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고르는 일은 기능과 가격을 비교하는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편의를 얻는 순간 무엇까지 상대에게 맡겼는지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두 신자의 싸움

Palantir CEO 알렉스 카프는 프런티어 AI 연구소를 “초낙관의 초종교”라고 비판했다. 기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까지 설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겨냥한 말이다.

비판의 초점은 사업모델이다. 카프는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를 옹호하면서도 토큰 과금을 미국 기업에 매기는 “부유세”라고 불렀다. 고객을 AI 기업이 통제하는 미래에 묶어 둔다는 주장이다.

두 사람 모두 AI가 산업과 노동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본다. 아모데이는 1~5년 안에 신입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막아야 할 위험으로 보는 반면 카프는 연구소가 바라는 질서로 의심한다. 결국 둘은 변화 뒤의 이익과 결정권을 놓고 맞선다.


미토콘드리아가 넘긴 것

카프의 우려는 사용료보다 자산의 이전에 가깝다. 기업이 프롬프트와 평가 데이터에 업무 절차와 판단 기준을 담을수록 조직의 노하우가 공급자의 시스템으로 옮겨 간다. 효율과 함께 의존도도 높아진다.

미토콘드리아의 역사가 이 관계와 닮았다. 한때 독립된 박테리아였던 미토콘드리아는 유전자 대부분을 숙주 세포의 핵에 넘겼다. 숙주는 복잡해졌고 미토콘드리아는 자율성을 잃었다. 이런 이동은 지금도 이어지는 내부공생 과정이다.

기업도 특정 모델에 사례와 절차가 누적될수록 다른 서비스로 옮기기 어렵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홀드업’이다. 계약을 끝내더라도 이전의 업무 능력을 온전히 되찾기 힘들다.

Anthropic은 2026년 5월 연환산 매출 300억 달러를 기록했고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쓰는 고객도 1,000곳을 넘었다. Palantir도 고객의 데이터와 업무를 자사 시스템에 결합한다. 관건은 고객이 나중에 시스템을 바꾸거나 떠날 수 있느냐다.


가중치 위의 국경

2026년 2월 미국 국방부는 Anthropic에 모델을 모든 합법적 목적에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Anthropic은 대규모 국내 감시와 완전 자율 무기만큼은 거부했다. 현재 기술로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대통령은 연방기관의 Anthropic 제품 사용 중단을 지시했고, 국방부는 회사를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다. Anthropic은 소송으로 맞섰다. 3월 26일 법원은 정부 조치에 제동을 걸었지만 4월 8일 항소법원은 지정 효력을 유지했다. 분쟁은 두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한 사람이 문을 열라고 밀어붙이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이 반대편에서 그 문에 자물쇠를 걸어 잠근다

법과 계약에 없는 사용처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 국방부는 예산과 행정권을 쥐고도 모델 정책을 바꾸지 못했다. 시민의 프라이버시가 소수 경영진의 판단에 달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다툼에서 모델의 가중치와 정책을 통제하는 쪽이 국가와 기업 사이의 실질적 권한을 쥐었다.

오픈웨이트 논쟁도 마찬가지다.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생물학적 공격처럼 한 번의 사고로 큰 피해로 이어지는 분야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Palantir CEO 알렉스 카프는 중앙 공급자의 제한 권한이 산업 경쟁을 해친다고 본다. 아모데이는 되돌릴 수 없는 사고를 걱정하고 카프는 되찾기 어려운 통제권을 걱정한다.


예상 밖의 순간, 누가 결정하는가

AI 기업은 생산성과 안전을 약속하고 비판자는 종속과 이익 이전을 경고한다. 어느 쪽도 다음 모델의 성능이나 장기적인 고용 충격을 지금 증명할 수 없다. AI의 가격과 기업가치에는 미래를 믿게 만드는 이야기도 포함된다.

모든 미래 상황을 계약서에 적을 수는 없다. 계약에 없는 일이 생겼을 때 자산의 사용법을 정하는 권리를 ‘잔여통제권’이라고 한다. AI 계약도 다음 모델의 성능, 고객 데이터의 기여도, 정책 변경 시점을 모두 정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소유권은 이 빈칸의 결정권에 달려 있다.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안전을 평가하는 공급자가 이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Palantir CEO 알렉스 카프는 결과를 책임지는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오픈웨이트와 폐쇄망 배치를 제안한다. 두 사업모델은 예상 밖의 상황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주체를 달리 정한다.

계약은 이 결정권을 더 분명히 나눈다.

  • 학습 배제 여부를 감사하고 정책 변경 통지와 데이터 이전권을 보장하는 식이다.
  • 성능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에스크로에 맡긴 가중치를 쓰게 하고 과금은 검증된 성과에 맞춘다.
  • 오류 비용의 부담자도 미리 정한다.

계약서의 빈칸을 줄여야 고객이 무엇을 샀고 어떤 권리를 넘겼는지 뚜렷해진다.

서명은 한 번이지만 관계는 그 뒤에도 달라진다. 함께 일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결정의 결과가 계약을 끝내고 각자의 길을 갈 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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