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모델들이 개방형 질문에서 서로 비슷한 응답으로 수렴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회사와 규모가 달라도 같은 은유와 같은 문장 구조로 좁혀지는 이 경향은, 단순히 모델 간의 유사성을 넘어 인간의 표현 습관까지 끌어당기는 힘으로 작동한다. 그 힘을 인공 하이브마인드라고 부를 수 있다.
같은 강물로 흘러간 25개 모델
워싱턴대·카네기멜론대·앨런AI연구소·릴라 사이언시스·스탠퍼드 공동 연구진을 이끈 리웨이 장은 GPT-4o, Claude 3.5 Sonnet, Llama 3.1, Qwen 2.5를 포함한 25개 언어모델에 “시간에 대한 은유를 써라”는 개방형 과제를 각각 50번씩 반복했다. 모델을 만든 회사와 규모가 제각각이었는데도 응답은 두 갈래로 좁혀졌다. 하나는 시간을 강물에 비유하는 표현이었고, 다른 하나는 직조공에 비유하는 표현이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26,000개의 실제 개방형 질문과 31,250개의 인간 평가로 구성된 Infinity-Chat 데이터셋으로 정량화해 논문 “Artificial Hivemind: The Open-Ended Homogeneity of Language Models”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NeurIPS 2025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수렴은 은유의 소재를 고르는 단계에서 끝나지 않았다. 서로 다른 회사가 각자 학습시킨 모델들이 문장 표현까지 거의 동일하게 만들어내는 사례가 반복해서 관측됐다. 연구진은 한 모델이 자기 응답을 계속 반복하는 현상을 모델 내 자기반복으로, 서로 다른 모델들이 서로를 닮아가는 현상을 모델 간 균질성으로 구분했다. 다만 수렴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겹치는 사전학습 데이터, 합성 데이터로 인한 오염, 비슷한 정렬 관행이 후보로 거론되지만 어느 쪽이 결정적인지 가려낸 실험은 아직 없다.
한 갈래의 설명은 정렬 훈련 자체를 지목한다. 인간 선호로 미세조정된 모델이 지도 미세조정만 거친 모델보다 출력 다양성이 낮다는 관찰이 여러 연구에서 반복됐다. 일부 연구자는 이 현상에 생성적 모노컬처라는 이름을 붙였다. 선호도에 맞춰 무난한 응답을 강화하는 과정이 분포의 꼬리를 구조적으로 깎아낸다. 이 현상은 실험실 밖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교육전문매체 The Hechinger Report는 최근 여러 대학 강사들이 학생 에세이가 서로 놀랍도록 비슷해졌다고 증언한 사례를 다뤘다. 다른 학생이 다른 주제로 쓴 글인데도 문장의 리듬과 전개 방식이 겹쳤다. 수렴의 중심이 “시간은 강이다”처럼 서구 문학 전통에 속한 은유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모델들이 기본값으로 삼는 표현이 애초에 특정 언어권으로 기울어 있다면, 균질화는 문체의 문제를 넘어 어떤 문화의 상상력이 디폴트가 되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개인은 나아지고 집단은 닮아가는 역설
연구자 도시와 하우저가 2024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이 이 분야의 기준점이 됐다. 온라인 단편소설 창작 실험에서 일부 작가에게 생성AI가 만든 플롯 아이디어를 제공하자 그 작가들의 개별 이야기는 더 창의적이고 더 잘 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 작가들의 이야기들끼리는 서로 훨씬 더 비슷해졌다. 개인은 AI를 쓸수록 유리해지지만 집단으로 놓고 보면 새로운 콘텐츠의 폭이 좁아지는 구조였다.

조지타운대의 문, 그린, 쿠슐레브는 2024년 세 개의 사전등록 실험에서 2,200편의 에세이를 분석했다. 인간이 쓴 에세이는 GPT-4가 쓴 에세이보다 집단 의미 다양성에 약 2배에서 8배 더 기여했다. 프롬프트와 파라미터를 여러 방식으로 조정해도 이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2025년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에 실린 마인케 등의 연구는 800명 이상, 40개국 이상이 참여한 다섯 개의 실험으로 브레인스토밍에서도 같은 패턴을 확인했다. 마흔다섯 번의 통계 비교 가운데 서른일곱 번에서 ChatGPT의 도움을 받은 브레인스토밍이 유의하게 더 좁은 아이디어 집합을 만들어냈다. 같은 저널의 다른 연구는 ChatGPT가 개인의 아이디어 창의성 점수 자체는 끌어올린다고 보고했다. 두 결과는 개인과 집단이라는 서로 다른 층위를 측정했기 때문에 모순되지 않는다.
손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방식으로 발생한다. 균질화는 한 사람의 창의적 발상 범위를 줄여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비슷한 아이디어를 나눠주면서 생긴다. 비용은 개인의 경험에는 잡히지 않고 여러 사람의 결과물을 나란히 놓고 비교할 때만 드러나는 외부효과다.
2026년 3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윌리엄스체시와 야케쉬 등의 실험은 2,582명이 참여한 두 개의 사전등록 실험으로 이 영향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특정 입장으로 편향된 자동완성을 제시하는 AI 글쓰기 도우미를 쓴 참가자들의 표현된 태도는 그 AI가 가리키는 입장 쪽으로 기울었다. 대다수는 자신이 편향된 제안에 노출됐다는 사실도, 그 노출이 자신에게 영향을 줬다는 사실도 알아채지 못했다. 사전에 편향 가능성을 경고해도 그 효과는 줄어들지 않았다. 영향력은 아이디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나오지 않고 그저 노출되는 것만으로 작동했다.
균질화가 항상 손실인 것은 아니다. 수학 풀이나 정형 보고서, 코드 정리처럼 정답이 하나로 수렴해야 하는 과제에서는 표준화가 오히려 바람직하다. 위험은 원래 발산이 미덕인 창작과 판단의 과제에 같은 방식으로 AI를 적용할 때 나타난다. 방법론을 둘러싼 논쟁도 있다. 도시와 하우저의 실험은 모든 참가자에게 고정된 단일 프롬프트를 줬는데, 이는 상호작용의 여지를 애초에 없앤 설계였다. 후속 연구자들은 다양성 손실이 생성AI 자체의 한계가 아니라 AI를 정적이고 일방향으로 배치한 방식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붕괴가 안팎에서 닫히는 같은 고리
연구자 슈마일로프 등이 2024년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는 생성 모델을 반복해서 스스로 만든 합성 데이터로 재학습시키면 출력의 다양성과 품질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무너진다는 사실을 보였다. 인터넷에서 실제 데이터와 생성된 데이터를 구분하지 않고 긁어 학습시키는 지금의 관행이 이 붕괴가 일어날 조건을 만든다.
이 기술적 붕괴와 앞서 다룬 문화적 균질화는 같은 고리의 안쪽과 바깥쪽이다. 모델은 인간이 만든 데이터로 학습하며 균질해지고, 그렇게 균질해진 모델이 만든 텍스트를 읽고 쓰면서 인간의 표현도 균질해진다. 그 인간의 출력은 다시 다음 세대 모델의 학습 데이터로 흘러 들어간다. 2025년 4월 SEO 분석업체 Ahrefs가 신규 웹페이지 9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새로 만들어진 페이지의 74.2%가 AI가 생성에 관여한 콘텐츠를 포함했다. 순수 AI 생성은 2.5%에 그쳤고 나머지는 인간과 AI가 섞인 콘텐츠였다. 다음 세대 모델이 학습할 웹의 상당 부분에 이미 이전 세대 모델의 흔적이 섞여 있다.
고리는 어느 쪽에서든 끊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데이터 쪽에서도, 표현 쪽에서도 끊는 지점을 설계하고 있지 않다.

설계로 완화할 수 있는 균질화
도시와 하우저는 후속 실험에서 단일 프롬프트 대신 열 개의 서로 다른 생성AI 페르소나로 구조화한 프롬프팅을 걸어 300개의 플롯을 만들었다. 임베딩 분석에서 다양성이 인간 단독 기준선에 근접하거나 일부 조건에서는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다. 생성AI라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배치하는 방식이 획일적이었던 점이 문제로 드러났다.
2026년 사이언스다이렉트에 실린 후속 연구도 다른 경로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다양한 AI 페르소나를 쓴 인간-AI 협업 아이디어 발상은 균질화 효과를 완화했다. 균질화를 만드는 것은 AI가 참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참여 방식이 단조롭다는 사실이었다.
역할의 순서도 갈림길이다. 여러 연구를 가로질러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인간이 먼저 아이디어를 발산시키고 AI가 다음 단계에서 평가·정제·표준화를 맡으면 다양성이 보존된다. 반대로 AI가 발산 단계부터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그 뒤에 나오는 모든 인간의 산출물이 같은 출발점을 공유하게 된다.
노출만으로도 영향이 작동한다는 앞서의 발견은 처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스스로 먼저 생성한 뒤에 AI 아이디어에 노출되는 조건에서는, 같은 노출도 다양성을 깎기보다 오히려 넓히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관찰이 나온다.
이 원리를 개인 단위에서 이미 실행하는 사례도 있다. 문체 가이드에 AI가 반복적으로 쓰는 상투적 표현을 목록화해 금지하고 위반 등급을 매겨 결과물을 감사하는 방식은, AI로 쓰되 AI 분포의 평균에서 의도적으로 이탈시키는 개인 수준의 다양성 공학이다. 생성이 아니라 정제의 자리에 AI를 두고 발산은 사람이 먼저 맡는다는, 앞선 연구들의 처방을 글쓰기 실무에 옮긴 것에 가깝다.
시장은 이미 이 격차에 값을 매기기 시작했다. AI 탐지 기술이 고도화되고 사람이 직접 썼다는 인증에 프리미엄이 붙는 흐름은, 균질화가 진행될수록 분포의 꼬리, 즉 뚜렷하게 남는 개인 문체의 경제적 가치가 오르는 헤지다. 더 근본적인 처방은 개인의 프롬프트 습관이 아니라 모델을 만드는 훈련 목표 자체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나의 평균적 인격이 아니라 관점의 스펙트럼을 보존하도록 정렬하는 다원적 정렬 연구는 균질화 문제의 최종 해법이 사용자 쪽이 아니라 훈련 쪽에 있다고 본다.
하이브마인드의 반대말
이 시리즈는 처음부터 상각의 언어로 AI 인프라를 설명해 왔다. 하네스도 GPU도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깎인다. 그런데 표현의 다양성은 상각되는 자산이 아니라 침식되는 공유자원에 가깝다. 개인이 AI로 얻는 생산성 이득은 사유화되지만 다양성의 손실은 공동체 전체로 사회화된다. 이는 규제도 시장 가격도 잡아내기 어려운 외부효과다.
인쇄술이 지역 방언들을 표준어 아래로 밀어 넣으면서도 문학의 폭발을 가져왔다는 역사는, 균질화된 바닥 위에서 오히려 차별화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선례를 준다. 다만 방언의 침식에는 다시 방언을 살리는 자연스러운 되먹임이 없었던 반면, 지금의 고리는 오늘의 평균이 내일의 학습 데이터가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다르다. 회복 메커니즘이 없으면 침식은 멈추지 않고 계속 누적된다.
비영어권 필자는 이 고리를 두 번 통과한다. 모델의 기본값이 서구 언어의 표현 관습으로 기울어 있다면, 자기 언어 안에서 겪는 수렴과 번역투를 거쳐 다른 문화의 평균으로 흡수되는 수렴을 동시에 겪는다. 번역투에 저항하는 글쓰기는 단순한 문체 취향이 아니라 표현의 다양성을 지키는 실천이다.
인공 하이브마인드의 반대말은 AI를 피하는 고립이 아니다. 발산은 사람이 먼저 하고 AI는 정제와 표준화를 맡는 순서, 다양한 페르소나로 배치를 흩뜨리는 설계, 자기 문체가 AI의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스스로 감사하는 습관, 이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해야 다양성이 유지된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쓰는 시대에 다양성은 저절로 주어지는 배경이 아니라 개인과 조직이 매번 비용을 치르고 다시 만들어내야 하는 자원이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쓰는 시대에 다양성은 더 이상 기본값이 아니다. 발산의 순서와 배치의 방식, 그리고 자기 문체를 지키는 습관이 없으면 표현의 폭은 조용히 좁아진다. 그 폭을 다시 넓히는 비용은, 앞으로 개인과 조직이 감수해야 할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