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비스는 물리적 기반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연산 시설의 입지는 지역의 자원 배분과 생활비에 직접 영향을 준다.

가뭄 지역으로 몰리는 데이터센터

미국에 들어설 데이터센터 809곳 중 517곳은 최근 1년 내내 가뭄을 겪은 지역에 지어진다. 건조한 땅은 값이 싸고 세제 혜택이 많으며 장비 부식도 적다. 물 부족이 비용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이런 조건이 가뭄 지역을 오히려 유리한 입지로 만든다. 그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

이 비용은 결국 주민에게 돌아가며, 미국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량은 2023년 174억 갤런에서 2028년 최대 730억 갤런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형 시설 하나가 하루에 작은 도시만큼 물을 쓰고, 전력 수요가 만든 비용 93억 달러는 소비자의 전기요금에 얹혔다. 예컨대 애리조나주 투손이 물 부족을 이유로 편입을 거부하자 개발사는 시 경계 밖의 기존 부지에서 냉각 설계를 바꿔 사업을 이어갔다.


AI의 병목은 전력과 물이다

‘최소량의 법칙’에 따르면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가장 부족한 자원이다.

나무통에 물을 가장 짧은 널판 높이까지만 담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이 원리를 AI 산업에 옮기면, 성장을 제약하는 자원은 GPU나 데이터가 아니다. 전력과 물이다. 텍사스만 해도 2026년 8월 데이터센터 계통연계 대기 사업을 전수 조사하고, 물 사용 계획 등을 내지 않으면 전력망 연결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 문제를 풀면 토지와 주민 동의가 다음 제약이 된다. 한편 건식 냉각은 공기로 열을 내보내 물을 거의 쓰지 않지만, 폐쇄형 냉각은 냉각수를 순환시켜 재사용해도 외부로 열을 버릴 때 증발탑을 쓰면 여전히 물을 소비한다. 두 기술의 도입 비용은 돈을 더 들이면 해결할 수 있지만 싼 물값이 새 기술의 도입을 늦춘다.


토큰 하나에 담긴 물

‘가상수’는 상품을 만드는 데 든 물까지 함께 거래된다고 보는 개념이다. 밀 1톤을 수입하면 재배에 쓴 물 약 1,300㎥도 함께 딸려 온다. 이를 발전시킨 토니 앨런은 2008년 스톡홀름 물상을 받았다.

한 사람이 우물 옆에 서서, 우물물이 땅 밑 관을 타고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본다

같은 눈으로 보면 AI 토큰에도 가상수가 들어 있다. 애리조나의 물로 만든 연산 자원을 도쿄의 이용자가 소비할 수 있다. GPT-3의 중간 길이 응답 10~50건에 물 500㎖가 든다는 추정도 있지만, 실제 사용량은 지역과 시간, 발전원에 따라 달라진다.

농업은 오랜 측정 끝에 콜로라도강 유량의 32%가 사료작물 관개에 쓰인다는 분석까지 내놓았지만, 데이터센터는 다르다. 텍사스에서는 계량기 자료가 공개 대상에서 빠졌고, 조사에 답한 사업자도 3분의 1이 안 됐다. 사용량이 영업 정보로 보호되기 때문이다. 주민은 얼마나 많은 물이 외부 이용자를 위해 쓰이는지도 모른 채 개발을 판단해야 한다.


가져간 양보다 돌려놓는 양

‘취수’는 수원에서 가져온 양, ‘소비’는 증발하거나 제품에 들어가 당장 다시 쓸 수 없게 된 양이다. 실제 부담을 가르는 것은 물을 얼마나 가져갔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돌려놓았는지다. 취수량 중 실제 소비 비율은 1995년 미국 자료 기준으로 관개가 약 61%, 가정과 상업이 22%, 화력발전이 3%였다.

용도취수량 중 소비 비율
관개약 61%
가정·상업22%
화력발전3%
증발냉각 데이터센터70~90%

증발냉각(물을 증발시켜 열을 내보내는 냉각 방식) 데이터센터는 가져온 물의 70~90%를 소비한다. 그런데 취수량만으로 요금을 매기면 물을 돌려주는 시설과 증발시키는 시설의 차이가 사라진다.

그래서 허가와 요금을 순소비량에 연동하면 이 문제가 풀린다. 물의 90%를 소비하는 시설에는 높은 비용을, 5%만 쓰는 시설에는 낮은 비용을 매기는 방식이다. 그러면 폐쇄형 냉각이 유리해지고 행정구역을 옮겨 규제를 피하기도 어려워진다. AI 산업이 그동안 누려온 ‘싼 물’에 실제 가격을 매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디지털 서비스의 소비자와 자원 부담을 지는 주민은 대개 같은 곳에 있지 않다. 보이지 않던 비용이 측정 가능한 항목이 되면 기술 경쟁은 속도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진다.


#AI 산업#불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