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태국에서 인허가 제동이 잇따르며 AI 인프라 속도가 전력망과 지역 동의에 묶이기 시작했다

무엇이 바뀌었나

AI 데이터센터는 한동안 칩 확보와 자본 투입의 문제로 다뤄졌다. 2026년 여름부터는 다른 질문이 앞에 섰다. 시설이 들어설 지역의 전기요금, 용수, 토지 이용, 소음, 세금 감면이 먼저 쟁점이 됐다.

9월 2일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이 CNBC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는 물을 쓰지 않는다”며 용수 우려를 “적대국의 선전”이라고 말했다. 같은 발언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국내 논쟁과 맞물리며 기술 이슈가 정치 이슈로 옮겨갔다.

같은 주 태국은 건설 중인 49개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했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구속력 없는 원칙을 내놨고, 일부 지자체는 이미 허가 동결에 들어갔다. 북미와 아시아에서 동시에 나타난 제동이다. 모델 성능보다 전력망 접속과 지역 허가가 AI 용량 증가 속도를 먼저 결정하는 국면이다.


용수 논쟁의 사실 관계

루트닉 발언과 이전 발언의 차이

루트닉은 2026년 9월 2일 CNBC ‘스쿼크박스’에서 데이터센터가 물을 쓰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미국 최대 용수 사용처는 축산업이라며, 데이터센터 용수 주장은 미국 속도를 늦추려는 선전이라고 했다.

2025년 5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같은 인물이 “이런 AI 설비는 물을 빨아먹고, 물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냉각·배관 인력 수요를 설명하는 맥락이었다. 두 발언의 시점이 1년 이상 벌어져 있고, 냉각 기술 변화가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은 있다. 다만 “물을 쓰지 않는다”는 표현은 이후 보도에서 반복적으로 반박됐다.

측정된 규모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는 미국 데이터센터의 현장 직접 용수 사용량을 2023년 약 660억 리터로 추산했다. 2014년 212억 리터에서 약 3배로 늘었다. 하이퍼스케일 시설만 놓고 보면 2028년 연간 600억–1,240억 리터 구간이 제시된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인용한 BBC 검증은 미국 데이터센터 평균 일일 사용량을 약 200만 리터로 봤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100메가와트급 시설을 예시로, 냉각 방식 평균 일 200만 리터, 이 중 현장 소비는 약 72만 5,000리터로 설명했다.

직접 냉각수보다 큰 항목은 전력 생산에 들어가는 간접 용수다. LBNL 분석은 간접 사용량이 직접 사용량의 약 12배에 이른다고 봤다. 환경단체 세레스는 2024년 미국 데이터센터가 전력 생산 과정에서 약 3.4조 갤런의 담수를 취수했다고 집계했다. 취수량과 실제 소비량은 구분해야 한다.

시설마다 다른 이유

모든 데이터센터가 같은 방식으로 물을 쓰는 것은 아니다.

  • 증발식·냉각탑 방식은 하절기와 건조 지역에서 현장 용수가 크게 늘어난다.
  • 공기 냉각, 폐쇄회로, 칩 직접 냉각은 현장 용수를 크게 줄인다. 대신 전력 사용이 늘 수 있다.
  • 버지니아 업계 조사는 현지 데이터센터 83%가 대형 사무건물 수준 이하 용수를 쓴다고 주장한다. 입지와 설계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뜻이다.

국가 전체로 보면 축산업·농업 용수가 훨씬 크다. 루트닉이 말한 상대 비교는 그 점에서 맞다. 다만 데이터센터 용수는 특정 유역·특정 시기에 집중된다. 전국 비중과 지역 체감이 다른 이유다.


전력망이 먼저 막혔다

텍사스 감사와 접속 중단

텍사스 주지사 그레그 애벗은 8월 3일 공익사업위원회(PUCT)와 전력계통운영기관 ERCOT에 공문을 보내, 계통 접속 절차를 밟는 데이터센터 전수 검증이 끝날 때까지 신규 접속을 진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점검 항목에는 전력 수요, 자체 발전 여부, 용수, 세제 혜택, 지역 영향, 소유 구조가 포함됐다.

당시 ERCOT 대기 수요는 약 474기가와트였다. 텍사스 사상 최대 전력 수요의 5배를 넘고, 이 중 약 90%가 데이터센터 관련 신청이었다. 대기 물량 자체가 실제 건설량과 같지는 않다. 투기성 신청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운영기관이 분류·심사할 물량이 그리드 규모를 크게 웃돈다는 점은 확인된다.

BloombergNEF는 이번 조치로 약 49.8기가와트, 미국 전체 파이프라인(약 253기가와트)의 20% 안팎이 지연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봤다. 3개월 지연을 가정하면 2027년 1분기까지 매출 차질이 인공지능 비중 60%일 때 약 80억 달러, 100%일 때 약 150억 달러로 추정됐다. 추정치는 가정에 따라 달라진다.

자체 발전으로 계통에 붙지 않는 프로젝트는 이번 중단 대상이 아니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라클, 오픈AI 등이 부지 안 가스발전을 확대하는 이유와 맞물린다. 계통 병목을 피하려는 우회가 이미 진행 중이다.

뉴욕의 주 단위 모라토리엄

뉴욕 주지사 캐시 호컬은 7월 14일 행정명령 62호로 50메가와트 이상 대형 데이터센터의 주 환경허가 심사를 일시 중단했다. 미국 주 단위로는 처음이다. 공공서비스부가 포괄환경영향평가(GEIS)를 마칠 때까지 유지되며, 기간은 최대 1년 안팎으로 제시됐다.

2026년 5월 기준 뉴욕독립계통운영기관(NYISO) 대기 수요는 데이터센터만 약 12기가와트였다. 2025년 한 해에만 8기가와트 이상이 대기열에 들어왔다. 주 의회는 20메가와트 기준의 1년 중단 법안을 먼저 통과시켰고, 행정명령은 기준을 50메가와트로 올렸다. 실질 영향은 대형 하이퍼스케일에 집중된다.

뉴욕은 전기요금이 높은 주다. 호컬 측은 송전망 비용을 일반 요금 납부자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역 투자 가이드라인과 판매세 감면 폐지 추진도 같은 패키지에 들어 있다.


북미와 아시아의 병행 제동

캐나다: 연방 원칙과 시 단위 동결

캐나다 AI 담당 장관 에번 솔로몬은 9월 3일 데이터센터 개발 원칙 5가지를 발표했다. 지역에 남는 편익, 전기요금 전가 금지, 용수·환경 영향 최소화, 영향 공개, 국가 전략 기여다. 연방 인허가 절차를 새로 만든 것은 아니다. 주·시 권한을 인정한 비구속 지침이다.

이미 움직인 곳은 지자체다.

캐나다 여론은 정부 지원에 부정적인 조사가 나와 있다. 연방 신민주당은 신규 건설 일시 중단을 요구했다. 연방 정부는 유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지역 반발을 관리하는 쪽을 택했다.

태국: 49곳 공사 중단

태국은 9월 4일 국가 데이터센터 감독위원회 첫 회의 뒤, 공사 중인 49개 프로젝트를 멈추고 허가 대기 117곳 이상의 심의도 보류했다. 운영 중인 시설은 35곳이다. 신규 기준은 한 달 안 발표를 목표로 잡았다.

배경은 전력·용수만이 아니다. 방콕 주거·상업 밀집지에 창고·사무실로 신고된 시설이 들어선 점이 규제 공백으로 지적됐다. 방콕시는 그 전 이미 미승인 3건을 재심으로 돌렸고, 에너지부는 비상 연료탱크 신규 허가를 멈췄다. 내무부 차관은 수도권수도공사에 신규 데이터센터 급수를 당분간 미루라고 지시했다.

태국 쪽 투자 누계는 200억 달러를 넘는다는 보도가 있다. 재무장관은 “문을 닫는 결정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동남아 거점 경쟁에서 완전히 빠지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읽힌다. 다만 입지 기준과 요금 체계가 바뀌면 기존 파이프라인의 일정과 수익률은 다시 계산해야 한다.

영국: 중앙은 가속, 현장은 반대

영국 정부는 데이터센터를 국가중요인프라로 보고 인허가 단축을 추진 중이다. 반대로 현장 반대는 늘고 있다. 브리스톨 에이번마우스 계획에는 3,000건 넘는 이의가 모였고, 노리치 인근 계획은 청원 약 5,000명을 모았다. 녹색당은 신규 건설 일시 중단을 요구했다. 가뭄 국면에서 용수 논쟁이 겹쳤다.

영국은 미국식 주 단위 모라토리엄은 없다. 다만 계획 단계에서 용수·전력 정보가 들쭉날쭉하다는 지적이 나와 있다. 냉각 방식을 신청 초기에 밝히지 않는 사례가 많아, 주민 반발이 수치보다 불확실성에 기대는 면도 있다.


정치가 인프라를 앞질렀다

중간선거 이슈로 이동

미국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데이터센터는 양당 광고에 등장하는 소재가 됐다. AdImpact 집계를 인용한 CNN은 올해 관련 방송 광고비가 3,100만 달러 이상이며, 이 중 99% 이상이 비판 광고라고 전했다. 7월에는 전체 방송 광고비의 8%를 넘긴 달도 있었다.

여론 조사 결과는 방향이 비슷하다.

오하이오 상원 선거(셰로드 브라운 대 존 허스티드)가 대표 전선이다. 미시간, 메인, 텍사스 주지사·상원 선거에서도 같은 프레임이 쓰인다. 공화당 전국상원위원회가 내부 메모에서 ‘잠자는 이슈’로 경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좌우가 겹치는 지점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연방 차원의 신규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법안을 추진했다. 스티브 배넌은 이 방향에 공개적으로 가깝게 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배넌이 이민 등 다른 쟁점의 차이를 잠시 접고, AI와 데이터센터를 “미래를 가르는 문제”로 본다고 전했다.

겹치는 이유는 단순하다. 진영마다 강조점은 달라도 현장 불만의 목록이 같다. 전기요금, 물, 경관, 고용 창출 규모, 빅테크 불신이다.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건설 확대를 지지한다. 공화당 지방 공직자와 대통령 사이의 온도 차가 여기서 드러난다. 애벗 주지사가 1년 전 “AI 거점”을 내세웠다가 올해 감사를 지시한 것이 그 예다.


산업 쪽 대응과 우회 경로

병목이 확인된 뒤 사업자 대응은 세 갈래다.

  • 계통 대기 대신 부지 안 가스발전, 소형모듈원전, 장기 전력구매계약으로 전원을 직접 확보한다.
  • 용수 논란이 큰 지역은 폐쇄회로·공기 냉각·폐열 회수를 내세운다. 영국과 캐나다 신청서에서 반복되는 문안이다.
  • 인허가 리스크가 낮은 주·국가로 물량을 옮긴다. 텍사스·뉴욕이 까다로워지면 대기열이 짧은 시장과 자체 전원이 가능한 부지로 수요가 이동한다.

LBNL 2025년 갱신치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을 2024년 192테라와트시, 전체 전력의 4.7%로 봤다. 기준 시나리오에서 2030년 649테라와트시, 11.8%다. IEA는 2025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17% 늘었고, 2030년까지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대형 기술기업 5곳의 2025년 설비투자 합계는 4,000억 달러를 넘었고, 2026년 추가 증가폭은 약 75%로 제시됐다. 수요 곡선은 가파른데 접속·허가 곡선은 꺾이기 시작한 상태다.

민간 건설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이 봐야 한다. 미국 비주거 건설의 최근 호황 일부가 이 시설에 기대 있다. 모라토리엄이 길어지면 지역 일자리와 세수 전망도 같이 흔들린다. 주민 반대와 건설·투자 측 경고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 구분해야 할 점

  • “데이터센터는 물을 쓰지 않는다”는 말은 냉각 방식과 입지에 따라 사실이 갈린다. “전혀 쓰지 않는다”는 단정은 과장이다.
  • 미국 반대 운동이 중국 등 외부 세력의 영향 작전이라는 주장은 일부에서 제기됐으나, 규모와 인과를 입증한 공개 자료는 부족하다.
  • ERCOT 대기 474기가와트를 곧 건설 물량으로 읽으면 안 된다. 실제 준공 전망은 BNEF 기준 텍사스 2030년 약 17기가와트 안팎이다.
  • 태국 49곳 중단은 전면 금지가 아니라 기준 마련 전 일시 정지다. 캐나다 연방 원칙도 허가권 이전이 아니다.
  • 폐쇄회로 냉각은 현장 용수를 줄이지만 전력과 간접 용수를 늘릴 수 있다. 용수 절감과 전력 절감이 항상 같은 방향은 아니다.

앞으로 볼 지점

단기 일정은 명확하다. 텍사스 감사 종료 시점, 뉴욕 GEIS 초안, 태국 한 달 내 기준, 캐나다 지자체 조례 확정, 미국 11월 중간선거다. 선거 결과가 주 단위 모라토리엄을 더 늘릴지, 반대로 연방이 주 규제를 제약할지가 다음 분기 변수다.

중기적으로는 세 가지가 용량을 가른다. 첫째, 계통 접속을 대체할 자체 전원의 인허가와 연료 공급. 둘째, 냉각 방식 전환이 지역 용수 갈등을 실제로 줄이는지. 셋째, 전기요금 전가를 막는 별도 요금제·부담금이 투자를 밀어낼지다.

칩과 자금이 모여도 전력이 안 붙고 물이 안 나오고 지역이 허가하지 않으면 연산 용량은 늘지 않는다. 2026년 하반기 논쟁의 핵심은 모델이 아니라 그 병목이다.


#컴퓨트·데이터센터#AI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