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생성형 AI의 과제 완벽 대답 공식 인정
MIT는 2026년 8월 25일, 생성형 AI가 에세이와 수학 증명, 코딩 등 학부 과정에서 요구하는 거의 모든 서면 과제에 그럴듯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과제의 결과물만으로 학생의 학습 여부를 판단해 온 기존 평가 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선언이었다. 발표문에는 MIT 총장 샐리 콘블루스와 학무부총장 멜리사 노블스, 교무처장 아난타 찬드라카산, 교수의장 로저 레비가 공동으로 서명했다.
MIT가 내놓은 해법은 AI 탐지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었다. 보고서는 오탐률이 낮더라도 탐지기가 학생들에게 불안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탐지기와 이른바 ‘휴머나이저’(AI가 쓴 티를 지우도록 문장을 고쳐주는 도구)가 서로의 감시와 회피 능력을 끌어올리는 소모적인 경쟁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류와 버그가 잦고 감시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락다운 브라우저(시험 중 다른 프로그램 사용을 차단하는 응시 프로그램)에도 부정적이었다. 시험 관리가 필요하다면 대면 감독시험을 치르는 편이 낫다고 권고했다.
탐지와 감시가 물러난 자리에는 세부 규칙보다 교육의 가치가 놓였다. MIT가 내세운 목표는 인간이 인간을 가르치며 인간의 번영에 기여하는 최고 수준의 기숙형 교육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술 통제가 아니라 올바른 문화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2026년 1월 출범한 위원회는 AI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새로운 교수법과 평가법을 발굴하며 관련 정책을 제안해 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강조한 것은 처벌보다 문화였다. AI를 적발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학생과 교수가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배움의 본질을 지킬 수 있는지 함께 합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허용 범위는 각 과목이 정하도록 했다. 교수자는 수업마다 AI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지, 사용해도 되는지, 사용해서는 안 되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별도의 상설 기구는 기술과 교육 환경의 변화에 맞춰 정책을 계속 수정한다.
이는 첫 규정을 확정된 답으로 굳히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동시에 대학 전체에 적용할 단 하나의 금지선을 지금 당장 긋지 않겠다는 선택이기도 하다.
성실한 학생이 손해 보는 자율 규범의 함정
AI 사용 규범을 구성원의 자율적 합의에만 맡기면, 규정을 성실하게 지키는 학생이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질 수 있다.
UC버클리의 고등교육연구센터 연구원 이고르 치리코프가 이끄는 연구진은 공립 연구중심대학 20곳의 학부생 약 9만 5천 명을 조사했다. AI를 매일 사용하는 학생 가운데 26%는 이를 부정행위에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 달에 한 번가량 사용하는 학생은 그 비율이 7%였다. 연구진은 AI 사용이 부정행위의 원인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규정 위반도 잦아지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이미 AI는 대학 생활의 일부가 됐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의 57%가 수업에서 AI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사용했고, 20%는 매일 사용했다. 학교가 AI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는 응답은 42%, 아예 금지한다는 응답은 11%였다. 하지만 학교가 선을 그어도 학생들의 사용은 계속됐다.
학생들은 AI 활용 능력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MIT 학생의 3분의 2 이상이 AI를 미래의 진로에 중요한 기술로 꼽았다. 반면 학교가 그에 필요한 준비를 충분히 지원한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율적인 규범 준수만 강조하면, 규정을 지키는 학생이 시간과 성적 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학생이 학습한 과정을 사람이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구술시험과 포트폴리오, 매주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프로젝트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평가 방식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MIT는 교원의 58%와 학부생의 93%가 참여하는 학부 연구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이러한 방식을 운영할 기반이 있다. MIT 보고서도 추가 조교와 AI 전담팀, 펠로 제도, 수업 실험 지원금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다른 대학들이 같은 조건을 갖춘 것은 아니다. 미국 교수직의 약 70%는 비정년 계약직이고, 2년제 대학에서는 시간강사의 비율이 65%를 넘는다. 이런 환경에서는 교원이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 과정을 확인하기 어렵다.
AI를 이용할 기회도 학생마다 다르다. 저소득층과 과소대표 집단, 여성은 AI를 상대적으로 덜 사용했고 유료 도구를 이용할 경제적 여력도 부족했다. MIT는 학생 한 명당 매달 30달러 상당의 AI 사용료를 지원하지만, 일부 상용 서비스는 한 달에 200달러까지 든다.
결국 AI 시대의 교육격차는 단순히 도구를 보유했는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학생 한 명에게 얼마나 많은 교원의 관심과 평가 시간, 그리고 비용을 배정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Google과 맥킨지가 대면 면접을 부활시켰다
대학 성적만으로 학생의 실력과 AI의 도움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면, 채용 단계가 지원자의 능력을 다시 검증해야 한다. 실제로 Google은 일부 직군에서 대면 면접을 부활시키고 화상 면접 중 AI 사용을 금지했다. 네트워크 장비 기업 Cisco는 원격 근무와 AI 때문에 가짜 지원자가 늘었다며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맥킨지도 지원자가 면접관 앞에서 직접 문제를 푸는 대면 평가를 추가했다.
온라인 평가에서 부정행위가 늘어난 것도 이런 변화의 배경이다. 개발자 채용 평가 플랫폼 CodeSignal의 감독형 평가에서 부정행위 또는 부정행위 시도가 적발된 비율은 2024년 16%에서 2025년 35%로 높아졌다. 신입 지원자만 보면 15%에서 40%로 급증했다.
기업들이 찾은 해법은 온라인 시험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지원자가 사람 앞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채점과 검증의 주도권은 대면 평가를 운영할 인력과 공간을 갖춘 기업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 입시는 같은 방식을 택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2019년 서울의 16개 대학에 수능 위주 전형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비교과 활동과 자기소개서도 폐지했다. 평가 과정에 활용되는 자료를 불공정의 원인으로 보고, 최종 시험 점수의 비중을 높인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대학들의 정시 비중은 2020학년도 약 27%에서 2023학년도에는 모두 40%에 도달했다. 상위 5개 대학의 서울 출신 합격자 수도 2021학년도 5,872명에서 2026학년도 6,784명으로 15.5% 증가했다.
한국 입시가 대면 평가를 확대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규모다. 2026학년도 수능에는 493,896명이 응시했다. 이들의 답안을 연인원 1,369명이 23일 동안 이미지로 스캔하고 판독, 검증했다. 이 정도 규모에서 모든 수험생을 대상으로 구술시험이나 포트폴리오 평가를 시행하기는 어렵다.
국가교육위원회도 2033학년도 대입 개편안으로 절대평가와 서, 논술형 평가의 확대를 검토했다. 그러나 수능 본시험의 서, 논술형 문항은 채점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사교육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제외하는 방향을 택했다.
결국 문제는 어떤 평가 방식이 학생의 능력을 더 정확히 측정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그 평가를 수행할 인력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결과가 공정하다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가 평가 방식의 한계를 결정한다.
차단 대신 통과 지점을 정교하게 구축하라
핵심은 AI를 전면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할 ‘통과 지점’을 정하는 데 있다.
MIT가 제시한 과목별 3단계 분류와 대면시험, 구술시험, 포트폴리오, 주간 점검, 평가 기준에 관한 대화는 모두 학생이 자신의 이해와 수행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절차다. 도구 사용은 허용하되, 중요한 단계에서는 사람이 책임지고 확인하는 방식이다.
리눅스 커널도 비슷한 원칙을 적용한다. AI의 기여는 Assisted-by 같은 태그로 공개할 수 있지만, AI 에이전트가 Signed-off-by 태그를 다는 것은 금지한다. 이 태그는 라이선스 적합성과 코드 기여에 책임을 지겠다는 개발자 원산지 증명(Developer Certificate of Origin, 기여한 코드의 출처와 권리를 개발자가 스스로 보증하는 서명 절차)이므로, 사람만 인증할 수 있다. 채용에서도 이력서 작성이나 코드 초안에 AI를 활용하도록 허용하되, 최종 문제 해결 과정은 지원자가 사람 앞에서 직접 설명하고 수행하게 할 수 있다.
사람의 확인이 필요한 통과 지점은 세 가지 조건으로 정할 수 있다.
- 첫째, 잘못됐을 때 복구 비용이 큰 업무다. 커널 병합과 라이선스 확인은 물론, 조직의 결제, 인증, 고객 데이터 처리, 대외 발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업무에는 사람의 검토와 명시적인 승인이 필요하다.
- 둘째, 당사자가 내용을 이해하고 설명해야 다음 업무로 넘어갈 수 있는 경우다. 산출물이 아무리 훌륭해도 작성자가 그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면 동료가 처음부터 다시 검증해야 한다. 구술시험과 평가 기준에 관한 대화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셋째, 결과물만으로는 사람의 작업과 도구의 작업을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다. 이때는 결과물만 검사하지 말고, 확인 과정을 대면 평가나 실시간 수행으로 바꿔야 한다. 신입 평가에서 대면 검증을 강화하면 부정한 도구 사용을 더 잘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결과물 검사의 한계를 보여준다. 반대로 수능처럼 수십만 명의 답안을 기계로 판독하더라도, 응시 과정 자체를 엄격하게 관리하면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
세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사람의 확인을 거치고, 그렇지 않은 업무에는 도구 사용을 허용하면 된다. 통과 지점을 미리 공개하면 누구에게나 같은 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 결국 학교와 회사가 정해야 할 것은 ‘AI 사용 금지 목록’이 아니다. 사람이 직접 책임지고, 설명하고, 승인해야 할 업무의 목록이다.
출처
- AI and education: A watershed moment for MIT — MIT
- AI and Education — MIT 위원회 보고서
- 학부생 AI 사용 연구 — University of California
- 대학생 AI 사용 조사 — Gallup
- 미국 비정년 교수 현황 — AAUP
- 기술 평가 부정행위 집계 — CodeSignal
- 기업의 대면 면접 복귀 — Computerworld
-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정시 40%와 지역 격차 — 한국경제
-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2033학년도 대입 개편 검토 — 뉴스1
- AI Coding Assistants — Linux Kernel document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