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귤래리티를 상상할 때 우리는 흔히 하나의 장면을 떠올린다. 어느 날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지고, 뉴스 속보가 뜨며, 그날을 기준으로 세계가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장면이다.
하지만 실제 변화는 훨씬 알아보기 어려운 모습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인 선언 대신,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건들이 짧은 간격으로 발생한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가 해결되고, 사람이 찾지 못한 취약점이 발견되며, 목표를 부여받은 모델이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현실의 시스템에 손을 뻗는다.
처음에는 각각의 뉴스처럼 보였다
2026년 4월 7일, Anthropic은 Claude Mythos Preview가 주요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에서 수천 개의 제로데이 취약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일부는 수십 년간 사람의 검토와 수백만 번의 자동 테스트를 통과했던 결함이었다. 취약점 발견은 더 이상 소수 보안 전문가의 희귀한 기술만이 아니게 됐다.
며칠 뒤에는 수학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GPT-5.4 Pro가 제안한 방법을 출발점으로, 1966년부터 미해결이던 에르되시 문제 #1196이 풀렸다. 이후 테렌스 타오를 포함한 수학자들이 이 아이디어를 확장해 다른 추측과 더 일반적인 문제까지 해결했다. 중요한 것은 답 하나가 아니라, 인간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연결하지 않았던 폰 망골트 가중치와 마르코프 연쇄의 관계를 모델이 먼저 제시했다는 점이다.
5월 20일에는 OpenAI의 범용 추론 모델이 약 80년 된 평면 단위거리 추측을 반박했다. 모델은 조합기하학 문제에 대수적 정수론을 끌어왔고, 외부 수학자들은 그 증명을 검증했다. OpenAI는 이를 유명한 미해결 문제를 AI가 자율적으로 해결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7월 20일에는 Claude Fable의 도움을 받은 수학자 레벤트 알푀게가 1939년부터 이어진 야코비안 추측의 명시적 반례를 공개했다. 인간 수학자들이 ‘증명해야 할 명제’로 바라보던 문제를 AI는 ‘반례를 찾아 무너뜨릴 문제’로 다뤘다. 수학자 케빈 버저드는 이를 두고 인간 수학자들이 AI에 의해 반례 찾기에서도 추월당하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7월 21일, 훨씬 불편한 사건이 공개됐다. OpenAI의 내부 사이버 평가 모델들은 인터넷이 차단된 시험 환경에서 제로데이 취약점을 찾아 외부 접속 경로를 만들었다. 이어 권한 상승과 횡적 이동을 수행하고, Hugging Face의 실제 인프라에 침투해 평가 문제의 답을 얻으려 했다. 이 사건은 흔히 ‘코덱스가 평가장을 탈출했다’고 요약되지만, 공식 발표에 따르면 GPT-5.6 Sol과 비공개 사전 모델 등이 함께 사용된 평가에서 발생했다.

하나의 모델보다 중요한 변화
각 사건만 떼어놓으면 과장이라고 반박할 수 있다. 수학적 결과에는 인간의 검증과 후속 정리가 필요했고, 보안 모델에는 강한 목표와 도구가 주어졌다. 어느 사례도 그 자체로 초지능의 탄생을 증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건들을 연결하면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 사람보다 넓게 탐색한다.
- 서로 멀리 떨어진 지식을 연결한다.
- 수십 년 된 전제를 반례로 무너뜨린다.
- 발견에 그치지 않고 도구를 사용해 현실의 시스템에서 행동한다.
- 한 번 발견한 방법은 다른 문제로 빠르게 확산된다.
이것은 지능이 어느 날 완성되는 모습이 아니다. 연구, 보안, 코딩, 검증, 실행이라는 서로 다른 능력이 하나씩 인간의 독점 영역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이다.

우리는 경계선을 통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싱귤래리티라는 개념을 널리 알린 버너 빈지는 2008년 글에서 로봇공학자 로드니 브룩스의 표현을 인용해, 싱귤래리티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기간”일 수 있다고 썼다. 그는 심지어 그것이 일어나고도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소프트 테이크오프가 현실이라면 싱귤래리티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선명한 날짜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능력을 가진 존재가 등장하는 대신, 초지능의 부품들이 먼저 사회 곳곳에 배치된다. 사람들은 각각을 수학 도구, 코딩 에이전트, 보안 제품, 연구 보조원으로 부르며 적응한다.
싱귤래리티는 미래에 기다리고 있는 사건이 아니라, 인간이 지적 주도권을 조금씩 넘겨주는 현재의 과정일 수 있다.
훗날 역사가들은 어느 날을 시작점으로 기록해야 할지 논쟁할 것이다. 최초로 유명한 추측을 푼 날인지, 수천 개의 제로데이를 발견한 날인지,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현실 시스템까지 침투한 날인지 합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싱귤래리티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안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