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근거 없는 독점 시도라고 반박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 사이버보안·인프라안보국(CISA),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은 2026년 9월 8일 공동 사이버보안 권고(AA26-251A)를 내고, 중국 소재 AI 기업 6곳이 2024년 말 이후 미국 프론티어 모델에서 능력을 대규모로 추출했다고 밝혔다.

대상 기업은 DeepSeek(深度求索), Moonshot AI(月之暗面), 알리바바, MiniMax, StepFun(阶跃星辰), Z.AI(智谱)다. 대상 모델군은 Anthropic Claude, OpenAI GPT, Google Gemini, xAI Grok 계열이다. 권고는 이 활동이 “보조 수단이 아니라 핵심 개발 전략”이며, 중국 정부가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상무부는 9일 대변인 문답에서 혐의를 “사실에 근거가 없고 법에 근거가 없다”고 거부했다. 증류는 업계 통상기법이며, 미국이 기술·상업 문제를 정치화해 AI 독점을 지키려 한다고 규정했다. 제재가 이어지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발표 시점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9월 방미 일정과 겹친다. 양국은 이미 AI 정부 간 대화를 합의한 상태다.


미국 측이 적시한 내용

기업별 지목

권고는 기업마다 추출 대상과 활용처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 DeepSeek: 2024년 말부터 Claude·Gemini·GPT·Grok 다수 버전을 대상으로 추론, 에이전트 기능, 법률·글쓰기·질의응답 최적화 등을 추출해 R1·V3 학습에 썼다는 평가
  • Moonshot AI: 2025년 중반 이후 Claude Fable 5, GPT 계열 등에서 소프트웨어 공학, 수학, 지도 미세조정(SFT), 강화학습 능력을 추출해 Kimi 계열에 반영했다는 평가
  • 알리바바: Claude·GPT 계열을 활용해 Qwen 계열의 코딩, 고객응대, 에이전트 워크플로를 보강했다는 평가
  • MiniMax: 사고연쇄(CoT), 강화학습, 코딩 에이전트 기능을 추출하고 Claude Code에 프롬프트 주입을 시도했다는 평가
  • StepFun: 후반기–2026년 초 코딩·에이전트 능력을 추출했다는 평가
  • Z.AI: 2026년 중반까지 GPT-5.5, Claude Opus 4.8에서 수십억 토큰 규모로 CoT 추론 능력을 추출했다는 평가

규모와 수법

권고의 핵심 수치는 “수백만 건 질의로 수십억 토큰 추출”이다. 수법으로 적시한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이용약관 위반: 경쟁 모델 학습·지역 제한 우회
  • 프리미엄 계정 대량 구매와 팀 단위 공유
  • 네이티브 API, 해외 클라우드, 제3자 애그리게이터를 동시에 쓰는 다경로 접속
  • ‘환승역(transfer station)‘으로 불리는 회색시장 API 프록시
  • 사고연쇄를 끌어내는 프롬프트, 차단 시 경로 자동 전환, 응답 품질 평가 체계

CISA 대행 국장 닉 앤더슨은 미국 기업의 경쟁 우위를 좁히는 증류 캠페인에 대해 즉시 방어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권고된 대응

미국 당국이 기업에 제시한 조치는 접근 차단만이 아니다.

  • 이상 프롬프트·계정·트래픽 탐지, 구독 대비 사용량·신규 계정 즉시 최대 사용 감시
  • 증류로 의심되는 트래픽에는 응답을 몰래 저하(모델 다운그레이드, 추론 깊이 축소, 스타일 교란 등)
  • 모델사·클라우드·API 중개사 간 지표 공유

즉, 이용자를 공개 차단하기보다 추출 이득을 떨어뜨리는 쪽을 권했다.


중국 측이 반박한 내용

상무부 논지는 네 갈래다.

  • 증거·법리 부재: “산업 규모 증류”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다.
  • 기술 중립: 증류는 모델 간 상호학습의 통상기법이며 미국 기업도 쓴다. 중국 개원(오픈소스) 모델을 미국 기업이 증류한 사례가 모델 보고서에 나온다고 주장했다.
  • 이중 기준: 자국 기업 약관의 광범위한 지역 제한을 국가기관이 뒷받침하는 형태라고 봤다.
  • 독점 유지: 행정·입법부의 제재 위협은 계산·데이터 독점을 지키려는 조치이며, 제재가 현실화하면 반격하겠다고 했다.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은 중국 AI 발전이 자력갱생의 결과이며 근거 없는 비난을 중단하라고 했다. 동시에 양국이 AI 대국으로서 협력해야 한다고 병기했다.


증류는 무엇이고, 어디부터가 문제인가

지식 증류(knowledge distillation)는 성능이 높은 ‘교사 모델’의 출력으로 더 작은 ‘학생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법이다. 연구소가 자사 대형 모델을 경량화하거나, 추론 비용을 낮출 때 일상적으로 쓴다. 미국 권고도 이 기법 자체를 위법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쟁점은 기법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다음 세 조건이 겹치느냐다.

  • 타사 상용·제한 모델의 출력을 대량 수집했는가
  • 약관이 금지한 경쟁 모델 학습·지역 제한 우회가 있었는가
  • 우회 인프라(계정 풀, 프록시, 메타데이터 제거)가 조직적으로 운영됐는가

OpenAI 이용약관은 출력을 사용해 경쟁 모델을 개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Anthropic 약관은 사전 승인 없는 모델 스크래핑·증류를 명시적으로 제한한다. 동시에 두 회사 모두 출력물에 대한 권리를 이용자에게 양도하는 조항을 둔다. 소유권과 사용 제한이 한 계약 안에 공존하는 구조다.

저작권·영업비밀로 바로 구성되느냐는 별개 문제다. 출력물 자체는 이용자 소유로 보는 약관이 많고, 대량 추출이 ‘부정한 수단’인지는 아직 판결로 정리되지 않았다. 현재 미국 측 주장은 주로 약관 위반과 국가안보 평가에 기대 있다.


확인된 사실과 평가의 경계

확인된 사실에 가까운 것은 다음이다.

  • 9월 8일 미 3개 기관이 6개 기업을 실명 지목한 공동권고를 공개했다.
  • 9월 9일 중국 상무부가 공식 반박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 그보다 앞선 2026년 2월 Anthropic은 DeepSeek, Moonshot, MiniMax가 약 2만4천 개 부정 계정으로 Claude와 1,600만 건 이상 대화를 생성했다고 자체 공개한 바 있다. 이번 권고는 그 선을 정부 문서로 확장한 형태다.

평가이거나 독립 검증이 안 된 부분은 분명하다.

  • “악의적 절도”, “중국 정부 인지”는 미국 측 판단이다. 권고는 “likely”를 썼다.
  • 수십억 토큰·수백만 질의의 원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외부 연구자가 기업별 기여도를 재현할 수는 없다.
  • DeepSeek가 과거에 제시한 낮은 학습 비용이 증류를 빼면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미국 측 해석이다.
  • 추출된 능력이 군사 체계로 이전됐는지는 이번 문서에 입증 자료가 없다.
  • 중국이 말한 “미 기업이 중국 개원 모델을 대량 증류했다”는 주장 역시 특정 보고서·수치를 권고 수준으로 첨부하지 않았다.

즉, 분쟁의 중심은 실험실에서 재현 가능한 논문이 아니라 정보기관의 귀속 평가와 상대국의 정치적 거부다.


왜 지금 공표됐는가

타이밍이 기술 쟁점만큼 중요하다.

  • 시진핑 방미를 앞두고 정보기관이 기업명을 적시하면, 정상회담 의제에 AI 접근·수출통제·지식재산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2026년 5월 베이징 회담에서는 AI 가드레일이 거론됐지만 문서화된 합의는 없었다.
  • 미국 기업은 이미 계정 차단·트래픽 분류를 해왔다. 정부 권고는 민간 분쟁을 동맹·제재 언어로 격상시킨다.
  • 중국은 개원 모델 확산과 낮은 추론 비용으로 시장 점유를 넓혀 왔다. 미국이 증류를 ‘핵심 전략’으로 규정하면, 그 성장 서사 자체가 부정행위 서사로 바뀐다.

한쪽은 안보 문서, 다른 쪽은 통상 문서로 같은 기술을 읽고 있다.


세 갈래 쟁점

약관 위반인가, 추격형 학습인가

미국·동맹 안보·업계 쪽은 약관 위반과 비용 절감형 추격으로 본다. 프론티어 모델 학습에는 막대한 계산·전력·데이터가 드는데, 출력만 대량 수집하면 그 비용을 외부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중국과 일부 개발도상국·개원 진영은 증류를 합법적 학습으로 본다. 공개 API에 질의를 넣고 받은 텍스트로 학습하는 행위와, 가중치를 해킹해 빼내는 행위는 다르다는 구분이다. 상무부가 “사다리를 걷어찬다”고 한 것도 이 선에 있다.

실무적으로는 둘 다 부분적으로 맞다. 소량 벤치마크·평가용 질의는 업계 관행에 가깝다. 계정 풀과 프록시로 지역 차단을 우회하며 수개월간 도메인별로 수천–수백만 질의를 넣는 체계는 관행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경계선은 ‘기법’이 아니라 ‘규모와 우회’에 있다.

정부 인지와 국가안보 프레이밍

미국은 규모와 정교함을 근거로 정부 인지를 추정했다. 중국 정부는 기업 행위를 국가 전략과 분리해 “상업 문제”로 되돌리려 한다.

이 대립은 증거 공방 이상으로, 이후 제재 설계를 좌우한다. 민간 약관 분쟁으로 남으면 계정 차단·민사 소송 수준이다. 국가 인지가 기정사실화되면 수출통제, 클라우드 접근 제한, 동맹국 공동 차단으로 확대된다. 상무부가 반격을 예고한 지점도 여기다.

주의할 점은, 기업이 국가 과제를 수행했는지를 이번 권고만으로 입증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인지 가능성과 지시는 다른 층이다.

금지가 가능한가, 우회를 줄이는가

기술 실무 그룹의 질문은 도덕 판단이 아니다. API·계정·클라우드 우회를 어떻게 탐지할 것인가다.

완전한 금지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 합법 이용자와 증류 트래픽의 프롬프트가 비슷할 수 있다.
  • 프록시와 계정 분산은 단일 사업자 탐지를 피한다.
  • 개원 가중치가 퍼진 뒤에는 출력 증류가 아니어도 후속 학습이 가능하다.

그래서 권고가 “비밀리에 응답을 떨어뜨리라”고 한 것이다. 차단을 알리면 경로만 바꾼다. 이득을 줄이면 캠페인 비용이 올라간다. 다만 이 방식은 오탐 시 정상 이용자 품질을 훼손하고, 제공자 간 정보 공유가 없으면 효과가 분산된다.


산업·통상으로 번지는 지점

이번 공방이 모델 성능 논쟁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접근 규칙이 통상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프론티어 API 지역 제한이 강화되면 다국적 개발사·클라우드 고객의 이용 조건이 한꺼번에 바뀐다.
  • 개원 가중치 배포, 유럽·중동·동남아 경유 추론 서비스, 제3자 라우터가 대체 경로가 된다.
  • 미국이 동맹에 공동 탐지를 요구하면, 유럽 규제(데이터 이전, AI 법)와 충돌하거나 반대로 정렬될 수 있다.
  • 중국이 보복하면 대상은 미국 AI 기업만이 아니라 반도체 장비, 클라우드, 앱스토어, 현지 데이터 규제 쪽이 될 수 있다. 상무부는 수단을 특정하지 않았다.

개발자 입장에서 단기 변수는 세 가지다. API 계정 심사 강화, 중국 발 트래픽에 대한 품질 차등, 개원 모델과 폐쇄 모델의 가격·성능 격차 재조정.


앞으로 확인할 지점

선언과 실행을 가르는 지표는 이미 명확하다.

  • 미국이 권고를 제재·수출통제 패키지로 옮기는지, 민간 탐지 권고에 남기는지
  • 지목된 6개사가 자체 반박·감사·아키텍처 설명을 내놓는지
  • 정상회담에서 AI 대화 채널이 증류·접근 규칙을 의제에 올리는지
  • 모델 제공사가 응답 저하를 실제로 도입하는지, 오탐 기준을 공개하는지
  • 중국 개원 모델에 대한 미국 기업·스타트업의 사용을 정부가 제한하는지

증류 자체는 2024년 이전부터 있었던 학습 기법이다. 2026년 9월에 달라진 것은 기법이 아니라, 정보기관이 기업을 실명으로 적고 상대국 정부가 보복을 공식화한 단계다. 이후 쟁점은 “누가 더 많이 베꼈는가”보다 “모델 출력에 대한 접근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팔 수 있는가”로 이동한다.


#지정학#AI 정책#AI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