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과 소개팅에서 프로필을 작성할 때 AI를 사용하는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문장을 다듬고 매끄럽게 만드는 기능이 일상화되면서 프로필이 원래 전달하던 자기 노력의 흔적과 노출의 밀도가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언어화 과정, 친밀감 형성의 재료, 신호의 정보 가치,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적 유인 구조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개인이 느끼는 편의와 시장 전체가 치르는 대가 사이의 간극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GPS가 퇴화시킨 뇌
2020년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Louisa Dahmani와 Véronique D. Bohbot 연구팀은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연구에서 평생 GPS 사용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GPS 없이 스스로 길을 찾는 상황에서 공간 기억 과제 수행이 저하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몬트리올 지역의 매일 운전하는 성인 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연구진은 가상 환경 과제를 통해 공간 기억 전략의 사용 정도, 인지 지도 형성 능력, 랜드마크 기억을 측정했다. GPS 사용 시간이 길거나 의존도가 높은 집단에서 해마에 의존하는 공간 전략을 덜 활용하고 인지 지도를 덜 정확하게 구성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3년 뒤 일부 참가자를 다시 검사한 결과에서도 그 기간 동안 GPS 사용이 증가한 사람들에게서 공간 기억 관련 과제 점수가 더 크게 떨어지는 패턴이 나타났다. 이 연구는 GPS 사용이 단순히 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내부 공간 처리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GPS 사용이 공간 기억에 미치는 영향은 주의가 분산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의사 결정 부하가 제거되는 데서 비롯된다. 턴바이턴 안내를 따를 때 운전자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주변 지형을 어떻게 연결할지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해마가 환경 정보를 통합해 인지 지도를 구축하는 작업이 일어나지 않는다. 연구팀은 GPS 안내가 사용자로 하여금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고 위치를 내부적으로 갱신할 필요를 없애 환경으로부터의 이탈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공간 기억 능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능력을 사용할 기회 자체가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형태다.
자신을 대상으로 한 소개팅 프로필 작성은 이와 유사한 인지 부하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어떤 개인적 정보를 골라내고 압축할지, 낯선 사람이 읽었을 때 매력적으로 느껴지도록 배열할지 결정하는 일은 공간 정보를 선택하고 통합하는 과정과 같은 종류의 정신적 작업이다. 이 작업을 AI에게 맡기면 GPS 의존과 같은 인지 이탈이 발생한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이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낯선 청중 앞에서 자신을 언어로 표현하고 구조화하는 구체적인 행위가 일어나지 않는다.
성인이 된 후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이후로 낯선 평가자를 상대로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압축해 전달할 기회는 소개팅 프로필처럼 드물다. 그런 점에서 이 작업은 낮은 빈도로 반복되지만 자기 언어화를 훈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앱을 바꿀 때마다 습관적으로 AI에 위임하는 행위는 GPS를 가끔 이용하는 경우와 일상적으로 의존하는 경우 사이의 격차만큼 누적 효과가 다를 수 있다. 그로 인한 변화의 크기는 사용의 편리함 정도가 아니라 그 행위가 얼마나 자주 반복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자기 이해를 위한 다른 활동으로는 일상적인 대화, 일기 작성, 전문 상담 등이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자기 반영과 언어화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인지 과정을 거치지만 낯선 사람이 매력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하는 구체적인 조건을 동일하게 재현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자기 언어화 능력 전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연애나 소개팅이라는 특정 맥락에서만 선택적으로 약화될 여지가 있다. GPS가 공간 기억에 미치는 영향과 달리 이 영역에서는 대체 활동이 존재하지만 그 활동들이 동일한 평가 상황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어설픈 것이 만드는 친밀감
1997년 아서 아론 연구팀이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발표한 실험은 45분 동안 점진적으로 수위를 높이는 상호 자기노출 과제를 수행한 낯선 두 사람이 같은 시간 동안 잡담을 나눈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더 큰 친밀감을 보고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후 36가지 질문 절차로 알려진 이 방법의 핵심은 지속적이고 점진적이며 상호적인 개인적 자기노출 자체가 친밀감을 유발하는 인과 요인이라는 점이다. 공통된 관심사나 사전 궁합이 아니라 노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호 작용이 친밀감 형성을 이끈다. 연구팀은 낯선 사람 사이에서 점차 깊어지는 개인적 정보를 교환하는 구조가 관계 형성의 직접적 동력임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친밀감을 만드는 요소는 노출에 수반되는 위험과 취약성이다. 긴장한 상태에서 작성된 프로필에는 머뭇거림, 과도한 설명, 어설픈 비유 같은 흔적이 남는다. 아론 실험에서 관찰된 친밀감 증가는 바로 이러한 불완전하고 위험을 동반한 노출에서 비롯됐다.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는 행위는 나중에 친밀감을 쌓는 데 필요한 원재료를 먼저 제거하는 결과를 낳는다. 완성도 높은 표현이 오히려 관계 형성에 필요한 신호를 약화시킨다.
온라인 데이팅 환경에서는 사진 단계에서 이미 반대 방향의 역학이 작동한다. 과도하게 보정된 매력적인 사진은 게시자의 진정성 지각을 떨어뜨리고, 그 하락이 함께 실린 텍스트의 신뢰도 지각까지 끌어내리는 교차 효과를 일으킨다. 사진의 과잉 보정이 텍스트 평가에까지 오염을 확산시키는 구조다. 이 현상은 프로필 전체의 신뢰 기반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AI가 생성한 프로필은 이러한 어색함과 불완전성을 정확히 지운다. 긴장한 사람이 직접 쓴 문장에 남아 있는 머뭇거림과 과한 설명, 서툰 비유는 AI가 매끄럽게 다듬는 과정에서 사라진다. 아론 연구에서 친밀감의 기반이 된 노출의 위험 신호가 먼저 제거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나중에 관계를 깊게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는 유일한 재료가 사전에 소진된다.
2025년 6월 매치와 킨제이 연구소가 발표한 14회 싱글스 인 아메리카 조사에 따르면 미국 18~98세 싱글 5,001명 중 데이팅에 AI를 사용하는 비율이 26%에 이르며 전년 대비 333% 증가했다. 소수의 실험이 아니라 첫 접촉을 매개하는 수단의 중위값이 빠르게 AI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노출 재료가 깎여 나가는 효과가 이제 개인 수준을 넘어 시장 전체 규모로 누적되고 있다.
모든 AI 개입이 동일한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문구를 부분적으로 다듬어주는 보조 기능과 처음부터 끝까지 대필하는 도구는 제거하는 노출의 양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앱에 무료로 통합된 문구 제안 기능과 완전 대필형 서비스는 이 축 위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다. 전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원재료를 건드리지만 후자는 자기노출 자체를 대규모로 대체한다.
복제된 진심
사진에서 각도를 잡고 조명을 조정하며 여러 장 가운데 한 장을 선택하는 보정 작업은 여전히 시간과 기술이라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무엇보다 그 아래에 복제 불가능한 실제 얼굴이라는 재료가 존재해야만 그 작업이 의미를 갖는다. 반면 AI가 생성하는 문장은 그 사람에 대한 사실적 정보가 거의 없어도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내며, 생성에 드는 한계 비용은 사실상 0에 가깝고 무한 반복이 가능하다. 기존 보정의 연장이 아니라 생성 방식 자체가 다른 단절이다.
톰슨가젤은 사자나 들개 같은 포식자를 발견하면 도망치지 않고 제자리에서 여러 차례 높이 뛰어오르는 스토팅 행동을 보인다. C.D. FitzGibbon과 J.H. Fanshawe가 1988년 Behavioral Ecology and Sociobiology에 발표한 관찰 연구는 들개에게 결국 잡힌 가젤일수록 스토팅 빈도가 낮았고, 도망에 성공한 가젤일수록 더 길고 잦게 뛰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뛰어오르는 데 필요한 체력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쫓아와도 잡히지 않는다는 정직한 신호가 된다. 컨디션이 나쁜 개체는 애초에 그 비용을 흉내 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잘 쓰인 프로필이 한때 요구했던 시간과 사고, 일정 수준의 글솜씨라는 비용도 같은 구조였다. 그 비용이 존재했기 때문에 프로필은 작성자의 투자 수준이나 능력을 어느 정도 구별해주는 신호로 기능할 수 있었다. AI가 그 비용을 제거하면 모든 프로필이 비슷한 수준으로 매끄럽게 생산된다. 스토팅에 드는 비용이 사라져 모든 가젤이 힘들이지 않고 뛸 수 있게 되면, 그 행동은 더 이상 컨디션을 구별하는 기능을 상실한다. AI가 프로필에서 지운 것이 정확히 이 비용이다.
이 신호의 정보값 붕괴는 이미지 채널에서 이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연구는 데이팅 앱 이용자가 AI 생성 이미지를 식별하는 정확도가 우연 수준 이하로 떨어진다고 보고했다. 텍스트는 이미지보다 생성이 훨씬 쉬운 매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호의 정보 가치 하락이 두 채널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과정은 한 번의 대면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짜 신호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상대가 알아채는 과정은 대개 한 번 보고 영원히 속거나 즉시 알아채는 이분법이 아니다. 반복적인 만남을 통해 통계적으로 학습해가는 누적 과정에 가깝다. 소개팅의 첫 만남은 정확히 이 학습의 첫 시행에 해당한다. 문제는 그 시행이 프로필이라는 사전 신호가 이미 완전히 소모된 이후에야 시작된다는 점이다.
이 판의 게임의 구조
앨빈 로스의 매칭 시장 연구는 시장이 붕괴하는 핵심 조건을 제시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 아니라, 먼저 제안하는 쪽이 유리하고 상대도 그 이른 제안을 받아들일 유인이 있을 때 시장이 풀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소화기내과 전공의 매칭 시장이 1996년 실제로 이런 식으로 무너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체 참가자가 늦게 시작하는 편이 집단적으로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개별 참가자에게는 늦는 쪽이 불리한 구조가 핵심이다.
AI 프로필 확산은 이 구조를 그대로 재현한다. AI로 문장을 다듬는 데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도 압력을 피할 수 없다. 다른 모든 프로필의 평균 다듬기 수준이 올라가면 다듬지 않은 프로필은 상대적으로 성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 다듬어짐이 더 이상 실질적인 신호를 전달하지 않는데도 여전히 그렇게 읽힌다는 점에서, 개인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시장 전체로는 자멸적인 결과를 낳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로스가 분석한 시장들은 예외 없이 정해진 매칭일이나 공식 청산 메커니즘 같은 중앙화된 규칙이 개입한 이후에야 붕괴가 멈췄다. 데이팅 앱에는 이런 시계를 되돌릴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개별 참가자의 선의나 자제만으로는 이 유인 구조가 풀리지 않는다.
이 압력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하게 받는 쪽은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가장 어린 세대다. 보정 없는 기준선을 경험해본 적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현재의 구조 안에서 소개팅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기존 시장 붕괴 연구가 다루지 않았던 세대 간 격차가 추가로 발생한다.
I am not AI 인증이 필요하지 않을까
첫 만남 전에 이미 가짜가 끼어든다는 진단 자체는 맞다. 다만 가짜인 대상이 틀렸다. 가짜인 것은 프로필 문장의 사실적 내용이 아니라 그 문장이 원래 수행하던 기능이다. AI가 다듬은 문장도 그 사람에 대한 사실을 담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상대는 그 문장을 이 사람이 나를 향해 들인 노력의 증거로 읽으며, 그 증거는 이제 누구에게나 거의 공짜로 주어진다.
값이 사라진 자리에 여전히 값을 매겨 읽는 행위가 남는다. 자기 언어화 능력의 이탈, 친밀감 재료의 선삭제, 신호 정보값의 붕괴, 개인 저항이 무력화되는 시장 구조라는 네 겹의 층이 겹쳐서 만드는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이 진단은 검증 가능한 하나의 결과를 예측한다. 자기노출은 프로필에서 증발한 것이 아니라 지연됐을 뿐이다. 아론 연구에서 친밀감을 만드는 점진적 노출의 시계가 원래 프로필 단계부터 돌기 시작했다면, 그 시계는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첫 만남으로 넘어간다. AI 프로필을 거쳐 만난 첫 만남은 프로필 단계에서 이미 어느 정도 노출을 주고받은 만남보다 더 무거운 자기노출 부담을 안고 시작한다. 사전에 쌓였어야 할 몫까지 한 자리에서 처음부터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노력의 흔적이 보이는가로 기만의 선을 긋자는 발상은 방향은 맞지만 기준이 성기다. 진짜 경계는 노력이 보이느냐가 아니라 그 노력이 그 사람만의 복제 불가능한 재료 위에서만 성립하느냐다. 보정된 각도는 그 사람의 실제 얼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지만, AI 문장은 그 사람에 대한 사실적 재료 없이도 그럴듯하게 만들어진다. 재료 의존성의 유무가 실제 경계선이다.
진정성을 고집하는 쪽만 페널티를 받는 집단행동 구조라는 진단도 맞다. 그러나 로스가 분석한 시장 붕괴 사례들이 한결같이 개인의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외부에서 시계를 재설정하는 장치로만 풀렸다는 사실은, 이 문제 역시 개인의 결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함께 보여준다. 검증된 자필 표시 같은 장치가 그 예에 해당한다.
이 구조가 계속된다면 첫 만남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된 자기노출을 다시 쌓아야 하는 자리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소진이 누구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시장 평균의 상승에 의해 강제된다는 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잘 걸러내느냐가 아니라, 인간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데 드는 비용을 다시 값비싸게 만드는 장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 하는 물음으로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