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는 창고에, 전력은 바닥에
2025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AI 산업의 병목이 칩에서 전력과 건물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GPU가 있어도 전기를 공급할 데이터센터가 없어 재고로 남는 상황이었다.
2023년에는 HBM, 2024년에는 GPU가 부족했다면 이제는 전력이 문제다.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5년 31GW에서 2026년 41GW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을 구해도 변압기와 차단기, 전기공이 다음 병목이 된다. 이제 AI 공급 능력은 모델 크기보다 확보한 전력과 완공 가능한 설비에 달려 있다.
대기열을 벗어난 발전소
2025년 말 미국의 전력망 접속 대기열에는 기존 설치용량의 두 배가 넘는 2,060GW가 몰려 있었다. 그러나 과거 신청 사업 중 실제 가동된 비율은 약 20%였다. 접속 기간도 2008년 2년 미만에서 2023년 5년으로 길어져, 돈이 있어도 순서를 건너뛰기는 어려워졌다.
빅테크는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먼저 쓰는 자가발전으로 눈을 돌렸다.

- xAI는 미시시피주에서 가스터빈 41기, 총 1.2GW 규모의 허가를 받았다.
- 메타는 루이지애나 발전소와 송전선 비용을 부담했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장기계약으로 835MW 규모 원전의 재가동을 지원했다.
공장들이 자가발전을 버리고 중앙 전력망으로 옮겨갔던 20세기의 흐름과는 반대다.
돈으로도 줄이기 힘든 시간
자가발전도 설비가 있어야 가능하다. GE 버노바의 가스터빈 수주잔고는 2026년 2분기 116GW지만 연간 생산능력은 약 20GW다. 지금 주문해도 2031년에 받을 수 있다.
| 설비 | 대기 기간 |
|---|---|
| 대형 변압기 | 3~5년 |
| 스위치기어 | 60주 이상 |
| 고압 차단기 | 약 125주 |
인력도 부족하다. 미국의 전기공 부족 인원은 30만 명이 넘고 해마다 약 2만 명이 은퇴한다. 새 전기공을 키우는 데도 보통 4년이 걸린다. 돈을 쏟아부어도 데이터센터 가동 시점은 마음대로 앞당길 수 없다.
PJM의 용량시장 가격은 2024/25년 28.92달러에서 2026/27년 329.17달러로 뛰었다. 시장감시기구는 최근 경매비용 164억 달러 중 63억 달러가 데이터센터 수요 때문에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부지를 고르는 기준도 전력뿐 아니라 주민의 요금 부담과 인허가로 넓어졌다.
많이 쓰는 기업보다 잘 끄는 기업
해법이 발전소 건설만은 아니다. 듀크대 니콜라스연구소는 미국 22개 전력 구역이 1년에 177시간만 수요를 조절하면, 신규 발전소 없이 약 100GW를 더 수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번에 평균 2.1시간만 사용량을 낮추면 된다.
전력망은 수요가 가장 높은 몇 시간을 기준으로 설계된다. 데이터센터가 그때 학습이나 배치 작업을 늦추면 새 발전소와 송전망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구글도 여러 전력회사와 맺은 장기계약에 1GW 규모의 수요반응을 넣었다. 사용 시점을 조정하는 대신 더 빠른 접속과 비용 절감의 여지를 얻었다.
이 유연성은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 학습 작업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급하지 않은 추론과 배치 작업은 피크 시간 뒤로 미룬다. 전력을 얼마나 계약했는지가 자본력을 뜻한다면 얼마나 끌 수 있는지는 운영 능력을 나타낸다. 다음 데이터센터를 먼저 가동할 기업은 전기를 가장 많이 가진 곳보다, 필요한 순간에 사용량을 바꿀 수 있는 곳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