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글쓰기, 코딩, 분석, 요약 등 인지 노동의 상당 부분을 수행하면서, 교육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질문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부모와 교육자는 여전히 어떤 기술을 가르칠지, 어떤 과목을 먼저 할지를 놓고 논의하지만, 특정 기술이 장기적으로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 기술의 희소성이 경쟁력의 원천이던 구조가 변화하면서, 교육의 초점은 가르칠 내용을 고르는 것에서 다른 영역으로 이동할 필요가 생긴다.

”어떤 기술을 가르칠까”는 이미 틀린 질문이다

부모가 교육에 관해 묻는 질문은 대개 특정 기술이나 직업을 고르는 형태를 띤다. 미적분을 가르칠지 코딩을 가르칠지, 영어를 먼저 할지 의학 계열을 준비할지를 결정하는 식이다. 이는 특정 기술이 앞으로도 일정 기간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러나 AI는 그 전제를 약화시킨다. 기술이 경쟁력을 갖는 기간이 짧아지면서, 하나의 기술을 장기적으로 선택하는 행위 자체가 불확실해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술 선택의 방식 자체에 있다. 과거에는 기술의 희소성이 가치를 결정했다. 지금은 AI가 인지 노동의 상당 부분을 수행하면서 희소성에 기반한 가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더 희귀한 기술을 찾는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잘못된 기술을 골랐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을 골라야 한다는 사고의 틀이 더 이상 맞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제시하는 대안은 판단력과 창의성, 인간 고유의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이 방향은 구체적인 교육 방법으로 연결하기 어렵고, 그 효과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거의 모든 교육 논의에서 동일하게 반복된다. 다수가 같은 지점을 목표로 할 때, 그 자체로는 차별화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무엇이 희소해질지를 묻는 대신, 어떤 자원이 값싸해질 때 무엇이 상대적으로 비싸해지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 질문은 교육학보다 경제학과 생물학에서 먼저 다루어온 문제이며, 그 관점을 통해 현재의 변화를 분석할 수 있다.

싸진 것은 줄지 않고 보완재로 가치가 옮겨간다

1865년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는 증기기관의 효율이 개선되면 석탄 소비가 줄 것이라는 기존 예측이 틀렸음을 지적했다. 실제로는 석탄 소비가 증가했다. 효율이 높아지면서 석탄을 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이후 제번스의 역설로 불린다. 자원의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며, 가치는 그 자원 자체가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보완재로 이동한다.

비슷한 패턴은 조명의 역사에서도 나타난다.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의 분석에 따르면, 빛의 실질 가격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수천 분의 일 수준으로 하락했다.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인류가 빛을 덜 사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명이 저렴해지면서 야간 활동의 범위가 넓어졌다. 조명 자체의 가격은 낮아졌지만, 야간 노동과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산업, 도시 구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했다.

현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자원은 지능이다. 글쓰기, 코딩, 요약, 분석 등 인지 노동의 단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제번스의 역설을 적용하면, 지능이 풍부해진다고 해서 인지 노동의 총량이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능을 더 많이, 더 다양한 영역에 투입하게 된다. 이 경우 가치의 중심은 지능 자체에서 지능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영역으로 이동한다.

지능이 저렴해질 때 비싸지는 것은 창의성 자체가 아니라, 지능을 어디에 사용할지 정하고 그 방향으로 지속하는 힘이다.

기계가 답을 생성하는 일이 쉬워질수록,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이는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이 지적한 비용병 현상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는 영역과 달리, 자동화되기 어려운 인간적 요소의 상대적 비용은 상승한다. AI가 수행하는 작업을 더 잘하는 방향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진 영역에서 경쟁 우위를 찾는 것과 유사한 접근이다.

너무 깨끗한 환경은 병을 만든다

1989년 역학자 데이비드 스트라칸은 형제 수가 많은 가정의 아이일수록 알레르기와 천식 유병률이 낮다는 관찰 결과를 발표했다. 어린 시기에 미생물과 감염에 노출되는 경험이 면역계의 정상적인 발달에 기여한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반대로 지나치게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란 면역계는 외부 자극이 부족해 자기 조직을 공격하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 설명은 위생가설로 알려져 있다.

인지 발달에서도 유사한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거나, 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 상황,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이 인지적 역량을 형성하는 데 관여한다. 이러한 마찰이 반복적으로 제공될 때, 이후 유사한 어려움에 대한 대처 능력이 강화된다. 마찰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인지적 적응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AI는 인지적 마찰을 빠르게 제거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막연한 상태를 즉시 해소하고, 빈 공간을 채우며, 오류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다. 이로 인해 아이가 스스로 어려움을 겪고 해결하려는 경험이 줄어든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인지 발달에 어떤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마찰이 적은 환경에서 자란 경우, 아이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즉각적인 해결이 제공되지 않으면 노력 자체를 중단하는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특정 과목이나 기술의 습득 여부가 아니라, 어려운 과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경험 자체가 부족해지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교육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일정 수준의 인지적 부담을 경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한번 닫히면 다시 열리지 않는 창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휴벨과 토르스텐 위젤은 새끼 고양이의 한쪽 눈을 특정 발달 기간 동안 가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기간이 지난 후 눈을 다시 열어주었을 때, 해당 눈의 시각 기능은 회복되지 않았다. 시각 피질의 신경 회로가 일정한 시기에만 형성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 연구로 1981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았다. 일부 능력은 특정 발달 단계에서만 효율적으로 형성되며, 그 시기를 놓치면 이후 보완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국어의 음운 습득이 대표적인 사례다. 어린 시기에 특정 언어의 소리 체계에 충분히 노출되지 않으면, 이후 성인이 되어도 원어민 수준의 발음을 습득하기 어렵다. 뇌의 가소성은 무한하지 않으며, 일부 기능은 발달 단계에 따라 민감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평생에 걸쳐 습득 가능한 능력과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형성되는 능력은 구분된다.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다루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며,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는 성향은 후자에 가까운 특성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은 어린 시기에 반복적으로 어려운 과제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성인이 된 후 의지나 훈련만으로 동일한 수준에 도달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AI가 어린 시기의 인지적 마찰을 크게 줄이면, 그 영향은 단순히 특정 기술을 나중에 배우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일부 인지적·정서적 특성은 발달의 민감한 시기에 형성되지 않으면 이후 보완이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목 선택의 오류는 수정이 가능하지만, 특정 시기에 형성되지 않은 신경적 기반은 동일한 방식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무엇을 올릴까가 아니라 무엇을 치워주지 않을까

교육에서 부모와 교육자가 해온 일은 주로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더 많은 과목, 더 많은 사교육, 더 많은 학습 도구를 제공하는 형태다. 이 접근은 특정 결과물을 미리 정해 두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자원을 계속 쌓아 올리는 구조를 전제한다.

AI가 인지 노동의 많은 부분을 수행하게 되면서, 추가하는 방식의 효과는 이전보다 낮아진다. 이미 풍부하게 제공되는 인지적 자원을 더 많이 쌓는 것은 한계효용이 빠르게 줄어드는 영역이 된다. 대신, 과도하게 제공되는 지원과 즉각적인 해결을 줄이는 쪽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질 수 있다.

인지적 마찰을 줄이는 개입을 의도적으로 줄이면,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할 여지가 생긴다. 이 경험은 외부에서 즉시 제공되는 답이나 도구로는 대체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교육의 초점은 ‘무엇을 더 제공할 것인가’에서 ‘어떤 개입을 줄일 것인가’로 이동할 여지가 있다.

모든 가정이 더 많은 도구와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일부 가정이 과도한 개입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선택을 한다면 그 차이는 누적될 수 있다. 경쟁력의 원천이 새로운 자원을 추가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개입을 줄이는 데서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이 아니라 결핍을 설계하라

지능이 풍부해진 환경에서는 특정 기술을 가르치는 것 자체의 의미가 줄어든다. AI가 이미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을 아이가 더 잘하게 만드는 접근은, 기술의 상대적 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대신, 어떤 경험을 의도적으로 제공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쪽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세 가지 영역에서 구체화될 수 있다. 첫째, 즉각적인 해결을 제공하는 개입의 시기와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AI나 정답이 항상 빠르게 주어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아이가 일정 시간 동안 어려움에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둘째, 어려움과 실패를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발달 과정의 일부로 보는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다. 셋째, 외부에서 정해준 목표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는 대상을 발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무엇을 원하는지는 직접 가르치기 어렵고, 과도한 개입이 줄어든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더 잘 형성된다.

목표는 AI가 잘하지 못하는 능력을 아이에게 새로 심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인지적 자원이 쉽게 이용 가능한 환경에서도, 여전히 특정 방향으로 노력하고 그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상태는 새로 추가된 기술이나 지식보다는, 과도한 지원이 제공되지 않는 조건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의 중심이 과목이나 기술의 선택에 있는 한, 그 논의는 여전히 추가하는 방식에 머무른다. 미적분을 언제까지 어느 수준까지 가르칠 것인지를 묻는 질문 자체가 그런 구조를 반영한다. 미적분이든 다른 어떤 내용이든, 그것을 다루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어려움을 스스로 견디는 경험이 누적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을 다루었는지가 아니라, 외부의 즉각적인 지원 없이 그 과정을 지속했다는 사실이다. 이 관점에서는 가르칠 내용을 고르는 것보다, 어떤 지원을 줄이고 어떤 경험을 남겨둘지를 결정하는 쪽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가 인지적 수고를 대부분 대신해주는 시대에, 결국 결정적인 차이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지 정하고, 그 방향을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능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 능력은 풍부한 자원이 주어질 때 자동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남겨둔 마찰과 자율의 공간 속에서만 형성된다.

지금 우리가 설계하고 있는 교육 환경이, 결국 어떤 종류의 사람을 만들어 내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공간을 얼마나, 어떻게 남겨두느냐 하는 점이다.

#Education#Cognition#Auto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