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가 돈을 보내는 기술은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더 어려운 일은 그 지출이 주어진 권한 안에서 이뤄졌고, 약속한 결과까지 받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결제망은 에이전트 경제의 출발점일 뿐 신뢰를 대신하지 못한다.

결제는 열렸지만 시장은 아직 작다

결제 통로는 열렸을까? 2026년 Stripe와 Tempo는 Machine Payments Protocol(MPP)을 공개했고, AWS는 AgentCore Payments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들은 결제 실행뿐 아니라 지갑 인증, 지출 통제, 모니터링까지 함께 다룬다. 결제 버튼보다 권한과 감사 기록이 중요하다.

한편 x402도 산업 표준 후보로 거론된다. 리눅스 재단이 운영하는 재단에는 Visa, Mastercard, American Express 등 40개 조직이 참여했다. 그러나 최근 30일 동안 처리한 7,500만 건의 총액은 2,400만 달러였다. 건당 평균은 32센트 다. 카드로 처리하기 어려운 소액 결제에는 알맞지만, 기존 결제망과 견줄 시장은 아니다.

그런데 성장세는 안정적이지 않다. x402의 일일 정산액은 연초보다 93% 줄어 7일 평균 약 4만1,800달러 까지 내려갔다. 결제가 가능해졌다는 사실만으로 지속적인 수요가 생기지는 않았다.


값싼 신원은 평판을 약하게 만든다

등록이 많으면 공급이 충분할까? ERC-8004는 에이전트의 신원과 평판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표준이다. 2026년 1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이더리움, BSC, 베이스에 17만3,441개 에이전트가 등록됐다. 하지만 서비스 주소를 공개한 비율은 체인별로 3~15%에 불과했다. 등록 수를 실제 공급자 수로 보기는 어렵다.

평판 역시 취약해서 15만4,560건의 피드백을 쓴 고유 리뷰어는 3,767명뿐이었다. 같은 자금원에서 돈을 받아 담합이 의심되는 리뷰어의 평가를 제외하자, 베이스에서 평가받은 에이전트의 86.8%는 유효 기록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거의 모든 피드백에는 결제나 수행 작업을 확인할 정보도 없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었다. 베이스에서 신뢰 점수를 90 이상으로 조작하는 데 든 중앙값은 0.0027달러였다. 에이전트당 결제 중앙값인 0.70달러의 약 259분의 1이다. 신뢰 조작이 헐값이라는 말이다. 새 지갑과 신원을 만드는 비용이 이처럼 낮으면 나쁜 평판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기 쉽다. 평판을 실제 거래와 납품 기록에 묶지 않으면 등록이 늘수록 허위 신호도 함께 늘어난다.


서명은 의도를 보증하지 않는다

서명이 있으면 안전한가? 2026년 5월, 그록과 연결된 지갑에서 약 17만5천 달러 상당의 자산이 빠져나갔다. 공격자는 개인키를 훔치거나 스마트 컨트랙트의 취약점을 노리는 대신 조작된 NFT와 모스 부호 메시지로 에이전트가 내용을 게시하게 했고, 다른 봇이 그 게시물을 인증된 명령으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서명 체계가 아니라 입력의 해석 과정이 공격받은 사건 이었다.

기존 결제 통제는 누가 서명했는지, 권한과 한도를 지켰는지 확인한다. 프롬프트 인젝션은 그보다 앞선 ‘서명할 것인가’라는 판단을 조작한다. 거래 해시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의 지시와 적용 정책, 모델의 결정과 도구 호출, 상대방 선택과 납품 결과를 하나의 기록으로 이어야 한다. 그래야 기술적으로 유효한 거래가 위임자의 의도에도 맞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위험은 개별 지갑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안정위원회는 기관들이 같은 모델과 데이터에 의존해 한꺼번에 비슷한 결정을 내리면 시장 변동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고위험 행동의 인간 승인, 외부 접근 제한, 중단 장치 를 권고했다. 지갑 한도는 한 건의 손실을 줄이지만 수천 개 에이전트의 동시 오판까지 막지는 못한다.


에이전트 거래의 최소 안전장치

에이전트 경제는 지속되는 신원, 좁은 권한, 납품 검증, 사후 감사의 증거를 필요로 한다. 네 가지가 갖춰져야 거래의 뼈대가 선다. x402와 MPP, AgentCore는 결제와 통제 수단을 제공하지만 이 네 가지를 모두 보장하지는 않는다.

운영도 제한된 자율성에서 시작한다. 사전 승인된 소액 데이터, 추론 구매는 자동화하되, 낯선 상대와 거래하거나 평소와 다른 금액을 쓰고 정책을 바꿀 때는 인간의 승인을 받게 한다. 결제 단계에서는 금액, 속도, 거래 상대를 제한하고, 법인 주계좌 대신 용도가 제한된 지갑이나 가상카드를 쓰는 편이 안전하다.

거래 상대에게도 다음을 요구한다.

  • 지속 가능한 신원과 운영자 정보
  • 수행 능력과 지갑 권한
  • 지시부터 납품까지 이어지는 기록
  • 권한 회수와 분쟁 절차

모든 지출은 누가 무엇을 위임했고, 어떤 한도가 적용됐으며, 무엇을 받았는지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어디서부터 실험해야 할까? 실험은 손실 상한이 낮고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업무부터 시작하면 된다. 위험이 큰 금융 실행은 통제와 검증이 입증된 뒤로 미룬다. 좁은 권한과 검증 가능한 기록이 없으면, 32센트짜리 거래가 쌓여도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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