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수천억 달러 단위로 커지면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보유한 GPU와 서버에 대한 회계적 평가가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서고 있다. 수백만 대에 이르는 장비를 얼마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느냐에 따라 매년 수백억 달러 규모의 비용이 달라진다. 칩 아키텍처의 교체 주기가 1년 안팎으로 짧아지는 상황에서, 장부상 상각 기간은 여전히 수년 단위로 유지되고 있다. 이 격차가 어떻게 해석되고 조정되는지는 투자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과 기업별 이익의 질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2025년 11월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회계 처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영화 ‘빅 쇼트’로 알려진,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에 베팅해 이름을 알린 그 투자자다. 그는 Meta, Amazon, Microsoft, Google, Oracle이 Nvidia GPU를 실제 경제 수명인 2–3년이 아니라 장부상 5–6년에 걸쳐 상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2026년부터 2028년 사이 약 1,760억 달러의 감가상각비가 과소계상된다는 계산이었다. 마이클 버리는 제품 주기가 짧은 칩을 대량 구매하면서 내용연수를 연장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는 이 판단에 따라 Nvidia와 Palantir에 풋옵션 포지션을 취했다(두 회사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익을 보는 쪽에 돈을 건 것이다).

2026년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인프라 투자 규모는 6,600억–6,900억 달러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36% 증가한 수준이며, 그중 AI 인프라가 75%를 차지한다. 6,600억 달러를 3년으로 상각하면 연간 감가상각비는 2,200억 달러에 이른다. 6년으로 상각하면 연간 1,100억 달러로 줄어든다. 두 기간의 차액 1,100억 달러는 추가 매출이나 수요 증가 없이 영업이익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다.

이것은 신규 매출도 고객 수요도 아니다. 회계 처리일 뿐이다.

Nvidia는 이례적으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에게 메모를 보내 자사 사업이 Enron이나 WorldCom과 다르다고 밝혔다. 고객사들의 회계 처리를 방어하는 형태로 나선 점이 이번 논쟁의 특징이다. 마이클 버리는 이 사안을 Enron이 아니라 닷컴 버블 정점 당시 Cisco에 견주었다. 그는 사기가 아니라 낙관적 투자 가정이 과잉 설비투자로 이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정되는 구조라고 보았다.


GPU의 감가상각은 6년이 맞는가?

하이퍼스케일러들은 GPU가 폐기되지 않고 단계적으로 용도가 낮아진다고 본다. 신규 도입 초기에는 최신 대형 모델 훈련에 투입되고, 이후 고부가가치 추론 작업으로 이동하며, 말기에는 우선순위가 낮은 배치 작업에 쓰인다는 논리다. 이 가치 하락 경로를 근거로 6년 상각을 정당화한다. 회계 기준상 이 처리는 합법 범위에 들어간다. 미국·국제 회계기준(GAAP의 ASC 360, IFRS의 IAS 16)은 경영진에게 자산 내용연수를 결정할 재량을 인정하며, 동일 자산이라도 사용 방식에 따라 상각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내용연수 변경은 과거 오류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ASC 250에서 규정하는 회계추정 변경에 해당한다. 이 변경은 감사인의 검토와 승인을 거쳐 공시된다. 따라서 마이클 버리가 제기한 사기 주장은 법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감사 실무에서는 기술적 진부화, 유지보수 이력, 유사 장비의 과거 수명, 내부 엔지니어링 분석 등을 종합해 상각 추정을 평가한다. 감사인은 해당 가정이 합리적인지 세부적으로 검증한다.

Nvidia는 고객사들이 실제 활용 데이터와 관찰된 수명에 기반해 4–6년 상각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6년 상각을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곳은 GPU 전문 클라우드 사업자 CoreWeave다. CoreWeave는 2020년 도입한 A100이 여전히 풀 가동 중이며, 2022년산 H100이 계약 종료 즉시 원가의 95% 수준으로 재계약됐다는 실적을 근거로 든다. GPU만을 다루는 기업이 6년을 적용한다는 점은 이 방어 논리의 상한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용 추론 ASIC이 널리 쓰이면 캐스케이드 모델(GPU를 훈련→추론→배치 작업으로 단계적으로 낮은 용도에 넘겨 수명을 늘린다는 논리)의 전제가 약해진다. 3년 된 범용 GPU보다 저렴하고 빠른 특화 칩이 등장하면 GPU의 경제적 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진다. 사기냐 정당한 회계 처리냐는 이분법은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GPU의 실제 수명은 훈련 중심 경제성만 고려할 때보다 길고, 현재 적용 중인 6년 상각 기간보다는 짧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별로 상각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2025년 초 Amazon은 서버와 네트워킹 장비 일부의 내용연수를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이 조치로 영업이익에 7억 달러의 영향이 발생했고, 4분기에는 9억 2,000만 달러 규모의 조기 폐기 손상도 추가로 인식했다. 같은 시기 Meta는 내용연수를 5.5년으로 연장하며 29억 달러의 감가상각비를 줄였다.

내용연수는 객관적 기술 수치가 아니라 기업 전략과 회계적 보수성을 반영하는 주관적 경영 추정이다.

Meta의 내용연수 연장은 capex 증가와 같은 시기에 3년 연속 이어졌다. 2026년 capex 가이던스는 이전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됐다. 매출 대비 capex 비율은 하이퍼스케일러 중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고, 잉여현금흐름 마진은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Microsoft CEO 사티아 나델라는 Nvidia 칩 세대 전환 속도가 빨라진 점을 강조하며, 한 세대에 4–5년 상각으로 묶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Nvidia CEO 젠슨 황은 Blackwell 양산이 본격화되면 Hopper 세대는 무상으로 제공해도 수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100 임대 가격은 2023년 시간당 8달러대에서 2025년 말 1–2달러대까지 급락했다가 2026년 들어 공급이 다시 타이트해지며 반등했다. 포화나 전용 추론 칩 등장으로 캐스케이드 모델이 흔들리면 상각 기간 조정과 손익 영향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투자 관점에서는 상각 기간을 현실에 맞춰 단축하는 기업을 따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장비 유형별 상세 분해와 민감도 분석을 공개하는 공시 수준이 해당 기업의 회계 신뢰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칩 아키텍처와 회계 주기의 시계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칩 아키텍처 주기는 12개월로 짧아진 반면 상각 스케줄은 6년으로 길어져 있다. 스프레드시트 모델은 안정적인 환경을 전제하지만 실제 하드웨어 교체 주기는 가속하고 있다. 상각 기간이 단축되는 경로는 세 가지다.

  • 물리적 마모 — 장비가 실제로 닳아 못 쓰게 되는 것
  • 기술적 진부화 — 신규 칩 출시로 기존 장비가 구식이 되는 것
  • 경제적 진부화 — 성능 대비 비용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

이 중 경제적 진부화는 측정하기 가장 어렵고 실제로 가장 자주 나타난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는 회계가 실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견해와 보고된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견해가 공존한다. 감가상각은 비현금 비용이므로 잉여현금흐름에는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AI 투자는 하이퍼스케일러 사업의 자본집약도를 이전보다 크게 높였고, 순이익과 현금흐름 간 격차는 상각 가정과 관계없이 확대되는 추세다.

마이클 버리의 포지션은 하이퍼스케일러가 아니라 Nvidia와 Palantir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퍼스케일러는 capex를 줄이면 잉여현금흐름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Nvidia는 GPU 매출에, Palantir는 높은 밸류에이션 배수에 의존하고 있어 후퇴 여지가 제한적이다. 1990년대 말 광케이블 투자 붐 당시에도 공격적인 회계와 수요 전망이 있었지만, 결국 해당 인프라는 사용됐다.

현재까지 내부고발, 규제 제재, 재무제표 재작성 등 의도적 왜곡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상각 가정을 지출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연장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회계가 현실을 반영하는 기업과 회계로 현실을 미루는 기업을 구분하는 것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상각 조정이 강제로 이루어질 경우 시장이 이를 새로운 정보로 받아들일지, 이미 인지하고 있던 사실의 확인으로 볼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낡은 종이에 만년필로 작성된 재무상태표, 자본 항목 숫자들이 어지럽게 그어지고 고쳐져 있다 — 장부 위에서 조정되는 회계

문제는 상각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조정이 시장에 어느 정도의 충격으로 전달되느냐다.

회계는 현실을 따라가거나 현실을 미루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후자를 택한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더 나은 이익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술 주기가 계속 압축되는 환경에서 그 선택은 결국 비용으로 돌아온다. 상각 가정이 언제 조정되느냐가 아니라, 그 조정이 시장에 어느 정도의 충격으로 전달되느냐가 이 사이클의 마지막 국면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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