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스스로 고른 결과처럼 보이지만 선택지는 언제나 먼저 배열된다. 추천이 편리해질수록 고르는 과정에서 사라진 후보를 알아차리기는 어려워진다.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커지는 권태
추천 시스템은 지금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잘 골라내지만, 당장의 클릭을 정확히 예측한다고 해서 오래 만족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실제로 토론토대 경영학자 샘슨 나이트의 모형에서는 추천의 예측력이 높아질수록 장기 만족도가 오히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익숙함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낯선 대상을 반복해서 접할수록 호감을 느끼지만, 어느 순간부터 싫증을 낸다. 선호가 중간 정도의 낯섦에서 정점을 찍는다는 ‘역U자 곡선’이다. 그래서 추천 시스템은 우리가 좋아한 것을 계속 보여주기 때문에 이 정점을 지나치기 쉽다.
그렇게 비슷한 구성과 리듬이 이어지면 한 곡이나 한 프로그램을 넘어 장르 전체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실제로 2026년 상반기 록 청취의 75%는 발매된 지 5년이 넘은 곡이었다.
문제는 클릭은 즉시 집계되지만 싫증은 늦게 드러난다는 데 있다. 단기 참여를 높이는 최적화가 장기적으로 진부함과 이탈을 부를 수 있지만, 그 비용은 이용자가 장르를 떠난 뒤에야 보인다.
알고리즘은 왜 기다리지 못하나
사람의 감각은 자주 접하는 자극에 맞춰진다. 영어 단일언어 환경의 영아는 생후 6~8개월에는 힌디어의 치경음과 권설음 파열음 음소(뜻을 구별하는 최소 소리 단위) 대립을 구별하지만, 10~12개월이 되면 그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자주 쓰는 소리에 감각을 집중하는 ‘지각 협소화’다.
취향도 비슷해서, 음악이나 음식처럼 익숙해져야 즐길 수 있는 대상은 첫 경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경제학의 ‘소비 자본’은 과거의 경험이 누적되어 현재의 만족을 바꾼다고 설명한다. 처음 반응이 약한 것은 싫어서가 아니라 아직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일 수 있지 않을까.

힙합 역시 많은 사람에게 처음부터 편안한 음악은 아니었다. 낯선 리듬과 발성에 익숙해지고 대중적인 장르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반면 플랫폼은 몇 주나 몇 달의 반응만으로 성패를 결정한다. 평가 기간이 짧으면 친숙해지기도 전에 실험이 끝난다.
그런데 데이터에는 싫다와 아직 낯설다가 똑같이 낮은 반응으로 남는다. 시스템이 노출을 줄이면 익숙해질 기회도 사라진다. 이어 그 결과를 다시 원래 취향이라고 판단한다. 이런 순환이 계속될수록 새로운 취향을 배우는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노출되지 않은 선택지
추천 데이터는 자유로운 선택의 기록이 아니다. 플랫폼이 먼저 보여준 목록 안에서 이용자가 고른 결과다. 과거에 추천한 항목은 다시 높은 점수를 받고, 한 번도 노출되지 않은 항목은 계속 밀려난다. 추천이 만든 반응이 다음 추천의 근거가 되면서 순환이 생긴다. 예측 정확도를 높인들 이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를 ‘기준선 이동’에 빗댈 수 있다. 원래는 어업 연구에서 나온 말로, 각 세대가 처음 본 자원 상태를 정상으로 여기면서 장기적인 감소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이다. 세대마다 정상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처럼, 추천 피드도 오늘의 다양성을 어제와만 비교하면 오래전에 사라진 선택지를 놓친다.
화면에 뜨지 않은 영화와 자동재생에서 빠진 채널은 불만도 이탈도 남기지 않는다. 이용자가 존재조차 몰랐던 콘텐츠는 만족도 조사에도 잡히지 않는다. 다만 개인화가 언제나 다양성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 연구는 넷플릭스 추천을 단순 인기순으로 바꾼 상황을 모형으로 시뮬레이션했는데, 참여와 소비 다양성이 모두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개인화는 모두에게 같은 인기작을 보여주는 것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시간축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Spotify가 1억 명 넘는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은 알고리즘이 골라준 음악보다 직접 고른 음악을 들을 때 더 다양한 곡을 소비했다. 개인화는 대중의 평균과 비교하면 취향을 넓히지만, 같은 기간 이용자가 직접 고른 소비와 비교하면 오히려 좁힐 수 있다.
완벽한 추천보다 유익한 오차
계산과학은 늘 최선으로 보이는 선택만 반복할 때 생기는 한계를 오래전부터 다뤘다. 1983년에 발표된 모의 담금질은 초기에 일부러 불리한 선택도 허용한 뒤 점차 범위를 좁힌다. 적당한 무작위성으로 국소 최적해(전체 최선은 아니지만 주변에서는 가장 나은 해)를 빠져나오는 방법이다.
추천에서도 약간의 오차는 새로운 취향을 찾는 탐색이 된다. 나이트의 모형에서는 적당히 틀리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정확한 시스템보다 장기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플랫폼이 단기 성과에 집중할수록 반응이 낮을지 모르는 추천을 내놓을 이유는 줄어든다.
그래서 추천의 정렬과 삭제를 구분해야 한다. 정렬은 볼 수 있는 항목의 순서를 바꿔 탐색 시간을 줄인다. 삭제는 후보 자체를 감춰 이용자가 다른 선택을 할 기회를 없앤다. Spotify의 개인화 DJ가 75개가 넘는 시장으로 확대된 것처럼 개인화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무엇을 보여주는지만큼 무엇을 처음부터 빼는지도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자주 듣는 곡과 장르에는 반복 한도를 두고, 감상 시간 일부를 낯선 대상에 쓴다. 첫인상만으로 버리지 말고 몇 번 더 접해 보는 것도 좋다. 자동재생 순서는 알고리즘에 맡기더라도, 새로운 콘텐츠를 만나는 입구만큼은 사람의 플레이리스트와 평론, 도서관 서가처럼 참여 지표 밖에 남겨둘 수 있다.
취향을 지키려면 좋아하는 것을 반복하는 시간뿐 아니라 낯선 것에 익숙해지는 시간, 익숙한 것과 잠시 떨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을 먼저 볼지는 알고리즘에 맡겨도 된다. 다만 무엇을 영원히 보지 않을지까지 맡길 필요는 없다.
결국 취향을 개인의 고정된 속성으로 보면 추천은 발견한 선호를 충실히 반영하는 도구가 된다. 취향을 경험에 따라 변하는 상태로 보면 같은 정확도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