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직원까지 관리하는 회사

2026년 8월 25일 《네이처》 논평은 수면 향상 기술의 역설을 경고했다. 건강과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한 기술이 휴식을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의무’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수면 부족이 질병과 생산성 저하, 안전사고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고용주에게 직원의 잠을 관리할 명분을 준다. 기술이 널리 퍼지기 전에 관련 규범과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 해군의 사례는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해군은 2017년 두 차례의 함정 충돌로 17명이 숨진 뒤 피로 관리 프로그램인 CREW(승조원 지구력 관리 프로그램)를 도입했다. 현재는 USS 제럴드 R. 포드 항모강습단 승조원 1,600명에게 스마트 반지 Oura Ring을 지급해 수면과 생체신호를 추적하고, 그 결과를 안전 필수 업무의 근무표 조정에 활용한다.

Oura에게 미 국방부는 최대 기업 고객이다. 회사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포트워스 공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데이터 분석 기업 Palantir의 보안 인프라를 이용해 미 국방부의 보안 등급인 IL5도 충족했다. Oura는 일반 소비자 데이터와 정부 데이터를 분리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같은 반지가 한편에서는 개인용 웰니스 상품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군의 준비태세를 관리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수면 데이터는 인사 관리에 활용할 만큼 유용한 신호이기도 하다. 영국의 대규모 의료 데이터베이스 UK Biobank 참가자 6만977명의 가속도계 기록 약 1,000만 시간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규칙적인 수면이 수면 시간보다 사망 위험을 더 잘 예측했다. 수면 규칙성이 가장 낮은 집단과 비교하면 상위 네 집단의 전체 사망 위험은 20~48%, 심대사질환 사망 위험은 22~57% 낮았다.

기업용 제품은 이미 개인과 조직의 수면 상태를 분석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 웨어러블 업체 WHOOP의 기업용 상품 WHOOP Unite에는 개인별 수면 추이와 관리자용 분석 화면이 있다.
  • Oura for Business도 기업과 군을 대상으로 번아웃, 피로, 성과와 관련된 집단 지표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조직에 집계된 데이터만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개인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화면과 기능은 이미 상품화됐다. 수면 기술이 건강관리 도구에 머물지 않고 인사 평가와 노동 통제의 수단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원본을 숨겨도 추론은 남는다

Google의 스마트 디스플레이 Nest Hub는 저전력 레이더로 사용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한다. 원신호는 기기 안에서 처리하고, 서버에는 ‘잠들었다’ 같은 판정 결과만 보낸다. 카메라를 쓰지 않는 높은 수준의 프라이버시 설계지만, 사용자의 상태를 추론한 결과까지 기기 안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기기 내부에서 학습하는 연합학습(각 기기가 원본 데이터를 보내지 않고 모델 갱신값만 서버에 올려 함께 학습하는 방식)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모델의 갱신값을 분석해 학습 자료를 복원하는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로컬 차분 프라이버시(개별 기기에서 미리 잡음을 섞어 원본을 가리는 기법)를 적용하더라도 개별 샘플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원본을 직접 전송하지 않는다고 해서 원본의 정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판정이 원본보다 부정확하다는 점이다. 소비자용 수면 기기 11종을 수면다원검사(수면 중 뇌파, 호흡, 심전도를 함께 측정하는 표준 검사)와 비교한 연구는 총 34만 9,114개 수면 구간을 분석했다. 기기의 수면 단계 분류 성능을 나타내는 macro F1 점수는 최고 0.69에서 최저 0.26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2025년 메타분석에서도 기기들은 깊은 잠은 실제보다 적게, 얕은 잠은 많게 측정했다. 오차는 최대 64.94분, 비율로는 116.50%에 달했다.

그럼에도 조직은 이런 점수로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 정작 당사자가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때 필요한 원신호는 기기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조직은 불완전한 판정을 이용할 수 있지만, 사용자는 그 판정이 틀렸음을 입증하기 어렵다.

수집하는 데이터 항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데이터의 특징들이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학회 ACM의 알고리즘 공정성 학술대회 FAccT 2025에 발표된 연구는 특정 항목을 삭제하더라도 남은 특징을 이용해 이를 높은 확률로 재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추론이 이뤄지는 시점에 제공 정보를 최소화한 연구에서는 예측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제출 정보를 기존의 10%까지 줄일 수 있었다. 결국 ‘얼마나 적게 수집하는가’와 ‘그 데이터로 무엇을 알아내는가’는 서로 다른 문제다.

미국의 법제도는 이 간극을 충분히 메우지 못한다.

관할보호 범위
캘리포니아신경 데이터를 민감정보로 규정했지만, 비신경 정보로부터 추론한 값은 제외
몬태나동공 확장·호흡률처럼 신경 활동에서 비롯된 하류 효과를 보호 대상에서 제외
콜로라도생체 데이터 가운데 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데이터만 보호

소비자용 웨어러블 업체는 일반적으로 미국 의료정보보호법 HIPAA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유럽연합의 접근은 다르다. 유럽연합 사법재판소는 다른 정보와의 비교나 연역을 통해 민감한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면, 그 자료 역시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법 GDPR의 특수범주에 해당한다고 두 차례 판단했다. 따라서 똑같은 수면 점수라도 어느 지역에서 처리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거부하면 불이익..동의는 강제가 된다

옵트인(사용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해야 수집이 시작되는 방식)도 거부에 큰 불이익이 따르는 순간 사실상 강제가 된다. 미국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는 2016년 웰니스 프로그램 참여 보상을 보험료의 30%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기준만으로 참여의 자발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해당 규정을 무효화했고, 효력은 2019년부터 사라졌다. 이후 이를 대신할 명확한 상한은 마련되지 않았다.

안전을 내세우면 거부의 대가는 더 커질 수 있다. 2016년 Parker 판결에서 법원은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인 운전기사에게 수면무호흡 검사를 요구하고, 검사를 거부한 기사에게 업무를 배정하지 않은 조치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안전 확보에 필요한 검사라는 이유였다. EEOC도 2024년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건강정보 수집이 미국 장애인법(ADA)상 의료검사나 장애 관련 질문에 해당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에서는 검사를 거부한 사람이 일자리까지 잃을 수 있다.

유럽연합의 AI법(EU AI Act)은 2025년 2월부터 직장에서 감정을 추론하는 AI의 사용을 금지했다. 위반 시 최대 3,500만 유로 또는 전 세계 연 매출의 7%에 이르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의료나 안전을 위한 사용은 예외로 인정된다.

이 예외는 피로 감지 기술과 감정 추론 기술의 경계를 흐린다. 뇌파(EEG) 센서를 내장한 스마트캡은 작업자의 피로도를 ‘2’, ‘3’, ‘3+’, ‘4’ 등급으로 표시한다. 감독자는 여러 작업자의 현재 등급뿐 아니라 과거 기록까지 조회할 수 있다. 광산과 운송 현장에 도입된 이 제품에서 피로 판정과 감정 추론을 구분하는 기준은 결국 기술의 실질적 작동 방식보다 ‘안전 목적’이라는 명칭에 가깝다.

관측은 개입으로 이어진다. 가정용 폐쇄루프 기기는 건식 뇌파 센서로 깊은 수면을 감지한 뒤, 뇌의 서파 위상에 맞춰 소리를 들려준다. 열흘 동안 반복해서 자극해도 적응으로 효과가 줄지 않았고, 서파의 진폭은 높아졌다. 만성 불면증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가짜 자극과 효과를 비교하는 대조시험도 진행됐다.

그러나 수면을 측정하고 개선하려는 시도 자체가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수면 트래커의 목표 수치에 집착한 나머지 오히려 잠을 이루지 못하는 현상은 2017년 ‘오소솜니아(완벽한 수면에 대한 집착이 불면을 부르는 상태)‘라는 이름으로 임상 사례에 보고됐다. 2024년 성인 523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적용 기준에 따라 응답자의 3~14%가 오소솜니아에 해당했으며, 이들은 모든 기준에서 일관되게 더 높은 불면 점수를 보였다.

개인이 선택한 기기가 수면 회복을 돕는 것과 회사가 직원의 수면 목표를 정하고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측정과 자극의 기준을 회사가 통제하는 순간, 수면 기술은 회복을 지원하는 도구를 넘어 노동자의 신체 상태를 관리하는 수단이 된다.


거부해도 안전한 동의가 가능한가

통제해야 할 것은 데이터의 저장 장소가 아니라, 그 데이터로 어떤 지표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다. 정확도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으로도 분석은 가능하다. 따라서 허용할 지표를 미리 정하고, 나머지 지표는 애초에 산출할 수 없도록 코드로 차단해야 한다. 콜로라도처럼 ‘신원 식별 목적’의 이용만 규제해 노동자의 상태나 컨디션을 판단하는 행위는 허용하는 지역도 있다. 이런 제도적 공백은 조달 계약과 제품 사양으로 메워야 한다.

누가 지표를 조회할 수 있는지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팀원이 다섯 명뿐이라면 팀 평균만으로도 개인의 상태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추론할 수 있는 정보도 민감정보’라는 유럽연합 사법재판소의 기준에 따르면, 암호화보다 먼저 갖춰야 할 장치는 따로 있다. 최소 집단 크기를 정하고, 개인 단위 열람을 금지하며, 누가 자신의 정보를 조회했는지 당사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동의 역시 체크박스 하나로 성립하지 않는다. 검사를 거부하더라도 급여, 업무 배치, 보험료, 인사 평가가 달라지지 않아야 동의가 실질적인 선택이 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보상 한도가 명확하지 않고, 검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판례도 남아 있다. 이런 환경에서 형식적인 동의 절차만으로 노동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현행 법에는 여전히 큰 공백이 있다. 미국 주법은 원본 데이터에서 추론한 파생 지표를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하고, HIPAA는 일반 소비자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까지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 EU AI Act도 안전을 위한 피로도 판정은 허용한다. 따라서 기기 안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암호화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공백을 막을 수 없다. 다만 직장에서 감정을 추론하는 행위를 금지한 유럽연합의 접근은 중요한 변화를 보여준다. 정보 유출뿐 아니라, 데이터로 사람을 판단하고 관리하는 행위 자체를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면 점수, 집중도 추적, 감정 인식, 코딩 활동 측정은 모두 비슷한 경로를 따른다. 먼저 돌봄이나 안전을 명분으로 지표를 만든다. 그다음 그 지표를 관리자의 화면에 올린다. 마지막으로 측정을 거부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준다. 이를 막으려면 설계 문서와 도입 계약에 세 가지를 분명히 적어야 한다. 어떤 파생 지표를 산출할 것인지, 누가 그 지표를 조회할 수 있는지, 측정을 거부해도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는지가 그것이다. 이 세 조건이 빠진 프라이버시 기술은 잠을 보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잠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제도에 정당성을 제공한다.


출처


#노동시장#AI 안전#AI 동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