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요구와 진입 장벽은 같은 문장이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대립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미국 대형 연구소들은 자사 모델이 사이버 공격 같은 영역에서 위험할 수 있으니 정부가 출시 전에 검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기업과 개방 진영은 모델 가중치, 곧 모델을 그대로 복제해 돌릴 수 있는 파일을 누구나 내려받게 공개하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위험 경고의 진심 여부는 굳이 따로 판정할 필요가 없다. 사전 심사, 정기 감사, 사고 보고는 모두 비용이고, 그 비용은 이미 규모를 갖춘 쪽이 훨씬 쉽게 감당한다. 규제 요구는 선두 주자의 이익과 정확히 겹친다.
선두 주자의 이익과 규제가 겹치는 구도는 1920년대 미국 라디오에서도 있었다. 주파수 규제가 없어 방송 신호가 서로 뭉개지자, 질서를 요구한 쪽은 정부가 아니라 대형 상업 방송사였다. 1927년 전파법으로 주파수 면허 기관인 연방라디오위원회가 생기고 이듬해 주파수를 재배분하면서 대형 방송사에 간섭 없는 채널이 몰렸다.
그 결과 교회, 노동조합, 대학이 운영하던 비영리 방송국은 1927년 200여 개에서 1934년 65개로 줄어 전체의 2%가 되었고, CBS와 NBC는 1930년대 초 미국 방송의 70%를 차지했다. 당시 기업 방송 진영은 자신들의 사업을 공익이라 부르고 밀려나는 쪽을 특수 이익이라 불렀다. 안전을 위한 규제와 후발 주자의 진입을 막는 장벽은 대체로 같은 문장으로 요구된다.
통제는 요구한 쪽으로 되돌아왔다
그렇다면 통제는 실제로 성공했을까? 1990년대 암호 소프트웨어가 가깝다. 미국 정부는 강한 암호화 기술을 무기와 같은 범주로 분류해 수출을 막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필 짐머만이 1991년 개인용 암호 프로그램 PGP를 공개하고 코드가 인터넷으로 국경 밖으로 퍼지자, 정부는 1993년 그를 형사 수사 대상에 올렸다. 수사는 1996년 기소 없이 끝났다.
통제가 풀린 결정적 이유는 위험이 없다고 판명되어서가 아니었다. 산업 경쟁력 논리가 이겼기 때문이다. 강한 암호는 이미 해외에서도 구할 수 있었고, 미국 기업만 국내용과 수출용 제품을 따로 만드느라 시장을 내주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1999년 9월 정책이 완화되고 2000년 1월 규정이 개정되면서 통제는 사실상 끝났다.

그런데 지금 개발자들이 실제로 쓰는 기본값은 어디로 갔을까. 알리바바의 Qwen은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에서 누적 내려받기 10억 건을 넘겨 메타의 Llama를 밀어냈고, 2026년 5월 기준으로 여러 모델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 OpenRouter에서 처리된 토큰의 약 61%가 중국 공개 모델이었다. 중국산 공개 모델 쪽으로 넘어간 셈이다.
통제의 부담은 요구한 쪽으로 되돌아왔다. 2026년 8월 백악관이 확정한 심사 체계는 최고 수준의 해킹 능력을 보이는 미국의 폐쇄형 모델에만 출시 전 검토를 요청하고, 미국의 공개 가중치 모델은 성능과 무관하게 전면 면제했다. 규제를 앞장서 요구한 기업들만 규제 대상이 된 셈이다.
만드는 행위는 풀고, 파는 행위를 잡는다
결국 가중치 공개는 막히지 않는다. 모델의 능력은 국경 밖으로 퍼지고, 통제는 통제하는 나라의 기업만 묶는다. 규제를 경쟁 장벽으로 쓰려는 시도는 국가가 산업 경쟁을 우선하는 순간 무너진다.
그렇다고 규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걸리는 지점이 옮겨 갈 뿐이다. 2026년 6월 미국 하원에서 나온 초당적 법안 초안은 주 정부가 모델 개발 자체를 규제하는 것을 3년간 금지하면서, 배포와 유통과 실제 사용을 규율할 권한은 명시적으로 남겼다. 만드는 행위는 풀어 두고 파는 행위는 붙잡는 구조다.

그 구조에서 가중치가 공짜가 되면 수익은 그것을 안정적으로 돌리는 인프라와 책임을 지고 파는 유통에서 나온다. 알리바바가 최고 성능 모델을 무료로 푸는 것도 자선이 아니라 자사 클라우드와 플랫폼으로 수요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어느 한쪽의 완승은 오지 않는다. 개방 진영은 기술의 확산을 얻고, 앞선 연구소들은 규칙을 만들 권한 대신 유통을 쥐게 된다. 논쟁의 축은 누가 만들어도 되는가에서 누가 책임지고 파는가로 넘어가고 있다. 지금의 격렬한 위험 논쟁의 상당 부분은 그 이동이 끝나면 함께 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