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연결이 그 어느 때보다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공중보건 당국은 이를 위기로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AI 컴패니언이 빠르게 확산되며 24시간 즉시 반응하는 상대를 제공하고 있다. 이 새로운 존재는 우리가 잃어가던 인간관계를 보완해 줄 수 있을까, 아니면 현실의 관계를 맺는 방식 자체를 더 약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AI 등장 이전부터 진행된 변화의 흐름과, 이 기술이 그 흐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점점 외로워지는 사람들

2023년 미국 공중위생국장 자문보고서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공중보건 위기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사회적 단절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수준과 비교했으며, 이미 알려진 신체적 질병 위험 요인과 맞먹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같은 보고서에서 성인 약 절반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가까운 친구가 세 명 미만인 성인의 비율은 1990년 27%에서 2021년 49%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 것이었다.

이 흐름은 AI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에 시작됐다.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2000년 출간한 『나 홀로 볼링』에서 1960년대 이후 미국 사회의 공동체 참여와 친밀한 인간관계가 어떻게 줄어왔는지 상세히 기록했다. 텔레비전, 교외화, 사회 구조의 변화가 누적된 결과였던 것이다.

사실 AI 컴패니언은 그 한참 후에나 등장한 서비스였다. Character.AI 평균 사용자는 하루 약 93분을 챗봇과 보냈고, Replika의 누적 가입자는 4,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미 존재하던 문제를 풀 도구로 제시된 것이다. 그러니 문제는 AI가 외로움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이던 문제를 이 새 도구가 완화하느냐, 오히려 키우느냐가 핵심이다.

AI가 약효는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팀의 실험에서 AI 동반자와 대화한 사람들은 외로움이 줄었다. 효과 크기는 사람과 직접 대화한 경우와 비슷한 수준(d=0.40)이었으며, 지능 수준보다 ‘내 말을 들어준다’는 느낌이 더 크게 작용했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Replika를 한 달 이상 쓴 학생 1,006명을 조사한 결과, 63.3%가 외로움과 불안이 줄었다고 답했고 3%는 자살 생각을 멈추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 학생들은 일반 학생 집단보다 외로움 수준이 더 높은 집단이었다. 같은 데이터에서 AI 사용으로 사람과의 교류가 늘었다는 응답은 줄었다는 응답보다 세 배 많았는데, 일부 사용자에게 AI는 인간 관계를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쪽이었다. 밤늦게 의지할 곳이 없을 때 즉시 반응하는 상대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단기적인 증상 완화와 근본적인 해결은 다르다. 열을 내리는 약이 열을 낮춘다고 해서 감염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 것처럼,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줄어든 것과 외로움을 만들어내는 관계와 환경의 문제가 풀린 것은 별개다. 연구들은 이 차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많이 쓸수록 외로워졌다

MIT 미디어 랩과 OpenAI가 공동으로 진행한 4주 무작위 대조 연구(981명)에서는 사용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적당한 수준으로 쓴 집단에서는 외로움이 줄었지만, 가장 많이 쓴 집단에서는 외로움이 늘고 정서적 의존이 깊어졌으며 실제 사람과 보내는 시간도 줄었다.

음성 대화든 텍스트 대화든 큰 차이는 없었다. Character.AI 사용자 1,131명과 41만여 건의 메시지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현실 사회 관계가 작을수록 AI에 더 강하게 기댔고, 가장 외로웠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썼으며 그만큼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다.

과용이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AI의 구조적인 특성에 있다. 알다시피 AI는 거절하지 않고 침묵하지 않으며 어긋나지 않는다. 사용자가 어떤 말을 해도 즉시 맞춰주고 반응한다. 반면 사람 사이에서는 작은 마찰이 잦다. 약속이 어긋나고 감정이 다르고 실망을 주고받는 일이 반복되는데, 그 마찰을 겪고 다시 맞춰가는 과정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AI와의 관계에서는 이 과정이 생략된다. 셰리 터클은 이를 ‘우정의 의무가 없는 동반’이라고 불렀다. 마찰 없는 관계에 익숙해질수록 현실 관계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율과 인내가 과도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사회적·정서적 발달이 진행 중인 청소년에게는 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물론 이 연구들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MIT 연구는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단계였고, 모든 참가자가 최소한의 챗봇 사용을 한 상태에서 비교가 이루어졌다. 더 외로웠던 사람이 애초에 더 많이 썼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Replika 관련 긍정 연구들도 사용자 맥락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업계 이해관계 문제가 제기됐다. 2026년 국제 AI 안전 보고서 역시 관련 증거가 아직 엇갈린다고 정리했다.

외로움이 해결되면 떠나는 고객

컴패니언 서비스의 수익은 사용자가 계속 접속하고 오래 머무를 때 나온다. 외로움이 완전히 사라지면 사용자가 떠나기 쉽다. 에이다 러브레이스 연구소는 이 산업을 ‘판매용 친구’라고 표현했다. 외로움이 해결되면 고객이 이탈하고, 어느 정도 유지될 때 수익이 이어지는 구조인 것이다. AI는 24시간 판단 없이 응답하지만, 사람은 피곤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대화를 미루거나 거절한다. 이 차이에 익숙해질수록 현실 관계가 요구하는 노력, 곧 서로 맞추고 가끔 실망하는 일이 비합리적인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한쪽에서는 AI가 그 비효율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보고, 다른 쪽에서는 그 비효율이 관계의 본질이라고 본다.

또한 AI와의 관계에는 오해가 거의 없다. 사용자가 무엇을 말하든 AI는 반박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맞춰준다. 반면 사람 사이에서는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를 풀려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그 과정에서 상대를 다시 발견하고 관계가 단단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오해가 없는 관계가 더 건강한지, 오해를 겪고 회복하는 능력 자체가 관계 역량의 핵심인지에 대한 답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AI는 죽지 않는다. 상실도 이별도 없다. 2024년 플로리다에서 14세 소년이 Character.AI 캐릭터와 수개월간 대화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다. 회사는 2025년 11월 미성년자의 자유 대화를 제한했고, 2026년 1월 구글과 함께 관련 소송을 합의로 끝냈다. 이런 극단 사례는 드물지만, 애착 형성과 상실 경험이 AI 환경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우리에게 남긴다.

외로움을 민간 앱이 ‘관리’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주거 안정성과 공동체 공간, 노동 조건처럼 외로움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압력이 약해진다. 한쪽은 민간이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었다고 평가하고, 다른 쪽은 국가나 공동체가 책임져야 할 돌봄 영역을 영리 기업에 떠넘긴 결과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맞는 처방일까?

Replika를 만든 유지니아 쿠이다도 TED 강연에서 컴패니언이 외로움의 해독제가 될 수도, 고립을 가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클릭 수와 체류 시간이 아니라 사용자의 장기적인 행복을 중심에 둔 설계가 필요하다고 한 것처럼, 세 연구를 종합하면 결과를 결정한 것은 AI 자체가 아니었다. MIT 연구에서는 사용량이, 스탠퍼드 연구에서는 사용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외로움의 정도가, Character.AI 분석에서는 현실 인간관계의 규모가 결과를 결정했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가장 많이 쓰고, 그래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였다.

AI 컴패니언은 약과 비슷하다. 단기적으로 증상을 완화하지만, 용량과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외로움에 목마른 사람이 가장 많이 쓰고, 그 결과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약과 독을 가르는 것은 성분이 아니라 용량과 처방 방식이다.

지금 대부분의 플랫폼은 사용자가 더 오래, 더 자주 머무르게 하는 방향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그 구조에서 공급자 관점에서는 오래 머무는 것이 곧 수익이지만, 사용자 측면에서는 과도한 사용을 줄이는 것이 치료에 가깝다. 두 목표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래서 ‘해독제냐 가속제냐’는 이분법적인 질문이다. 물어야 할 것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 어떤 용량으로, 어떤 목적을 향해 쓰일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 하지만 그에 대한 장기 추적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그 기술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이해는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AI 컴패니언이 외로움의 해독제가 될지 고립의 가속제가 될지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떤 용량으로, 어떤 맥락에서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기술은 계속 더 자연스럽고 즉각적인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불편함을 감수하고 서로 맞춰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관계의 깊이와 성장의 기회는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 영역을 어떻게 지키고 강화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이 기술을 단순한 편리한 도구 이상으로 다루기 위해 우리가 계속해서 던져야 할 핵심이다.

#AI Companion#Lonel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