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산업 재건의 핵심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정책 논의의 중심에 놓여 있다. 엔비디아 등 기술 기업은 재투자 효과를 강조하며 이를 적극 추진한다. 그러나 하원 의원들과 일부 방송인은 반대 여론 뒤에 중국 영향 공작이 있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스탠퍼드 HAI 보고서는 미중 AI 모델 성능 격차가 크게 줄었으며 미국 개발자들 사이에서 저비용 중국 모델 채택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은 1980년대 미일 반도체 경쟁 당시의 위협 서사와 규제 패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의 숨은 세력?

2026년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데이터센터를 미국 산업 부활의 발판으로 본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5월 코닝과의 파트너십에서 이 시장 역학을 활용하면 수십 년 만에 미국 제조업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논의에서도 데이터센터를 재산업화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비영리 단체 굿잡스퍼스트는 건설 기간 임시직이 470만 개에 달하지만 상시 운영 일자리는 70만 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하며 현실성을 지적한다.

비영리 단체 굿잡스퍼스트: 건설 기간 임시직은 470만 개, 상시 운영 일자리는 70만 개 수준.

2026년 6월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 확산 뒤에 중국 영향 공작의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인 케빈 오리어리는 유타주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지역 반대가 중국 공산당이 조직한 활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NPR 보도에 따르면 해당 반대 단체의 2024년 매출은 약 20만 달러로 지난 10년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다.

비트코인 정책 연구소는 반대 캠페인 관련 자금 경로를 세 갈래로 분석했다. 중국 관영매체의 미국 AI 반대 보도, 네빌 로이 싱엄이 지원한 미국 비영리 네트워크, 그리고 해외 자선 명목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그 경로다. 이에 코드핑크 측은 외국 정부 자금을 받지 않으며 시민 기부로 운영된다고 반박했다. 이 단체는 2026년 1월 성명에서 데이터센터 반대를 새로운 냉전에 맞서는 투쟁으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냉전 프레임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팔란티어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는 저서에서 실리콘밸리가 소비자 제품에 치중한다고 비판하며 기술 산업이 군사력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팔란티어는 미 정부 기관과 수십억 달러 규모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를 테크노파시즘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2026년 3월 국방부는 팔란티어의 메이븐 시스템을 장기 운영 프로그램으로 확대했다. 이 시스템은 2017년 감시 영상 처리 목적으로 시작해 지금은 군사 정보 수집과 표적 지정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한편 프랑스 국내 정보기관 DGSI는 2016년부터 사용하던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프랑스 업체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정부는 AI 주권을 내세워 미국 기술 의존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이 아닌 미국 기술을 주권의 대상으로 삼은 사례다. 따라서 프랑스의 논의 방향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접근과 분명히 다르다.

애국 수사와 방위산업 계약은 동시에 진행된다. 성조기와 종교적 표현이 담긴 활동 속에서 AI 주권을 강조한 계약이 체결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상징적 활동과 실질적 거래는 원칙적으로 별개지만, 실제로는 같은 맥락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냉전이라는 비즈니스 모델

딥시크는 여러 나라와 미국 내 최소 17개 주에서 금지되거나 제한됐다. 미 의회 보고서는 이를 중국 공산당의 위장 첩보 수단으로 규정했다. 캐나다 보안업체는 딥시크 로그인 코드가 중국 국영 통신사로 사용자 정보를 전송한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중국 AI 기업들의 지식재산 탈취를 경고했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AI 자산을 노린 국가 배후 침입의 절반 이상이 중국발이라고 분석했다.

스탠퍼드 디지차이나 프로젝트 편집장 그레이엄 웹스터는 국가 배후 첩보와 개인·기업 차원의 시도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판단에서 서사가 실제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방위 계약 확대, 수입 규제 보호, 데이터센터 인허가 과정에서 이익을 보는 주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팔란티어는 방위 계약을 늘리고 미국 AI 기업들은 규제로 국내 시장을 보호한다. 데이터센터 측은 외국 개입 프레임을 활용해 인허가 절차를 촉진하려 한다.

스탠퍼드 디지차이나 프로젝트 편집장 그레이엄 웹스터: “많은 판단에서 서사가 실제를 압도한다.”

오픈소스 모델은 공산주의?

테크노내셔널리즘이라는 용어는 1987년 로버트 라이시가 미일 경쟁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당시 후지쓰의 미국 반도체 인수 시도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저지됐다.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대규모 지원 프로젝트가 있었다. 1980년대 미일 상황과 현재 미중 경쟁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다만 대상이 자동차와 반도체에서 AI 칩과 데이터센터로 바뀌었을 뿐이다. 중국 AI 모델의 저비용 효율은 첩보 도구로 지목되기도 한다.

스탠퍼드 HAI 2026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최상위 AI 모델 성능 격차는 2023년 17.5~31.6퍼센트포인트에서 2026년 2.7퍼센트로 좁혀졌다. 미국의 민간 투자액이 중국의 23배였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미국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모델 사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성능은 충분하고 가격은 훨씬 낮기 때문이다. 금지 조치와 실제 채택 추이가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모습은 1980년대와도 닮아 있다. 중국은 미국의 내셔널리즘에 자국 내셔널리즘으로 대응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미국 내에서는 소규모 환경단체, 연구자, 반전 단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유타 환경단체와 스탠퍼드 연구자는 예산 규모와 관계없이 외국 영향 공작의 증거로 거론됐다. 코드핑크와 관련된 의혹이 실재하더라도 그것이 중국 정부의 직접 지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실을 서술하는 행위가 진영 신호로 읽히면 의혹 제기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실제 첩보 활동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딥시크 정보 전송 사례나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분석이 대표적이다. 반면 과도한 국내 의심은 진짜 위협에 대한 경계심을 소모시킨다. 과잉 지목이 반복되면 실제 첩보 사례에 대한 신뢰 기반이 약화된다. 규제 강화와 방위 계약 확대에 자원이 집중될수록 기술 격차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신뢰 자원은 점점 줄어드는 구조가 관찰된다.

결국 techno-nationalism은 국내 신뢰 기반을 갉아먹는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위협을 과도하게 지목하는 행위는 실제 경계심을 약화시키고, 규제와 계약 확대는 단기적인 이익을 주지만 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 미국이 정치·안보 프레임을 앞세워 폐쇄 정책을 강화하는 동안 중국은 손자병법식 압력과 현대적 조공 체제에 가까운 위계적 관계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미국의 다전선 대응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국은 직접적인 군사 충돌 없이 경제·기술적 우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의 봉쇄 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성장을 역설적으로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

결국 techno-nationalism은 국내 신뢰 기반을 갉아먹는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이 구도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1980년대 미일 경쟁에서 미국이 기술을 흡수하며 발전했듯, 과도한 폐쇄 대신 실질적인 격차 관리가 장기적인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 급변하는 지정학적 판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기술 주권 확보와 공급망 안정, 실리적 대응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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