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명이 이백 명 몫을 해내는 회사에서 남는 이익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면 무엇의 대가로 지급되는가. 채용 없이 몸값만 불어나는 회사가 늘수록 AI 실무자는 대체 불가능한 소수가 되는가, 아니면 언제든 교체 가능한 다수가 되는가. 조직이 작아질수록 실패 리스크는 소수의 창업자와 엔지니어에게 통째로 쏠리는데, 이 구조는 몇 번의 실패까지 버틸 수 있는가.
소수 인력이 만드는 초과 이익
2026년 신규 유니콘의 평균 직원 수는 323명이다. 2023년 1,128명에서 크게 줄었다. 미국만 보면 172명 수준이다.
| 기업 | 직원 규모 | 주요 수치 |
|---|---|---|
| 세이프 수퍼인텔리전스 | 20명 안팎 | 평가액 320억 달러 |
| 애니스피어 (커서) | 50명 이하 | 연간 반복 매출 100만 달러 → 1억 달러 |
| 미드저니 | 수십 명 | 외부 자본 없이 수백억 원대 매출 유지 |
전통 노동가치론은 잉여가치가 살아 있는 노동에서 나온다고 본다. 모델이 코드를 쓰고 이미지를 만들며 응대까지 맡는 구조에서는 이 전제가 흔들린다. 남는 이익의 상당 부분은 모델 가중치, 데이터, 인프라 임대료, 소수가 쥔 판단력에서 나온다. 소수 인력이 모델과 자본을 매개로 규모를 키운다. 초과 이익은 노동 시간보다 소유권과 선택권의 대가로 보인다. 창업자와 초기 투자가 지분을 통해 미래 현금흐름의 권리를 먼저 가져가기 때문이다.
회사는 커져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남는 부는 지분 구조에 따라 나뉜다. 일반 직원이 가져가는 몫은 급여와 소량의 스톡옵션에 머문다. 모델이 대체하는 업무가 많을수록 남는 이익은 소유권 쪽으로 더 이동한다.

AI 실무자의 위치
실무자 앞에서 두 힘이 동시에 작동한다.
- 모델이 반복 업무를 흡수하면서 인간 엔지니니어의 역할은 설계, 검증, 예외 처리로 좁혀진다. 이 좁은 영역에서는 숙련도가 높은 사람이 대체 불가능한 소수로 남는다.
- 같은 모델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면 개별 실무자의 희소성은 떨어진다. 커서가 코딩을 보조하고 에이전트가 배포와 테스트를 맡는 환경에서는 특정 인물의 고유 기여를 측정하기 어려워진다.
자원이 부족해 보일 때 가치가 올라가고, 공급이 늘어나면 가치는 내려간다. AI 도구가 보편화될수록 실무자 몸값은 평균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모델을 설계하고 평가 기준을 정하는 소수 포지션은 더 비싸질 수 있다. 유니콘의 직원 1인당 평가액이 일반 기업보다 수십 배 높은 사례가 반복된다. 이 격차는 노동의 질보다 자본과 모델에 대한 접근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역할이 모델에 흡수되고 어떤 역할이 모델 바깥에 남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남는 역할은 판단과 책임이다. 모델이 틀린 답을 내놓았을 때 최종적으로 수정하고 고객에게 설명하는 사람은 여전히 인간이다.

리스크가 소수에게 쏠리는 구조
조직이 작아지면 실패 비용도 소수에게 집중된다.
- 시드 단계의 상당수가 시리즈 A에 도달하지 못한다.
-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3년 안에 떠나는 비율은 20%를 넘는다.
- 소수가 모든 핵심 기능을 맡는 구조에서는 한 사람의 이탈이나 판단 실수가 전체 생존을 좌우한다.
시스템이 작을수록 작은 충격에도 전체가 무너지기 쉽다. 이 구조는 몇 번의 실패를 버틸 수 있는가. 자본이 풍부하면 한두 번의 재도전은 가능하다. 대부분의 창업자와 초기 엔지니니어에게는 기회비용이 크다. 실패한 뒤 같은 수준의 자본과 신뢰를 다시 모으기 어렵다. 리스크가 분산되지 않는 한, 소수 인원 유니콘은 성공 사례로만 남고 실패 사례는 조용히 사라진다.

소유권과 책임을 다시 나누는 방식
초과 이익을 노동이 아닌 소유권의 대가로 본다면 해결의 출발점도 소유권 구조에 있다.
- 모델, 데이터, 인프라에 대한 잔여 청구권을 더 넓게 배분하는 방식
- 초기 기여도가 높은 실무자에게 단순 스톡옵션이 아니라 모델 성능이나 매출에 연동된 지분을 주는 방식
- 리스크를 보험이나 재도전 기금 형태로 분산하는 제도
소수에게 몰린 실패 비용을 업계 단위로 일부 흡수하면 재시도의 장벽이 낮아진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역할을 모델이 흡수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옮기는 선택이 남는다. 평가 기준을 설계하고, 예외 상황을 처리하며, 최종 책임을 지는 포지션이다. 이 포지션은 당분간 모델로 완전히 대체되기 어렵다. 회사가 작아질수록 그 책임의 무게는 더 커진다. 부의 몫은 결국 누가 그 책임을 지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