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트아웃은 기본 켜짐, 약관은 공개 당일 개정…집단소송이 묻는 동의·보상·삭제 불능의 문제

지금 확정된 사실

2026년 8월 12일 트위치는 채널 콘텐츠를 아마존의 생성형 AI 모델 학습에 쓸 수 있게 하되, 원하지 않으면 끌 수 있는 설정을 공개했다. 설정 이름은 ‘Training for Generative AI’이고, 기본값은 켜짐이다. 대상은 라이브, VOD, 클립, 채팅, 채널의 이미지·텍스트다. 끄는 즉시 과거의 학습분까지 지워지지는 않는다. 트위치는 이 설정이 ‘앞으로의’ 생성형 모델 학습에만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같은 날 트위치 최고제품책임자(CPO) 마이크 민턴은 라이브 Q&A에서 왜 옵트인이 아닌지 물음을 받고 “옵트인이면 아무도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한 문장이 이후 소송과 커뮤니티 반발의 핵심 인용구가 됐다.

8월 20일(현지) 코네티컷 스트리머 워런 판디스치아가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트위치 인터랙티브와 아마존닷컴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사건번호는 3:26-cv-08721이다. 원고는 팔로워 약 900명대, 활동 약 10년, 누적 방송 1,000시간 이상인 중위 크리에이터다. 거물 스트리머가 아닌 점이 오히려 ‘수백만 명 규모의 클래스’를 겨냥한 설계로 읽힌다. 트위치·아마존은 소송 자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플랫폼이 인정한 범위와 한계

  • 옵트아웃은 계정 단위가 아니라 채널 단위다.
  • 다른 사람 방송 채팅에 남긴 말은 그 채널 주인의 설정을 따른다.
  • 자막, AutoMod, 추천, 스폰서십 보조 같은 ‘AI 지원 기능’은 꺼도 계속 돌아간다.
  • 트위치 측은 “트위치가 자체 생성형 모델을 학습하는 게 아니라 아마존 모델 학습을 막는 설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소송이 실제로 주장하는 것

소장(37쪽)의 뼈대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계약 위반·부당이득·캘리포니아 불공정경쟁법(UCL §17200)이다. 트위치 방송물이 미국 저작권청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작권 청구는 넣지 않았다. 대신 “등록이 없다고 가치가 없거나 보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썼다. 법률 전략상, 등록 요건에 막히기 쉬운 저작권 전면전 대신 약관·프라이버시 고지·암시적 계약을 공략한 것이다.

원고 측이 문제 삼는 타임라인

  • 2024년: 당시 수익화 책임자였던 민턴이 The Information 행사에서 아마존이 트위치 콘텐츠로 AI를 학습하느냐는 질문에 “Yeah, for sure”라고 답했다. 아르스 테크니카는 이를 옵트아웃 공개보다 2년 이상 앞선 내부 인정으로 해석했다.
  • 2026년 8월 11일까지: 프라이버시 고지(직전 개정 2026년 1월 15일)에 생성형 AI 학습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소장는 주장한다.
  • 8월 12일: 옵트아웃 설정 공개와 동시에 이용약관 라이선스 조항이 바뀌었다. 기존 “트위치 서비스 수익화와 관련해(in connection with monetizing the Twitch Services)“가 “트위치 및/또는 계열사 사업과 관련해(in connection with Twitch and/or its affiliates’ business)“로 확장됐다는 것이 소장의 핵심 문서 주장이다. 아마존이 그 계열사다.

청구하는 구제

  • 명시적·사전적·개인 단위 동의 없는 생성형 AI 학습 중단
  • 위법하게 얻은 콘텐츠·채팅·데이터의 식별·분리·삭제
  • 그 데이터에서 나온 학습 코퍼스·모델 사용 중지
  • 손해배상, 부당이득 반환, 이익 토해내기(disgorgement)

소장 문장 중 커뮤니티에 가장 강하게 남은 부분은 이것이다. “한 번 모델에 들어간 콘텐츠는 신경망에 저장되며 삭제하거나 되돌릴 수 없다.” 법원이 이 전제를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별개 문제지만, 생성형 AI 분쟁의 반복 레토릭이 됐다.


아직 법원이 판단하지 않은 쟁점

확인된 것은 ‘설정 공개’, ‘기본 옵트인’, ‘약관·고지 개정’, ‘2024년 임원 발언’, ‘소송 제기’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더 크다.

입증이 남은 사실

  • 어떤 아마존 모델에, 언제부터, 얼마나 들어갔는지
  • 2024년 발언의 “프로토타이핑”이 상용 베드록(Bedrock) 모델까지 이어졌는지
  • 개별 원고 방송이 특정 산출물에 재현됐는지 (소장은 산출물 복제를 주장하지 않는다)
  • 옵트아웃 토글이 일부 사용자 제보처럼 다시 켜지는지

즉 현재 국면은 “학습이 있었다/없었다”의 과학 검증 단계가 아니라, 플랫폼이 보유한 라이선스가 계열사 생성형 AI 상업화까지 커버하는가를 묻는 계약·소비자법 단계다.

플랫폼 쪽 방어 논리로 예상되는 축

  • 가입 시 부여한 광범위한 콘텐츠 라이선스와 프라이버시 고지의 포괄 조항
  • 생성형 학습과 추천·자막·안전 도구용 머신러닝을 구분하는 제품 설명
  • 옵트아웃을 제공했으므로 사후 동의 체계를 갖췄다는 주장
  • 미국 공정이용(fair use) 논의는 이번 소장이 저작권을 빼 둔 탓에 전면에 안 나오지만, 향후 청구 추가나 별건에서 다시 등장할 수 있다

법원은 보통 이 유형에서 “약관 문언이 당시 이용자에게 예견 가능했는가”, “고지 변경이 소급 적용됐는가”, “기본값이 실질적 동의를 대체하는가”를 본다. 8월 12일 당일 문언 확장은 원고에게는 자백성 정황이고, 피고에게는 ‘명확화’로 주장될 여지가 있다.


왜 이 소송이 트위치를 넘어가는가

트위치의 특수성은 데이터가 이미 플랫폼 안에 쌓여 있다는 점이다. 웹 스크래핑 소송(외부에서 가져옴)과 달리, 여기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올린 실시간 영상·음성·채팅을 모회사가 내부 이전하는 구조다. 아마존이 2014년 약 9억 7,000만 달러에 트위치를 산 이후 줄곧 기대해 온 ‘폐쇄형 멀티모달 데이터’가 생성형 AI 시대에 다시 가격표를 받은 셈이다.

규모도 작지 않다. BBC가 인용한 스트리밍 집계에 따르면 2026년 초 몇 달 동안 트위치 스트리머가 만든 콘텐츠는 2억 1,500만 시간을 넘는다. 음성(말투·다국어 게임 콜), 화면(게임플레이·웹캠), 텍스트(채팅 구어체)가 한 세션에 붙는 데이터는 웹 크롤보다 비싸다.

크리에이터 경제 쪽

할리우드와 게임 성우 쪽은 이미 다른 궤도를 걷고 있다. SAG-AFTRA는 2023년 계약 이후 2025–2026년 인터랙티브·TV/시어트리컬 합의에서 디지털 복제물 생성·이용·학습을 포괄 동의로 묶지 말고 용도별로 따로 받으라, 그리고 캡처와 이후 이용을 따로 보상하라는 틀을 강화했다. 게임 부문 합의는 보이스·얼굴·모션 복제 전 명시 동의를 요구한다. 스트리머는 노조 계약 밖이라 같은 보호가 자동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소송은 그 공백을 집단소송으로 메우려는 시도로 읽힌다.

플랫폼·AI 사업 쪽

기본 옵트인은 데이터 확보 비용을 거의 0에 가깝게 만든다. 민턴의 발언은 그 경제학을 숨기지 않았다. 반대로 법원이 사전 옵트인·보상·삭제를 요구하면 아마존 노바·베드록류 모델의 학습 원가가 바뀐다. 2026년 4월에는 유튜브 제작사들이 아마존이 노바 릴(Nova Reel) 학습을 위해 유튜브 영상을 무단 수집했다고 별도 소송을 낸 바 있다. 내부 플랫폼(트위치)과 외부 스크래핑(유튜브)이 동시에 공격받는 구도다.

이용자·채팅 참여자 쪽

스트리머만의 문제가 아니다. 채팅은 다수 당사자의 대화다. 소장도 “시스템은 모든 대화 당사자의 동의를 구조적으로 받지 못한다”고 적었다. 옵트아웃한 시청자가 옵트인 채널에 남긴 말은 다시 학습 후보가 된다. 얼굴·목소리가 타인 화면에 잡히는 콜라보·레이드·게릴라 출연도 같은 구멍이다.


미국 소송, 유럽 규제, 한국 이용자가 겹치는 지점

미국 사건은 계약·주법 불공정거래 중심이다. 유럽은 이미 다른 기본값을 깔아 두고 있다.

EU 저작권지침(DSM) 제4조는 상업적 텍스트·데이터 마이닝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권리자가 기계가독 방식으로 권리를 유보(opt-out)하면 막는다. AI법 제53조는 범용 AI 제공자에게 저작권 준수 정책, 권리 유보 존중, 학습 콘텐츠의 ‘충분히 상세한 요약’ 공개를 요구한다. 2026년 들어 집행위원회는 TDM 옵트아웃 프로토콜을 업계 합의 수준으로 정리하는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이 체계도 이미 가중치에 들어간 과거 데이터는 꺼내지 못한다. 앞을 막을 뿐 뒤를 지우지 못한다.

한국 이용자에게 실무적으로 남는 공백은 세 가지다.

  • 트위치 약관·분쟁 관할은 미국 계약 구조가 중심이다.
  • 국내 저작권법·개인정보 보호법상 초상·음성·채팅이 ‘학습 목적 제3자 제공·국외 이전’으로 재해석될 여지는 있으나, 이번 소장의 당사자와 준거법은 미국이다.
  • 한국어 방송은 영어권 대비 고품질 구어 데이터가 적어, 학습 가치는 오히려 채널당으로 더 클 수 있다. 보상 체계가 생기면 언어권 가산 논쟁이 따라올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며칠–몇 달이 가릴 것

단기적으로 볼 지점은 세 줄이다.

  • 집단 인증(class certification): 클래스가 “동의 없이 학습에 쓰인 모든 트위치 크리에이터”로 열려 있어, 기간·지역·피해 특정이 법원의 첫 관문이다.
  • 약관 개정 날짜와 문언: 8월 12일 라이선스 목적 확대가 ‘신규 권한 창설’인지 ‘기존 권한 확인’인지가 계약 청구의 급소다.
  • 모델 측 디스커버리: 아마존이 학습 코퍼스 목록을 어느 수준까지 제출하느냐에 따라, ” allegedly 2024년부터”가 사실관계로 고정될지 수사로 남을지가 갈린다.

제품 차원의 함의는 더 직접적이다. 생성형 AI의 병목은 모델 크기가 아니라 지울 수 없는 학습 데이터의 출처 증명으로 옮겨 가는 중이다. 트위치 사건은 그 증명을, 웹이 아니라 이미 이용 약관 안에 가둬 둔 플랫폼 아카이브에서 처음으로 크게 시험한다.

지금 당장 이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설정에서 해당 토글을 끄는 것뿐이다. 경로: 설정 → Security and Privacy → Training for Generative AI 해제. 그 조치가 과거분을 되돌리지는 않는다. 이번 소송이 묻는 질문은 바로 그 지점이다. 플랫폼은 이미 가진 아카이브를 어디까지 ‘원래부터 자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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