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수록 신비는 줄어드는가. 과학은 오랫동안 신비를 설명으로 바꾸어왔다. 번개는 신의 분노에서 전기 현상이 되었고, 생명의 다양성은 창조의 수수께끼에서 진화의 과정으로 옮겨왔다. 초지능이 등장한다면 이 변화는 훨씬 빨라질 수 있다. 인간이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기계가 한 세대 안에 해결할지도 모른다. 그때 신비는 정말 사라질까.

우리가 아는 우주는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우주를 구성하는 보통 물질은 전체의 약 5퍼센트다. NASA의 설명에 따르면 나머지는 약 27퍼센트의 암흑물질과 68퍼센트의 암흑에너지다. 두 이름 모두 관측된 효과를 가리킬 뿐, 정체가 완전히 밝혀졌다는 뜻은 아니다. 최근 DESI의 3년 관측 결과는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변할 가능성을 강화했다. 아직 확정된 결론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표준으로 사용된 우주론 모형도 수정될 수 있다는 신호다. 과학의 역사는 이런 장면의 반복이었다. 뉴턴이 행성의 운동을 설명하자 중력의 본질이 새로운 질문이 됐다. 상대성이론이 중력을 시공간의 곡률로 설명하자 양자역학과의 통합 문제가 남았다. 하나의 설명은 미지를 줄이는 동시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더 깊은 미지를 드러냈다. 지금 달라지는 것은 속도다. 데미스 하사비스가 제안한 ‘아인슈타인 테스트’는 1911년까지의 지식만 제공받은 AI가 일반상대성이론을 스스로 도출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초지능의 의미는 기존 지식을 빨리 찾는 데 있지 않다. 인간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설명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때 사라지는 것은 신비 전체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신비라고 부르는 특정한 질문들이다.

우주 공간과 암흑물질을 암시하는 신비로운 이미지


설명할 수 있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다르다

초지능이 우주의 원리를 설명한다고 해서 초지능 자신까지 투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앤스로픽의 모델 내부 회로 추적 연구는 언어모델이 운율을 미리 계획하고, 서로 다른 언어에서도 일부 공통된 개념 표현을 사용한다는 정황을 보여주었다. AI는 완전히 닫힌 상자는 아니다. 내부의 일부 경로를 찾아내고 개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분을 관찰하는 것과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수십억 개의 매개변수가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에서는 하나의 판단이 여러 경로에 분산될 수 있다. 같은 내부 구조도 상황에 따라 다른 역할을 맡는다. 중요한 점은 AI가 영원히 설명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해석 기술이 발전하면 현재 불투명한 영역의 상당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성능과 투명성은 자동으로 함께 증가하지 않는다. 초지능은 인간보다 정확한 답을 만들면서도, 그 답에 도달한 과정을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더 많은 지식을 얻지만, 그것을 직접 이해하는 주체에서는 밀려날 수 있다.


괴델이 남긴 경계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일정한 조건을 갖춘 형식 체계 안에 그 체계만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존재하며, 체계가 자신의 무모순성을 내부에서 완전히 증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정리를 곧바로 “AI는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직관은 남는다.

설명의 경계를 넓히는 것과 경계 자체를 없애는 것은 다르다. 하나의 체계에서 풀리지 않은 문제는 더 넓은 체계에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체계에도 다시 전제와 출발점이 생긴다. 초지능은 설명의 경계를 인간보다 훨씬 멀리 밀어낼 수 있지만, 모든 설명을 완결한다는 주장은 별도의 문제다.

인간의 이해 범위 너머를 암시하는 경계의 이미지


경외감은 무지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심리학자 다처 켈트너와 조너선 하이트는 경외감의 핵심 조건으로 ‘압도적인 광대함’과 ‘기존 이해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요구’를 제시했다. 이 정의에서 경외감의 원료는 단순한 무지가 아니다. 별이 작은 불빛이 아니라 수십억 년 동안 핵융합을 지속한 거대한 천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밤하늘은 덜 신비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더 압도적이 된다. 설명은 마법을 걷어내지만, 그 자리에 규모와 구조의 경이로움을 드러낸다.

밤하늘의 별과 경외감을 담은 이미지


신비는 형태를 바꾼다

초지능이 등장하면 지금의 수수께끼 중 많은 것은 실제로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초지능이 만든 이론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가.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과 그 답을 이해하는 것은 같은가.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설명도 인간의 지식이라 부를 수 있는가. 앞으로의 신비는 “저것은 무엇인가”보다 “우리는 저 설명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가까워질 수 있다. 대상의 정체보다 설명의 권위, 이해의 주체, 의미의 선택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초지능이 우주를 모두 설명하는 날에도 질문은 남는다. 그 지식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이해했다고 말할 것인가. 무엇을 믿을 것인가. 그리고 설명이 끝난 뒤에도 무엇에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초지능 시대에 설명되지 않는 것의 마지막 자리는 기계 안에만 있지 않다. 그 설명을 받아든 인간이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순간에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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