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선은 이미 시작됐을까
재귀적 자기개선(RSI)은 AI가 더 나은 후속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이 다시 다음 개선을 이끄는 과정이다. 사람이 매번 목표와 방법을 정한다면 개발이 아무리 빨라져도 완전한 자기개선은 아니다.
현재의 AI 코딩은 아직 이 단계가 아니다. 2026년 5월 Claude는 Anthropic 신규 코드의 80% 이상을 작성했고 Google도 신규 코드의 75%를 AI가 만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드는 연구의 일부일 뿐이다. 무엇을 연구하고 어떤 결과를 채택할지는 여전히 사람이 결정한다.
AlphaEvolve는 작은 자기개선에 더 가깝다. Gemini 학습용 연산을 23% 빠르게 만들어 전체 학습 시간을 약 1% 줄였기 때문이다.
물리학의 증배계수 k로 표현하면 간단하다. 한 번의 개선이 다음 개선을 더 크게 만들 때 k는 1을 넘고 성장은 스스로 가속한다.
AI 연구의
k는 아직 1보다 작지만 0은 아니다.
속도보다 어려운 것
프런티어 연구소들은 RSI 가능 시기를 대체로 2027~2028년으로 본다. Anthropic 공동창업자 잭 클라크는 그 가능성을 2027년까지 30%, 2028년 말까지 60%로 추정했다. 다만 전망은 일정표가 아니다.
AI가 처리할 수 있는 작업 길이는 빠르게 늘고 있다. METR의 ‘50% 확률로 끝낼 수 있는 작업 시간’은 2019년 4초에서 2026년 14시간 30분으로 길어졌다. 이 추세라면 2027년에는 사람이 한 달 걸리는 일도 자동화 범위에 들어올 수 있다.

오래 일하는 능력과 좋은 연구 문제를 고르는 능력은 다르다. 한 평가에서 AI 에이전트는 6일 동안 혼자 엔지니어링 작업을 했지만 핵심 연구 질문에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실행은 빨라져도 방향 설정과 판단은 여전히 병목이다.
물리적 제약은 더 느리게 풀린다. 가스터빈 조달에는 3~5년이 걸리고 미국의 전력망 접속 대기는 평균 55개월에 이른다. 아이디어가 빨리 나와도 전력, 컴퓨트, 검증이 따라오지 못하면 개선 속도는 제한된다.
막대한 투자가 만든 마감
Alphabet은 2026년 자본지출 전망을 1,950억~2,050억 달러로 높였다. 현재 AI 매출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규모다. 다음 모델이 연구 속도를 높일 때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전력을 미리 확보하려는 투자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설비는 가동되는 순간부터 비용이 된다. 기대한 성과가 늦어지면 이익률이 떨어지고 후속 투자도 어려워진다. 2027~2028년이라는 시간표에는 기술적 기대뿐 아니라 막대한 투자금을 성과로 바꿔야 한다는 압박도 담겨 있다.
AI가 AI를 개선하더라도 서버와 전력망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AI의 자기개선에도 발전소, 터빈, 송전망, 실험용 컴퓨트(연산자원)가 필요하다.
가장 느린 설비가 전체 속도를 정한다.
변전소가 정하는 지능의 속도
RSI는 한 번의 연구 성과가 다음 연구를 가속하면서 개선 효과가 스스로 커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때도 지능이 무제한으로 폭발하지는 않는다. 새 아이디어가 실제 성능이 되려면 전력과 컴퓨트, 실험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개선 속도는 연구자만 결정하지 않는다. 전력 계약과 GPU, 실험 순서, 투자 부담을 관리하는 조직도 속도 조절권을 쥔다. 기업이 봐야 할 지표 역시 AI가 작성한 코드의 비율이 아니다. 이번 개선이 다음 연구의 문제 선택과 실험 설계에 실제로 쓰이는지가 중요하다.
Alphabet의 2,050억 달러는 미래의 지능을 사는 돈이라기보다 그 지능을 성과로 바꿀 전력과 시간을 확보하는 비용이다. 지능 폭발의 일정은 모델 발표문보다 전력 계약서와 변전소 준공 계획에 먼저 적힐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