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만점, 대면 낙제의 진실

2026년 봄, 브라운대 경제학 수업의 재택 중간고사에서 이례적인 성적이 나왔다. 수강생 86명 중 40명이 100점을 받았고, 전체 평균은 96점이었다. 같은 과목의 역대 중간고사 평균은 65~80점이었다.

채점하던 교수와 조교는 여러 답안에서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간단히 풀 수 있는 문제인데도 학생들이 똑같이 불필요한 귀류법(어떤 명제가 참임을 보이기 위해 그것이 거짓이라고 가정해 모순을 이끌어내는 증명법)을 사용한 것이다. 문제를 ChatGPT에 입력해 보니 같은 우회 풀이가 나왔다. 부정행위 검출 시스템이 아니라, 채점자가 느낀 위화감이 첫 단서였다.

교수는 기말고사를 대면 시험으로 바꿨다. 그러자 18명이 수강을 철회했고, 9명은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이렇게 빠진 27명 가운데 22명은 중간고사 만점자였다.

기말고사 평균은 48.6점으로 추락했다. 역대 평균이 한 번도 65점 아래로 내려간 적 없는 과목이었다. 결국 19명이 낙제했다.

시험방식평균
중간고사재택96점
기말고사대면48.6점
역대 중간고사65~80점

같은 학기, 같은 수강생을 평가했지만 시험 방식이 달라지자 평균은 96점에서 48.6점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재택 시험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평균 96점이라는 기록도 그대로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학생의 실력을 측정해야 할 시험이 자칫 다른 능력을 기록할 뻔했다. AI가 만든 답안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답처럼 제출했는가를 말이다.


모두가 우수하면 누가 우수한가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학점은 변별력을 잃고 있었다. 하버드대 학부에서 A를 받은 비율은 2005년 24%에서 2025년 60%로 늘었다. 이에 교수회는 2026년 5월 20일, 찬성 458표 대 반대 201표로 A 학점 상한제를 통과시켰다. 2027년 가을부터 각 강의에서 A를 받을 수 있는 학생은 ‘수강생의 20%에 4명을 더한 수’로 제한된다. 부정행위가 전혀 없더라도 대다수가 A를 받는다면, 성적만으로 학생의 성취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성적은 학생마다 다른 성취 수준을 보여주는 신호다. 그러나 ‘우수하다’는 평가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면 그 신호는 의미를 잃는다. AI는 학점의 변별력을 무너뜨린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닳아 있던 도장을 누구나 쉽게 복제할 수 있게 만든 도구에 가깝다.

대학들은 교내 성적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 표준화 시험을 다시 요구하기 시작했다. 컬럼비아대는 자체 검토 결과, SAT와 ACT가 학생의 대학 생활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2027~28학년도부터 시험 점수 제출을 의무화했다. 이로써 팬데믹 이후 시험 점수를 선택 사항으로 바꿨던 아이비리그 8개 대학이 모두 표준화 시험을 다시 요구하게 됐다.

기존 규정은 대규모 부정행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교수는 5월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위원회는 답하지 않았다. 사건이 6월 말 외부에 알려진 뒤에야 위원회는 의심받는 학생마다 별도의 고발장과 답안 사본을 내라고 요구했다. 대학 측은 절차에 필요한 세부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40건의 의혹을 40번 따로 심판하는 구조에서는 조사와 입증의 부담이 교수 한 사람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교수가 우려한 것도 개별 학생의 처벌만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가장 뛰어난 젊은 두뇌의 상당수가 부정행위를 괜찮다고 여기는 사회”가 앞으로 치러야 할 비용이었다.


졸업장은 이제 출발선만 증명한다

대학이 종이 시험으로 돌아가고 있다. 2026년 봄 블루북(대학 시험에서 손으로 답안을 쓰는 얇은 답안지 공책) 판매량은 버지니아대에서 27%, 텍사스 A&M대에서 30% 이상, 플로리다대에서 50% 늘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서는 2년 만에 80% 증가했다. 한 정치학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AI가 하지 못하는 한 가지는 당신을 사칭하는 것이다.” 감독 없이 제출한 과제보다 학생이 시험장에서 직접 작성한 답안을 더 신뢰하겠다는 뜻이다.

기업도 졸업장만 믿지 않고 그 뒤에 있는 실제 능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학, 고용주 협회(NACE)의 ‘2026 채용 전망’ 조사에 따르면, 신입 대졸자 채용에 역량 기반 평가를 활용한다는 기업은 약 70%로 전년보다 늘었다. 대학원과 고용주는 학위만 살피는 대신 자체 과제와 대면 평가를 통해 지원자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검증한다.

학위는 한 사람이 입학 과정에서 선발됐고 교육과 인맥을 쌓을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구체적인 능력까지 보증하지는 못한다. 졸업장의 의미는 ‘능력을 증명하는 문서’에서 ‘능력을 검증받을 기회를 주는 자격’으로 바뀌고 있다.


출처


#교육#AI 글쓰기#진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