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가 업무를 대신할수록 결과의 정확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을 근거로 대상을 식별하고 권한을 적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 같은 행동을 검증하거나 재현하기 어렵다.
기업 시스템의 잃어버린 문맥
기업 시스템은 결과는 기록해도 이유는 잘 남기지 않는다. 승인된 할인율이나 처리된 장애는 기록되지만, 어떤 예외와 선례가 결과를 만들었는지는 찾기 어렵다. 그래서 2025년 말 Foundation Capital은 데이터뿐 아니라 결정의 근거까지 기록하는 컨텍스트 그래프 를 차세대 기업 소프트웨어의 과제로 제시했다.
Slack, Jira, 회의록, 코드 리뷰에는 판단의 흔적이 이미 많이 남아 있지만, 이 기록들을 서로 연결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같은 결제 서비스도 아키텍처 문서, CMDB(구성관리데이터베이스), 온콜 채널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기업이 평균 101개, 대형 조직이 약 187개의 앱을 쓰는 환경에서는 어느 기록이 어떤 고객, 계약, 서비스에 관한 것인지 어떻게 맞출까.
그 단절을 잇는 컨텍스트 그래프는 엔티티의 상태와 결정 근거를 여러 시스템과 시간대에 걸쳐 잇는 조회 계층이다. 새로운 발명이라기보다,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와 CMDB, APM, 인시던트 관리가 따로 관리해 온 엔티티, 소유권, 실행 경로, 비용 관계를 연결하는 방식 에 가깝다.
그래프가 에이전트의 기억을 바꾼다
에이전트의 정확도는 설명을 늘린다고 올라갈까. 무엇을 가리키는지 먼저 확정하는 데서 갈린다. 지식그래프 연구에서도 엔티티와 속성이 모호할수록 정확도가 낮아졌다. 그래프 추출 실험 에서는 기준이 되는 대상을 먼저 찾고 범위를 좁히는 과정이 사후 검증보다 환각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엔티티 그래프가 먼저 ‘무엇이 있고 누가 소유하는지’를 정하고, 결정 기록은 ‘어떤 정책과 예외가 적용됐는지’를 그 위에 덧붙이는 순서가 맞다. 순서가 바뀌면 근거를 찾아도 행동 대상을 정할 수 없다. 실행 결과를 같은 엔티티에 다시 연결하면 한 번의 판단이 다음 판단의 근거 가 된다.
이 순서를 제품에 녹인 ServiceNow의 Context Engine도 기존 그래프로 의도와 권한, 정책을 확인한다. 데이터를 한곳에 복제하지 않고 자산과 지식, 워크플로를 연합해 조회한 뒤 결정 기록을 남긴다. 이 과정은 통합 온톨로지와 다중 그래프 추론 으로 이뤄진다. 에이전트 메모리에서도 사실에 유효 기간을 붙인 지식그래프가 DMR에서 94.8%로 비교 방식의 93.4%를 앞섰고, LongMemEval에서는 최대 18.5% 개선됐으며 응답 지연은 90% 줄었다.
그래프는 늘 낡을 수 있다
컨텍스트 그래프는 현실의 완벽한 복사본이 아니다. CMDB는 수작업 갱신과 불완전한 연동 탓에 구성 항목이 낡거나 소유자와 관계가 빠지기 쉽다. 그래서 완전성, 정확성, 최신성을 계속 측정 하는 게 관건이다. 각 노드에 출처와 마지막 관측 시각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에이전트 입장에서 현재 정보와 폐기된 정보가 뒤섞인다.
또한 기계 조회 수와 에이전트 호출 비중까지 봐야 정보를 쌓아둔 것인지 실제 운영 기반으로 쓰이는지 알 수 있다. 공유 URI는 시스템마다 이름이 다른 대상을 연결하고, SHACL(스키마를 검증하는 W3C 제약 언어) 같은 제약은 스키마 변형을 잡아낸다. 간접 관계를 미리 계산할지 조회할 때 추론할지에 따라 비용과 응답 속도 도 달라진다.
그 위에서 결정은 한번 내리면 계속 맞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에만 유효하다. 새 정책이 옛 정책을 대체하고 과거 상태도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컨텍스트 그래프의 흔한 오류는 거짓 정보보다 한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낡은 정보에서 생긴다.
MCP만으로 감사는 완성되지 않는다
구축은 시스템마다 다른 이름을 하나의 지속 식별자로 통일하고, 모든 노드에 소유자를 두는 일에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모든 기록을 모을 필요는 없어서, 변경 승인, 장애 사후 분석, 정책 예외, 코드 리뷰처럼 이미 구조화된 기록부터 엔티티 ID로 연결하면 된다.
다만 회의 전사문을 통째로 저장하면 파편만 늘어난다. 결정 대상과 시점, 승인 권한만 뽑아 기존 노드에 연결한다. 수집하기 어려운 구두 판단은 업무 절차 안에서 기록되게 한다.
- 예외 승인은 티켓으로 받고, 우선순위 변경은 백로그에 반영하며, 아키텍처 선택은 PR 템플릿에 넣는 식이다.
- 기록은 별도 업무가 아니라 결정이 지나가는 시스템에 붙어야 오래간다.
이때 데이터 정확성은 자산을 운영하는 도메인 팀이 책임지고, 지식 엔지니어링 팀은 식별자와 스키마, 공통 어휘를 관리한다. MCP와 A2A는 도구 호출과 에이전트 간 통신을 돕지만 판단의 감사와 재현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판단의 감사와 재현을 보장하려면 별도의 거버넌스 계층 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성과를 가르는 기준은 노드 수일까. 최신성 기준을 충족한 노드의 비율, 기계가 결정 기록을 조회한 비율, 행동에서 엔티티 ID까지 추적되는 비율이다. 그래야 어떤 정보와 권한이 행동을 만들었는지 재현할 수 있다.
결국 컨텍스트 그래프는 한 번 만들고 끝나는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다. 엔티티의 소유권, 정보의 유효 기간, 결정의 근거를 계속 관리하는 운영 체계다.
기록을 더 많이 쌓아주는 것보다 판단의 대상과 이유를 믿을 수 있게 연결해두는 쪽이 에이전트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
자동화가 늘어날수록, 그렇게 시스템에 걸어 둔 기록을 읽는 주체도 달라진다. 사람이 나중에 훑어보던 문서였다면, 이제는 기계가 업무 중에 곧바로 조회하는 운영 데이터다. 기록 방식은 에이전트의 성능뿐 아니라 오류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확인하는 범위까지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