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악보를 토렌트·스크랩해 클로드를 학습했다는 주장…쟁점은 공정이용보다 입수 경위
무엇이 제기됐나
소니 뮤직 퍼블리싱과 워너 채플 뮤직 등 음원 출판사들이 2026년 8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앤트로픽과 공동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 벤저민 만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사건번호는 5:26-cv-09217이다.
소장 취지는 클로드 학습을 위해 저작권 있는 가사와 악보를 대규모로 복제했다는 것이다. 원고는 이를 “역사상 가장 노골적인 지식재산 절도 중 하나”로 표현했다. 앤트로픽은 “출판사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법정에서 적극 방어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법원에서 책 저작권 집단소송(Bartz) 15억 달러 합의가 최종 승인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이번 사건은 학습 자체가 공정이용인지를 다시 묻는 형태보다, 이미 법원에서 문제 삼힌 해적판 입수 경로를 음악 저작권으로 확장한 쪽에 가깝다.
확인된 사실
당사자와 청구 구조
- 원고: 소니 뮤직 퍼블리싱, 워너 채플 뮤직과 계열·제휴 출판사. 보도에 따라 약 35개 법인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힙노시스 계열도 포함된다.
- 피고: 앤트로픽 PBC,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공동창업자 벤저민 만.
- 관할: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배심 재판을 요구했다.
- 청구 원인: 토렌트를 통한 직접 침해(전 피고), 토렌트에 대한 기여 침해(아모데이·만), 앤트로픽에 대한 직접 침해, 저작권관리정보(CMI) 제거·변조.
- 구제: 작품당 최대 15만 달러의 법정손해배상, CMI 위반 건당 최대 2만 5천 달러, 침해 복제물 파기, 학습 데이터 내역 공개, 금지명령.
소장이 특정한 작품
원고는 “수천에서 수만 곡”을 거론하며 예시로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Eye of the Tiger》, 《Here Comes Santa Claus》, 《Paper Rings》, 《Livin’ On a Prayer》, 《September》, 《Hallelujah》 등을 들었다.
작품 수는 소장 본문에서 확정된 목록이 아니라 “tens of thousands” 수준의 주장이다. 법정 상한에 작품 수를 곱한 ‘수십억 달러’는 청구 한도를 합산한 전망이지, 법원이 인정한 금액이 아니다.
원고가 주장하는 입수 경로
소장은 학습 단계보다 앞선 수집 단계를 여러 갈래로 적시한다.
- 2021년 6월 벤저민 만이 비트토렌트로 라이브러리 제네시스(LibGen)에서 해적판 도서 약 500만 부를 내려받았다.
- 2022년 7월 직원들이 후속 사이트인 파이럿 라이브러리 미러(PiLiMi)에서 약 200만 부를 추가로 토렌트했다.
- 그 도서 가운데 가사·악보가 실린 악보집·가사집이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 뮤직스매치, 리릭파인드처럼 출판사와 라이선스를 맺은 가사 사이트에서 스크랩했다.
- 중고 종이책을 대량 구매해 제본을 뜯고 스캔한 뒤 원본을 폐기하는 ‘파괴적 스캔’을 했다.
- 커먼 크롤, 더 파일, Books3 등 제3자 데이터셋을 썼다.
토렌트는 내려받는 행위만이 아니라 스웜을 통한 재배포가 따라붙는다. 원고가 창업자를 개인 피고로 넣은 이유다. 만의 토렌트와 아모데이의 승인 여부는 Bartz 사건에서 이미 공개된 내부 기록에 기대고 있다.
Bartz 판결과 이번 소장의 관계
2025년 6월 윌리엄 앨섭 판사는 Bartz에서 학습과 입수를 나눠 판단했다.
- 합법적으로 입수한 책을 학습에 쓰는 것은 “매우 변환적”이며 공정이용에 해당한다.
- 해적 사이트에서 내려받아 중앙 라이브러리에 보관하는 행위는 공정이용이 아니다. 나중에 학습에 썼다는 이유로 앞선 복제가 정당화되지 않는다.
2026년 7월 20일 법원은 이 입수·보관 쟁점에 대해 15억 달러 집단화해 최종 승인을 내렸다. 대상 도서는 약 48만 권, 작품당 약 3,000달러 수준이다. 합의는 2025년 8월 25일까지의 과거 입수·복제 청구를 대상으로 하고, 산출물 침해와 이후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
음악 출판사 소장은 이 구분선을 그대로 가져온다. 요지는 “학습이 공정이용인가”가 아니라 “가사·악보가 실린 해적판 도서를 어떻게 확보했는가”, 그리고 “모델이 가사를 그대로 출력하는가”다. 앨섭 판사 자신도 당시 결정에서 산출물이 원문을 재현하면 다른 사건이 된다고 적었다.
책 합의가 음악 저작권을 자동으로 소멸시키지는 않는다. 도서 복제권과 악곡·가사 저작권은 별개 권리이고, 합의 범위는 도서 ISBN/ASIN 기준 클래스에 묶여 있다. 같은 파일 안에 가사가 들어 있어도 출판사가 보유한 악곡 권리는 별도로 남을 수 있다. 이 점이 이번 소장을 가능하게 한 법적 틈이다.
배상 규모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작품당 15만 달러는 미국 저작권법상 고의 침해의 법정 상한이다. 통상 인정액이 아니다. Bartz에서 실제 정산 단가는 상한의 50분의 1 수준인 약 3,000달러였다.
계산을 나눠 보면 다음과 같다.
- 상한을 수만 곡에 곱하면 이론상 수십억 달러가 된다. 언론 제목의 ‘멀티빌리언’은 이 산식이다.
- 법원이 고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작품당 750–3만 달러 구간으로 내려간다.
- CMI 제거(저작권법 1202조)는 별도 청구다. 메타데이터 삭제가 입증되면 학습 복제와 겹쳐 배상 항목이 늘어난다.
- 금지명령과 데이터 파기·공개가 배상금보다 사업에 더 무거울 수 있다. 모델 재학습, 데이터 파이프라인 재구축, 외부 실사 비용이 따른다.
15억 달러 책 합의가 “비용으로 처리되면 그만”이라는 인상을 준 뒤, 출판사 쪽이 상한 배상을 다시 꺼내 든 구도로 읽는 것이 맞다. 합의금이 라이선스 시장을 만들지 못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음악 쪽이 이미 열어 둔 전선
이번 소장은 단독 사건이 아니다.
- 유니버설 뮤직 퍼블리싱, 콩코드, ABKCO는 2023년 10월 약 500곡으로 첫 소송을 냈고, 2026년 1월 2만 곡이 넘는 규모로 별소 해 30억 달러 이상을 청구했다.
- BMG는 2026년 3월 493곡으로 소를 제기했다.
- 라운드 힐도 별도 소송을 냈다.
- 이번 소장의 대리인 옵펜하임+제브락은 Bartz와 콩코드·UMG 사건에도 관여한 로펌이다. 해적판 토렌트 사실을 책 사건 증거로 확인한 뒤 음악 권리로 확장하는 일련의 절차다.
가사는 책보다 짧고 반복되며, 간단한 프롬프트에도 원문에 가깝게 나온다. 원고가 출력 재현을 별도 침해로 적시하는 이유다. 독일 뮌헨지방법원은 2025년 11월 GEMA 대 오픈AI 사건에서, 모델 안에 가사가 재현 가능하게 고정된 것 자체와 챗봇 출력을 모두 복제로 보고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를 적용하지 않았다. 미국 사건을 구속하지는 않지만, 가사 암기가 추상적 학습이 아니라 복제라는 논리를 국제적으로 보강한 선례다.
앤트로픽과 상장 일정
앤트로픽은 2026년 6월 1일 비밀 초안 등록서를 제출했다. 5월 프라이빗 라운드는 650억 달러 조달에 기업가치 약 9,650억 달러로 보도됐다. 투자자 쪽에서는 가을 상장과 2조 달러 전후 밸류에이션이 거론되지만, 회사가 공식 확정한 숫자는 아니다.
상장 직전 변수는 패소 확정이 아니라 공시다.
- 창업자 개인 피고는 D&O 보험, 면책, 내부 통제 항목으로 올라간다.
- 진행 중인 음원 소송이 여러 건이라 우발채무 주석이 두꺼워진다.
- 학습 데이터 출처 실사는 인수·상장 실사의 고정 항목이 된다.
- 라이선스 비용이 모델 단가에 전가되면 마진 가정이 바뀐다.
15억 달러는 이미 지급·확정된 비용이다. 이번 소의 위험은 같은 입수 행위를 다른 권리자가 반복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서 합의가 이후 청구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점을 보여 준다.
아직 판단되지 않은 점
- 해적판 도서 안에 가사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악곡 저작권 침해가 자동 성립하는지는 법원이 아직 정하지 않았다.
- 클로드 산출물이 특정 가사를 재현하는지, 재현 빈도와 유도 프롬프트의 성격은 증거 단계다.
- 라이선스 가사 사이트 스크랩이 해당 사이트 이용약관 위반을 넘어 출판사에 대한 직접 침해가 되는지도 쟁점이다.
- 공정이용 항변이 입수 단계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는 Bartz에서 이미 좁혀졌으나, 항소와 다른 재판부의 해석은 남아 있다.
- 개인 피고에 대한 기여 침해는 지시·승인·관리 감독의 구체적 입증이 필요하다.
배상 총액, IPO ‘치명타’ 같은 표현은 소장 상한과 비상장 기업가치를 섞은 전망이다. 현재 시점에서 확인되는 것은 소 제기, 피고 측 부인, 선행 책 합의, 동일 입수 경로를 둘러싼 복수 음원 소송이 병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산업적으로 남는 함의
학습 데이터 리스크는 모델 성능 다음의 재무 변수로 고정됐다. 이후 실사 질문은 “무엇을 학습했는가”에 “어떻게 입수했는가”, “산출물이 원문을 재현하는가”, “권리자별 라이선스가 분리돼 있는가”가 붙는다.
음악 출판사 입장에서는 짧은 텍스트인 가사가 출력으로 드러나기 쉬워 책보다 침해 입증이 수월하다고 본다. AI 사업자 입장에서는 해적 라이브러리 한 건이 도서·음악·악보로 청구가 갈라질 수 있어, 과거 데이터 파이프라인 전체가 반복 소송의 재료가 된다.
라이선스 시장이 열리면 클로드뿐 아니라 동종 모델의 원가 구조가 바뀐다. 반대로 법원이 입수 위법과 학습 공정이용을 계속 분리하면, 합법 입수·라이선스 데이터로 재학습한 모델과 그렇지 않은 모델 사이에 비용 격차가 생긴다. 이번 소는 그 분기점을 음악 카탈로그로 옮긴 사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