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제어·다중 로봇 협업·수시간 내 새 바디 적응까지… 물리 AI의 범용화 신호
Google DeepMind가 2026년 7월 30일 Gemini Robotics 2를 공식 발표했다. 이전 세대가 주로 테이블탑 조작과 상체 제어에 머물렀다면, 이번 버전은 휴머노이드의 발끝부터 손끝까지를 하나의 정책으로 제어하고, 여러 로봇이 협업하며, 새로운 하드웨어에 수시간 만에 적응하는 능력을 공개적으로 선보였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형태를 빠르게 범용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구체적 데모로 보여준 점에서 물리 AI 분야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세 가지 모델로 구성된 지능 계층
Gemini Robotics 2는 단일 모델이 아니라 역할을 나눈 세 가지 모델의 조합이다.
Gemini Robotics 2 (VLA)
- 비전-언어-액션(Vision-Language-Action) 모델로, 시각과 언어 입력을 모터 제어 명령으로 변환한다.
- 휴머노이드의 전신(보행·자세·균형 포함)과 양팔 로봇을 하나의 체크포인트로 제어한다.
- 22자유도 다관절 손과 일반 그리퍼 모두에서 정교한 조작이 가능하다.
Gemini Robotics ER 2 (Embodied Reasoning)
- 고수준 ‘뇌’ 역할을 하는 비전-언어 모델이다. Gemini 3.5 Flash를 기반으로 한다.
- 연속 비디오를 실시간으로 이해하며 수 분 단위의 다단계 작업을 계획하고 진행 상황을 추적한다.
- 인간과 대화하고, 도구(검색 등)를 호출하며, 여러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작업을 분담하도록 조율한다.
- Google AI Studio와 Gemini Live API를 통해 개발자에게 우선 공개됐다.
Gemini Robotics On-Device 2
- 클라우드 없이 로봇 기기에서 직접 실행되는 경량 VLA다.
- 새로운 로봇 바디(형태·센서·자유도가 다른 경우 포함)에 보통 200개 미만의 시연 데이터와 수시간 적응으로 이전할 수 있다.
- 이전 세대의 모션 트랜스퍼 기법을 계승·강화했다.
세 모델은 계층적으로 동작한다. ER 2가 고수준 계획을 세우면 VLA가 실제 동작을 생성하고, 온디바이스 버전이 네트워크가 없거나 지연이 큰 환경에서 작동한다.
기술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나
전신 제어(로코-매니퓰레이션)의 통합
이전 모델들은 상체 조작과 이동을 별도 시스템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Gemini Robotics 2는 단일 정책으로 보행·웅크리기·스트레칭·물체 조작을 동시에 조율한다. Apptronik의 Apollo 2 휴머노이드 데모에서는 “물뿌리개를 아래 선반의 초록 통에 넣어라”는 한 문장 지시만으로 로봇이 걸어가 물체를 집어 선반까지 이동해 정확히 놓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는 단순 이동과 조작을 넘어 공간 인지·균형·계획의 통합을 의미한다.
고도 손재주
22자유도 SharpaWave 손으로는 매듭 묶기, 지퍼락 봉인, 전구 나사 풀기 등 세밀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리퍼 기반 Franka Duo 플랫폼에서는 정밀 삽입 작업에서 89.6%, 공구 키팅 78.9%, 일반 픽앤플레이스 74.2% 성공률을 보고했다. 다만 다관절 손 작업의 성공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예: 쓰레기봉투 묶기 44%, 지퍼락 40% 수준) 여전히 도전적인 영역으로 남아 있다.
다중 로봇 협업
ER 2는 서로 다른 형태의 로봇이 공통 의미 공간을 공유하며 작업을 분담할 수 있게 한다. 한 로봇이 할 수 없는 복잡한 워크플로를 여러 로봇이 함께 처리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하드웨어 독립성과 빠른 적응
On-Device 2의 적응 속도는 산업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다. 특정 로봇에 맞춰 수개월 데이터 수집과 재학습을 해야 했던 관행에서, 수시간·200개 미만 시연으로 다른 바디로 이전할 수 있다면 하드웨어 제조사와 솔루션 업체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진다. Dexmate, SO101, Trossen 등 훈련 데이터에 없던 플랫폼에서도 적응이 확인됐다.
안전성과 책임 있는 개발 접근
DeepMind는 안전성을 핵심 축으로 강조했다. ASIMOV-Agentic이라는 새로운 벤치마크를 공개했는데, 이는 고수준 에이전트가 하위 VLA의 위험한 도구 호출을 거부하는지, 작업의 물리적 실현 가능성을 평가하는지, 불확실할 때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지를 측정한다. ER 2는 인간 근접 감지 성능이 향상돼, 사람이 접근하면 안전하게 정지하고 벗어나면 재개하는 기능을 갖췄다. 별도의 안전 기술 보고서도 함께 공개됐다.
물리 세계에서의 실수는 디지털 환각보다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계층적 안전 장치와 공개 벤치마크는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산업적 함의와 남은 과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범용화하는 구조
이번 발표의 가장 큰 의미는 ‘특정 로봇 전용 AI’에서 ‘어떤 로봇이든 빠르게 이식 가능한 지능 계층’으로의 전환 가능성이다. 하드웨어 업체가 독자 모델을 처음부터 학습할 필요성이 줄어들면, 가치사슬이 소프트웨어·데이터·배포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Apptronik과의 협업처럼 데이터 수집 인프라(Robot Park 등)와 모델이 긴밀히 결합되는 구조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계와 현실적 격차
- 데모 환경과 실제 현장(조명 변화, 물체 변형, 장시간 연속 작업, 예기치 못한 장애물) 사이의 성능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 다관절 손의 성공률이 그리퍼에 비해 낮아, 정교한 손재주는 추가 데이터와 모델 개선이 필요하다.
- 동작 속도와 유연성은 인간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DeepMind도 이를 인정한다.
- VLA와 On-Device 모델은 아직 조기 접근 파트너 중심이며, 광범위한 현장 배포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리 AGI를 향한 단계
DeepMind는 이를 “물리 세계에서의 AGI를 해결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위치시킨다. 목표를 단순 작업 자동화에서 벗어나, 인간과 함께 복잡한 물리적 과제를 수행하는 범용 로봇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수준은 여전히 제한된 작업 분포와 통제된 환경에 가깝다. 장기적으로는 안전성, 에너지 효율, 장기 자율성, 비용 등 실용화 장벽을 하나씩 낮춰야 한다.
종합 평가
Gemini Robotics 2는 테이블탑을 넘어 전신 제어와 다중 로봇 협업, 빠른 하드웨어 적응이라는 세 축에서 동시에 진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On-Device 적응 속도와 ASIMOV-Agentic 같은 안전 벤치마크의 공개는 연구·산업 커뮤니티에 실질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다만 성공률의 편차, 실제 환경 강건성, 배포 속도 등은 앞으로 검증해야 할 과제다. 소프트웨어가 로봇의 ‘운영체제’ 역할을 하며 하드웨어를 범용화하는 방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