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기차로 바뀐 자리
덴버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빌리 스트래튼은 2026년 8월 21일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수업 실험을 공개했다.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수업에서 그는 학생들에게 챗봇으로 한 장면의 감정을 분석하게 했다. 대상은 카슨 매컬러스가 1940년에 쓴 소설이었고, 청각장애가 있는 두 인물이 강제로 헤어지는 대목이었다.
챗봇의 답은 문장만 보면 흠이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의 관계가 끊기는 순간의 무게는 빠지고 평범한 요약만 남았다. 버스가 떠나는 장면은 기차로 바뀌었고, 말을 하지 못하는 인물의 입에서 대사가 나오는 장면까지 새로 지어냈다.
틀린 곳은 문법이 아니었다. 청각장애 인물이 세상을 어떻게 겪는지에 대한 이해였다. 문장이 매끄러울수록 독자는 그 구멍을 잘 못 본다.
우연한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 2026년 4월 공개된 한 연구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직접 쓴 온라인 게시글 1,250건과 챗봇이 같은 주제로 만든 글을 비교했다.
| 구분 | 정서 | 반복되는 이야기 |
|---|---|---|
| 당사자 글 1,250건 | 46%가 중등도 이상의 우울 신호 | 통증, 실업 |
| 챗봇 글 | 96~99%가 긍정적 정서 | 극복, 영감 |
챗봇은 겪지 않은 삶을 밝고 매끈하게 쓴다.
잘 쓴 에세이일수록 떨어진 이유
같은 문제는 입시 자기소개서에서도 나온다. 학생이 자기 삶을 설명해야 하는 글이다.
코넬대학교와 카네기멜런대학교 연구진은 2026년 5월, 한 선발제 대학이 4년간 받은 수만 건의 지원 에세이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생성형 AI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뒤 지원서 문장은 서로 비슷해졌고, AI를 쓴 흔적이 있는 학생일수록 불합격 비율이 높았다.

부정행위로 걸린 결과가 아니다. AI가 써 주는 글은 완성도는 높지만 누가 써도 나올 법한 글이다. 입학사정관이 찾는 것은 이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이야기다. 평균적으로 잘 쓴 글은 거기서 탈락한다.
같은 연구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AI를 더 많이 썼고 손해도 더 컸다고 밝혔다. 시간과 돈이 없을수록 빠른 완성을 택하게 되고, 그 선택이 자기 이야기를 평균으로 깎아 냈다.
자료를 먼저 보고 그다음에 물어라
챗봇을 쓴다고 생각이 무조건 약해지지는 않는다. 시카고대학교 연구진이 2026년 4월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실험에 따르면, 언제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참가자 393명은 시의원 역할을 맡아 오염수 대책 문서 일곱 건을 검토하고 찬반을 정하는 글을 썼다. 시간이 넉넉한 조건에서는 혼자 먼저 자료를 본 뒤 나중에 챗봇을 부른 집단의 글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아예 안 쓴 집단은 내용을 가장 잘 기억했다.
시작부터 챗봇을 쓴 사람은 시간에 쫓길 때 점수를 얻었다. 다만 연구진은 그 대가로 AI가 짜 놓은 틀을 그대로 받아쓰게 된다고 경고했다. 판단을 내리기 전에 답을 먼저 보면 자기 판단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문장이 아니라 읽기를 증명하게 하라
금지만으로는 막기 어렵다. 지원서와 과제는 대부분 집에서 쓰이고, 잘 쓴 문장만으로는 누가 썼는지 가려낼 수 없다.
학교가 요구하는 것을 바꿀 수는 있다. 완성된 문장이 아니라 그 문장에 도달한 읽기를 증명하게 하는 방식이다. 스트래튼이 실제로 한 일이 그랬다. 그는 챗봇 사용을 막지 않았고, 챗봇이 내놓은 답에서 어디가 왜 틀렸는지를 학생이 찾아내게 했다.
말 못 하는 인물에게 대사를 붙인 오류, 밝게 미화된 장애 서사, 서로 닮아 버린 자기소개서는 모두 겪은 적 없는 것을 평균으로 메운 결과다. 그 구멍을 보려면 사람 쪽에 자기 경험과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
학생 글에 남은 망설임이나 서툰 감정은 감점 요소가 아니라 남겨 둘 증거에 가깝다. 매끄러운 문장은 이미 흔하다.
이 글이 딛고 선 자료들
- The importance of teaching students what AI can’t do — The Conversation
- Shiny Stories, Hidden Struggles: Investigating the Representation of Disability Through the Lens of LLMs — arXiv
- Study Explores AI-Written Admissions Essays — Inside Higher Ed
- Is AI bad for critical thinking? It depends on when you use it — Science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