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문장은 대개 좋은 문장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읽기 쉬운 문장을 대량으로 만들면서 읽는 순간의 호감이 작품의 가치를 얼마나 설명하는지는 복잡해졌다.

선호와 선택의 차이

미국 빌라노바대학교 연구진이 성인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 실험했다. 참가자들은 ChatGPT가 쓴 단편에 인간 작가의 작품보다 품질은 6%, 몰입도는 8% 높은 점수를 줬다. AI 작품을 가려낸 비율은 40~52%에 그쳤다. 문학 경력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작품에 붙은 설명에 따라 평가도 달라졌다. 같은 이야기라도 인간이 썼다고 하면 점수가 3% 올랐다. AI 작품을 인간 작품이라고 소개했을 때 평가가 가장 좋았다.

사람들은 인간의 창작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읽을 때는 쉽고 매끄러운 문장에 끌렸다.

2024년 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판별 정확도는 46.6%였고, AI 시가 리듬과 아름다움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연구 책임자 디나 스콜닉 와이스버그는 AI 글이 명료하고 직접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는 독자가 뜻을 짐작하게 두지 않고 바로 알려 준다. 읽기 쉬운 정보를 더 좋게 느끼는 ‘처리 유창성’이 작용했다. 실제로 아름다움에서 오는 쾌감은 대상뿐 아니라 그것을 처리하는 수월함에서도 생긴다. 창작을 향한 지지와 실제 문장 선택은 어긋난 것이 아닌가.


글에도 음량 조절이 필요한가

1950년대 동물행동학자 니코 틴베르헌은 재갈매기 둥지에 실제 알보다 큰 모형을 놓았다. 어미 새는 제 알을 두고 거대한 가짜 알을 품었다. 실제 신호를 과장한 모형이 본래 대상을 밀어낸 ‘초정상 자극’ 실험이다.

새가 자기 알보다 훨씬 큰 가짜 알 위에 앉아 있고, 진짜 작은 알은 옆에 방치돼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문장 감각도 모든 글을 사람이 쓰던 시대에 형성됐다. 예전에는 명료한 문장이 오랜 퇴고의 결과였다. 이제 생성형 AI는 그런 문장을 순식간에 만들어 낸다.

음악 산업의 ‘라우드니스 전쟁’도 비슷했다. 짧게 비교하면 큰 소리가 더 인상적이어서 제작자들은 음량을 계속 키웠다. 그 과정에서 악기의 질감과 보컬의 미세한 변화가 사라졌다. 지금은 Spotify처럼 재생 음량을 기본 -14 LUFS(청취자가 느끼는 소리 크기의 단위)로 맞추는 서비스가 많다. 과도하게 키운 음원도 자동으로 작아지니 압축의 이점은 사라지고 손실만 남는다.

산문 시장에는 이런 조정 기준이 아직 없다. 아마존 장르소설 1만4,419종을 분석한 연구에서 본문의 25%를 초과해 AI 텍스트로 추정된 책은 전체의 20%, 판매량의 12.1%를 차지했다. 2026년 2분기에는 AI 텍스트가 일부라도 검출된 책이 상위 25위권의 약 40%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팔린 책은 19.2배가 됐지만 매출은 8.9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창한 글과 경쟁작은 급증했다. 독자의 지출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모두가 음량을 높이자 누구도 더 크게 들리지 않았다.


돌을 돌답게

문학이 늘 쉽게 읽히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다. 러시아 비평가 빅토르 슈클롭스키는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보여 줘 지각을 늦추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봤다. “돌을 돌답게” 만드는 기법이었다. 바로 이해되지 않는 순간도 작품의 일부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모든 불편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읽기 어려운 글꼴이 기억을 돕는다는 주장은 후속 실험에서 재현되지 않았다. 글자를 알아보기 힘든 것과 인물의 모호한 동기 때문에 앞부분을 다시 읽는 것이 어찌 같겠는가. 전자는 독서를 방해하지만 후자는 해석을 깊게 한다.

그런데 단편을 읽자마자 매기는 점수는 빠르고 명료한 문장에 유리하다. 장편에 필요한 복선과 인물의 일관성, 긴 호흡의 정보 배치까지는 측정하지 못한다. 실제로 중국 웹소설 플랫폼 판치에 노벨 독자들이 AI 창작에서 지적한 문제도 후반부의 맥락 붕괴, 복선 미회수, 모순된 인물 행동이었다. 짧은 구간은 자연스러워도 긴 구조는 유지하지 못했다. 지금의 평가는 음량만 재고 표현의 폭은 재지 못한다.


문장은 쉽게, 의미는 천천히

몰입 점수는 읽는 동안 얼마나 막힘이 없었는지를 보여 준다. 뜻을 직접 밝히고 추론 부담을 줄인 AI 이야기가 유리하다. 반면 인간의 글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창작 과정과 작품이 오래 지니는 가치에 관한 판단이다. 둘은 모순되지 않는다. 실험은 주로 읽는 순간만 측정했을 뿐이다.

오히려 작품의 가치는 다 읽은 뒤에도 나타난다.

  • 일주일 뒤에도 문장이 떠오르는가.
  • 다시 읽을 때 첫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는가.
  • 지나쳤던 정보가 뒤늦게 제 역할을 하는가.

이런 잔상은 매끄럽게 넘어간 곳보다 잠깐 걸리는 대목에서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간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일부러 난해하게 쓰는 기술이 아니다. 문장은 쉽게 쓰되 무엇을 늦게 밝히고 어떤 단서를 뒤에서 회수하며 무엇을 끝내 설명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능력이다. AI가 유창한 문장을 값싸게 만들수록 작품의 차이는 문장보다 구조에서 벌어진다.

따라서 평가 기준도 완독률과 즉시 별점을 넘어 재독률, 인용 빈도, 시간이 지난 뒤의 회상까지 넓어져야 한다. 독자도 평가를 며칠 미뤄 볼 수 있다. 인간의 문장을 맞히려 애쓰기보다 무엇이 오래 남는지 살피는 편이 낫다. 인간 작가의 경쟁력은 불편함이 아니라 손쉬운 편안함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구조와 잔상에 있다.

다만 독서 직후의 반응은 기록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난 뒤 남은 것은 같은 방식으로 집계하기 어렵다. 측정 방식이 그대로라면 작품도 측정 가능한 반응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AI 글쓰기#창작#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