 상승했지만 전기요금은 6.7% 올랐다. 이후 4월까지 전기요금 상승률은 7.3%로 높아졌고, 도널드 트럼프 취임 이후 누적 상승률은 18%에 달했다.
응답자의 84%가 전기요금을 걱정하고, 80%가 고지서를 받아 들 때 무력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결국 ‘전기요금 반값’ 공약과 데이터센터 문제가 생활비라는 하나의 쟁점에서 맞닥뜨린 것이다.
연방주의는 왜 데이터센터에서 되살아났나
백악관은 중국과의 AI 경쟁을 강조하지만, 데이터센터 건설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공화당 후보들이 정치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오하이오가 대표적이다. 공화당 상원선거위원회는 데이터센터 문제가 존 허스티드 상원의원의 ‘목에 걸린 닻’이 됐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후보 셰로드 브라운은 허스티드를 ‘데이터센터의 얼굴’로 규정하는 광고에 수백만 달러를 투입했다. 실제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후보들의 데이터센터 관련 발언은 긍정에서 부정으로 돌아섰으며, 공화당 후보들의 반대 목소리가 더 강했다. 미시간의 공화당 후보 마이크 로저스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간 유예하는 방안까지 지지했다.
텍사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민주당이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자,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관련 인허가를 전수 감사하고 물, 전력 사용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Amazon이 200억 달러를 투자한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경합 지역구 네 곳이 모두 공화당 의석이다. 비용 논란이 커질수록 공화당의 선거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이에 백악관은 건설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데이터센터 비용이 주민에게 전가된다는 우려를 해소하는 데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3월에는 빅테크 기업 7곳이 전력망 연결과 부대시설 건설 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고 서약했다. 7월에는 참여 범위가 200여 개 기관과 미국 전력 공급량의 80%를 포괄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Meta는 전력망 접속비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고,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업체 Crusoe는 900메가와트 규모의 자가발전 시설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을 강제할 규정은 없다. 미국 성인의 75%가 기업들의 자발적 약속을 믿지 않는 이유다. 공화당 지도부는 전기요금 상승의 책임을 재생에너지에 돌리고 있지만, 공화당 지지자의 54%조차 데이터센터를 요금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데이터센터 규제를 둘러싼 갈등은 공화당 내부의 연방주의 논쟁으로도 번졌다. 백악관은 2025년 12월 행정명령을 통해 주정부의 AI 규제를 무력화하려 했지만, 아동 안전과 주정부 조달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관련 법률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주의 규제 권한을 제한하는 연방 선점 조항은 의회에서 두 차례 무산됐다. 공화당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조시 홀리 상원의원 등 공화당 주요 인사들도 데이터센터를 규제할 권한은 주정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중국을 앞서기 위한 AI 패권 경쟁’이라는 백악관의 구호도 전기요금과 물 부족을 걱정하는 지역 유권자, 그리고 주의 권한을 중시하는 공화당 내부의 연방주의 앞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와 표밭 사이에서 갈등하는 민주당
민주당도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 금지하기는 어렵다. 대규모 일자리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 건설노조는 이를 이유로 빅테크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미네소타의 노동계도 세제 혜택을 지지하며 건설 유예에 반대했다. 메인주에서는 데이터센터 영향 연구 법안에 한시적 건설 금지 조항이 추가되자 노조가 지지를 철회했다. 노조는 이 문제가 민주당에 대한 충성도를 확인하는 시험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운이 허스티드를 공격한 것은 건설노조와의 결별까지 감수한 선택이었다. 지역 노조들은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를 나눠 지지해 왔다. 위스콘신의 민주당 후보 데이비드 크롤리 역시 노조의 요구와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주지사들은 건설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전기요금과 세금 제도를 손보는 방식을 택한다.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2025년 Amazon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듬해에는 강력한 규제를 내세우며 공화당 도전자를 ‘데이터센터의 1호 팬’이라고 공격했다.
애비게일 스팬버거 버지니아 주지사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에 따라 소비세를 부과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데이터센터 전용 송전설비 비용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다만 수정 과정에서 규제 강도가 약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노조 및 전력회사와 타협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현실을 보여준다.
뉴욕주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규모 전력 사용자의 전력망 접속 절차와 비용 분담 방식, 요금 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짓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누가 비용을 내느냐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이 확산하는 동안, 건설 투자도 더 빠르게 늘었다. 2026년 1분기에만 75건이 넘는 사업이 차단되거나 지연됐다. 사업 규모는 모두 1,300억 달러에 달한다. 반대 단체는 49개 주 833곳으로 퍼졌고, 14개 주와 연방의회에서는 건설 유예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착공액은 2023년 149억 달러에서 2025년 777억 달러로 5배 이상 증가했다. 2026년 1분기 경제성장의 약 74%는 AI 데이터센터와 소프트웨어 투자에서 나왔다. 관련 투자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두 배로 늘어 1.4%에 이르렀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경기 지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전면적인 건설 중단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선거가 바꾸는 것은 데이터센터의 존폐보다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에 가깝다.
- 버지니아주는 25MW 이상을 사용하는 대형 고객에게 14년 계약을 요구한다. 계약한 송전 수요의 85%와 발전 수요의 60%에 대해서는 실제 사용량과 관계없이 최소 비용을 내도록 했다.
- 오리건주도 20MW 이상 고객에게 별도 요금제와 10년 계약을 적용한다.
-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 역시 데이터센터 비용이 일반 가구에 전가되지 않도록 송전 비용의 배분 방식을 손질했다.
조지아주는 이러한 갈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민주당은 2025년 공익사업위원회 두 석을 차지했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위원회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160억 달러 규모의 설비 확충안을 승인했다. 2026년 선거에서는 단 한 석이 위원회의 통제권을 좌우한다.
세금 감면도 쟁점이다. 11개 사업에 제공된 혜택은 새로 생긴 일자리 한 개당 평균 195만 달러였다. 조지아주의 전체 감면 추정액은 25억 달러로, 기존 예상보다 664% 상향됐다. 지역 주민들은 투표와 조례로 직접 제동을 걸고 있다. 몬터레이파크에서는 주민의 88.3%가 데이터센터 영구 금지에 찬성했고, 샌마커스, 포사이스, 서머벨에서도 조례와 주민투표를 통해 건설이 저지됐다.
AI 업계 역시 주별 규제를 실질적인 위험으로 보고 있다. 1억4천만 달러 규모의 AI 업계 정치자금 네트워크인 ‘Leading the Future’는 주마다 다른 규제 대신 단일한 연방 기준을 만들려 한다. 이 단체는 예비선거에 2,4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으며, 뉴욕주의 한 의원을 상대로 한 선거에만 800만 달러를 투입했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은 이미 정당별 언어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공화당은 세금과 전력망 부담을, 민주당은 물 사용과 환경 문제를 앞세운다. 과거 수압파쇄(프래킹) 반대 운동이 업계의 ‘반에너지’ 공세를 거치며 당파화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백악관의 자율규제 서약과 업계가 추진하는 연방 차원의 규제 선점이 성공한다면,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비용은 다시 일반 가구로 넘어갈 수 있다. 결국 2026년 선거의 핵심은 데이터센터를 지을지 말지가 아니다. 그 비용을 가구와 사업자 중 누가 부담할지를 주 공익사업위원회 선거와 카운티 주민투표가 결정하게 된다.
출처
- Why data centers are a top issue in the 2026 midterms — Brookings
- America’s data center backlash is bipartisan — can it stay that way? — Grist
- Projected data center growth spurs PJM capacity prices by factor of 10 — IEEFA
- The data center backlash bursts into the midterms — The Philadelphia Inquirer
- President Trump’s Ratepayer Protection Pledge — The White House
- Building trades, Big Tech join forces to push data centers — Spotlight PA
- State Regulation of Data Centers in 2026 — ArentFox Schiff
- Data center opponents have blocked or delayed projects worth nearly $130 billion in 2026 — NBC News
- States Rethink Data Center Tax Incentives as Costs Soar — MultiState
- What AI companies want for the millions they’re spending on elections — CN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